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성급한 매수 자제…당분간 안전자산으로
입력 2019-08-04 18:38  | 수정 2019-08-04 21:03
'국내 주식은 관망세 유지하고, 현금·채권·달러 비중 늘려라.'
미·중 무역분쟁과 화이트리스트 배제 등 한일 간 악재로 짓눌린 주식시장에서 나온 국내 주요 증권사 프라이빗뱅커(PB)들의 조언이다.
매일경제는 이경민 미래에셋대우 갤러리아WM지점 PB전무, 황창중 NH투자증권 프리미어블루 본부장, 정상규 신한금융투자 PWM Privilege강남센터 PB팀장, 신동일 KB국민은행 강남스타PB센터 부센터장에게 혼란기 재테크에 대해 물었다.
최근 주가 하락으로 코스피 12개월 선행 주가자산비율(PBR)이 0.8배 수준까지 내려왔지만 이들은 국내 주식 매수에 대해서는 여전히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밸류에이션 매력은 있을지라도 지금 호재가 하나도 없고 악재만 있는 시장에서 주가가 추가로 하락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주식은 물론 그동안 '중위험·중수익' 상품으로 알려진 주가연계증권(ELS) 역시 주가가 추가로 5~10% 더 빠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당분간 투자 선택지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이경민 PB전무는 "지금 주식시장 악재들을 감안하면 ELS 조기 상환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면서 "만기까지 3년 동안 가져갈 것이 아니라면 ELS 투자는 한 템포 쉬는 게 낫다"고 말했다.

이미 PB센터 고객인 고액 자산가들은 포트폴리오에서 국내 주식 비중을 충분히 줄인 상태로, 증시 낙폭이 크지만 아직 저가 매수에 나서는 움직임은 포착되지 않는다고 PB들은 전했다. 이 때문에 아직은 저점 매수에 나서기보다 현금을 더 보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황창중 본부장은 "지금 일본과의 갈등이나 미·중 무역분쟁에서 변동성을 자극할 만한 요인이 여전히 남아 있다"면서 "9월 초까지 증시가 더 출렁거릴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섣불리 행동하기보다 안전자산을 계속 가져가는 편이 낫다"고 조언했다. 자산가들은 이미 올 초부터 성장률과 기업 실적 등을 이유로 국내 주식시장 전망을 비관적으로 보고 비중을 대폭 축소했다.
개인의 투자 성향에 따라 다르지만 고객 자산 중 국내 주식형 펀드 비중은 10% 이하라는 것이 PB들의 전언이다. 그나마 국내 업종 중 성장성이 있다고 믿어온 바이오주와 관련한 실망감 때문에 국내 주식투자에 대한 관심은 더 식었다. 자산가 중 일부는 올해 임상시험과 콘퍼런스 등 호재가 많다던 바이오 종목을 적극 매수했으나 인보사 사태와 신라젠으로 바이오주가 추풍낙엽처럼 떨어지며 투자 심리는 꽁꽁 얼어붙은 상태다.
현금과 더불어 안전자산이라고 할 수 있는 채권을 볼 때 국내 채권보다 해외 채권이 우선 추천 대상이었다. 국내 채권은 현재 종합자산관리계좌(CMA)와 금리 차이가 크지 않기 때문에 차라리 다른 통화로 투자하는 해외 채권이 쿠폰금리나 통화가치 상승 면에서 훨씬 수익률이 높다는 것이다. 이경민 전무는 "신흥국 달러표시 회사채는 달러가치 상향과 더불어 신흥국의 기준금리 효과를 누릴 수 있는 상품"이라며 "미국 시장에 상장돼 있는 상장지수펀드(ETF)를 통해 투자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브라질 채권은 비과세 매력으로 여러 PB가 동시에 추천한 상품이다. 신동일 부센터장은 "금융종합과세를 감안하면 세후 수익률을 늘릴 수 있는 브라질 채권을 많이 매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미 간 금리 역전이 작년부터 진행되면서 쿠폰이자로 인해 미국 채권도 여전히 매력적인 투자 대상으로 꼽혔다.
채권보다 초과 수익을 얻기 위해 주식투자를 한다면 미국 우량주에 투자하는 게 낫다는 의견도 있었다. 정상규 PB팀장은 "미국이 한국보다 잠재성장률도 높고 최근까지 계속 주식시장이 전고점을 돌파해 왔다"며 "아마존 구글 애플은 여전히 관심이 높은 주식투자 대상이고 미국 펀드 수요도 많다"고 설명했다.
특히 미·중 무역전쟁 확전으로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해지고 미국 금리 인하 폭이 시장 기대치에 못 미칠 가능성이 커 달러 강세는 계속될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황창중 본부장은 "국내 원화가 약해지는 상황이기 때문에 통화 분산 차원에서 포트폴리오에서 달러 기반 자산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가격 변동 폭은 작으면서도 꾸준한 배당이나 이자가 나오는 인컴형 자산이 계속 인기를 끌 전망인데 이마저도 달러화 기반으로 고배당주나 채권에 투자하는 게 낫다는 얘기다.
다만 어떤 금융투자 상품을 선택하더라도 기대수익률을 낮추고 분할 매수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견해다. 이경민 전무는 "지금 목표수익률을 낮춰야 투자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며 "1%대로 떨어진 정기예금 금리의 2~3배 정도 수익률을 목표로 하고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제림 기자 / 정슬기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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