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연기금 `코스피 구하기` 5200억 퍼붓고도…
입력 2019-08-05 17:40  | 수정 2019-08-05 19:44
연기금이 지수 방어를 위해 유가증권시장에서 8년 만에 '역대급' 물량 매수에 나섰지만 증시 급락을 막아내기엔 역부족이었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연기금은 이날 하루에만 유가증권시장에서 5207억여 원어치의 주식을 사들였다. 이날 기관 전체 순매수량이 7355억원이었다는 점을 고려할 때 기관 전체 매입분의 71%가량이 연기금을 통한 물량인 셈이다.
이날 신흥국 통화가치 급락 등 사방에서 들려온 대외 악재로 개인과 외국인이 각각 4438억원, 3142억원을 순매도한 가운데 연기금이 대량 매수에 나서며 그나마 증시 지지판 역할을 했다는 진단이 나온다. 지난 7월 한 달간 2800억원 규모 국내 주식을 순매도한 것과 대조적인 행보다. 그러나 국민연금 등 연기금은 장기적으로 국내 주식 투자 비중을 줄여나갈 방침이어서 향후 우리 증시가 안전판을 잃고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날 연기금의 순매수량은 2011년 8월 9일(5789억원) 이후 8년 만에 최대치다. 8년 전 이맘때 코스피가 6일 연속 2~3%대 하락 행진을 이어가자 연기금이 등판해 주가 방어에 나선 바 있다. 미국 신용등급 강등 후폭풍이 국내 증시를 강타해 국내 주가가 큰 타격을 입었던 시기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주가 급락에 따른 연기금 매수세 유입은 자연스러운 일"이라며 "국내 주식 가격이 떨어지면 연기금 전체 보유 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줄어 추가 매수에 나설 수 있는 여력이 생겨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연기금이 하루 만에 5000억원대 순매수를 한 것은 최근 10여 년간으로 시계를 넓혀 봐도 매우 드문 일"이라며 "사방에서 악재가 터지면서 주가가 급락하자 이를 지지하고자 대량 매수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홍혜진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