경제
의사처방 없이 해외직구로 산 전문의약품 복용했다가…
입력 2019-08-06 12:01 
제대로 된 절차를 거치지 않고 수입된 해외직구 전문의약품들. [사진 = 한국소비자원]

#해외직구를 즐기는 B씨는 한 유명쇼핑몰 사이트에서 "녹내장치료제 점안액(비마토프로스트)을 장기간 발랐더니 속눈썹이 늘었다"는 후기를 접했다. 해당 후기에 별다른 의심을 갖지 않았던 B씨는 손쉽게 해외직구로 해당 제품을 구매해 눈 주위에 사용했다가 결국 눈 주위 피부의 색소침착과 안구 건조, 가려움증이 생겨 병원 신세를 졌다.
#C씨는 한 온라인여성카페에서 해외 여성단체를 통해 임신중절약(미페프리스톤·미소프로스톨)을 의사 처방없이도 살 수 있다는 게시글을 읽었다. 의약품이라 카페 운영자에게 약 관련 정보를 문의했던 C씨에게 운영진은 해당 약품 복용시에는 의사와의 상담이 필수라고 조언했다. 그러나 산부인과 방문을 꺼렸던 C씨는 결국 해외직구로 해당 의약품을 구매해 임의로 복용했다가 출혈과 극심한 빈혈증상을 겪었다. 결국 급히 병원을 찾은 C씨는 불완전유산 진단으로 수술을 받아야 했다.
최근 전자상거래의 보편화, 처방전 발급의 번거로움, 국내외 가격차 등으로 의사의 처방이 필요한 전문의약품을 해외직구를 통해 구매하는 소비자가 늘어남에 따라 오·남용으로 인한 부작용 사례도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은 해외 불법사이트와 구매대행 사이트(15곳)를 통해 전문의약품 30개를 주문하는 방식으로 유통·표시 실태를 조사한 결과, 처방전 없이 전 제품을 구매할 수 있었고 대부분의 제품이 품질·안전성을 담보할 수 없는 것으로 확인돼 소비자들의 주의가 필요하다고 6일 밝혔다.

우선 이들 제품은 의약품 통관에 관한 명확한 기준과 규정이 없는 탓에 통관이 어렵지 않았다. 조사대상 30개 중 국제우편물로 배송된 19개 제품은 판매국 기준으로도 처방이 필요한 전문의약품이었지만, 자가사용 인정기준 이내의 의약품을 우편물로 수입하는 경우 수입신고가 면제되는 허점을 판매자가 악용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송물품으로 배송된 8개 제품은 판매국 기준으로는 일반의약품(4개)과 식이보충제(4개)로 분류되지만 국내에서는 전문의약품에 해당되는데도 별도의 처방전 제출 절차없이 통관을 거쳤다.
국내우편물로 배송된 3개 중 2개 제품은 통관금지성분이 포함된 제품이었지만 해외판매자가 국내업자에게 제품을 불법적인 방법으로 전달한 후 국내우편을 이용한 것으로 추정됐다.
또 이 가운데 10개(33.3%) 제품은 통갈이, 허위 처방전 동봉, 통관금지 성분명 누락, 제품가격 허위기재 등의 불법적인 방법으로 세관의 확인절차를 회피하기도 했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세법상 자가사용 인정기준에 의약품 품목을 일반의약품·전문의약품으로 세분화해 규정하는 등 통관 규정을 개선하고 특송·국제우편 등에 대한 통관 관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해외직구 전문의약품 대부분이 불법 의약품일 가능성도 제기됐다. 이는 30개 제품의 용기·포장 표시사항과 첨부문서를 확인한 결과다. 이 중 10개 제품(33.3%)은 첨부문서가 동봉되지 않았고, 6개 제품(20.0%)은 원 포장과 상이했으며, 14개 제품(46.7%)은 식별표시가 없었다. 또한 대부분의 제품은 판매국·발송국·제조국 등이 서로 상이해 유통경로가 불분명했다.
한국소비자원 측은 관세청에는 ▲전문의약품 통관 관련 자가사용 인정기준 세분화 등의 통관 규정 개선 ▲특송·국제우편 등 의약품 통관에 대한 관리·감독 강화를, 식품의약품안전처에는 ▲전문의약품 불법 판매 사이트 지속적인 모니터링·차단 ▲해외직구 전문의약품 오·남용으로 인한 부작용 위험에 대한 소비자 교육·홍보 강화 등을 요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디지털뉴스국 이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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