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K-POP] 2년만에 대표로 컴백한 김영민, SM 세계화에 사활
입력 2019-08-02 17:13 
# 지난달 12일 슈퍼주니어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콘서트를 성황리에 마무리지었다. 아시아 가수가 이 나라에서 단독 콘서트를 개최한 건 처음이다. 공연 티켓은 예매 3시간 만에 매진됐다. 입장권을 예매하지 못한 팬 1만5000여 명이 몰리며 현지 예매 사이트 서버가 다운됐다.
# 보이그룹 NCT 127은 6월 빌보드 200에서 11위를 차지했다. 미국 빌보드 200은 전 세계 아티스트가 앨범 판매량을 겨루는 차트로, 11위는 이들에 앞서 미국에 진출한 SM 선배 가수들이 달성하지 못했던 순위다. 이들의 형제 그룹 NCT 드림이 최근 공개한 미니앨범 '위 붐(We Boom)'은 아이튠스 톱 앨범 차트에서 전 세계 21개 지역 1위를 차지했다.
NCT 127이 올해 4월 미국 뉴저지 프루덴셜 센터에서 펼친 단독 콘서트에서 초록색 응원봉을 든 팬들이 NCT 127 뒤로 불빛을 드리우고 있다.
SM엔터테인먼트의 세계 공략이 다채로워지고 있다. 아직 SM이 안착하지 못한 북미 시장은 물론 남미·사우디아라비아 등 그간 집중하지 못했던 지역에서도 현지화 전략으로 고삐를 죄고 있다. SM은 전 지구적으로 번진 K팝 열풍에 전사적 자원을 투입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인사를 최근 단행했다.
지난달 31일 SM엔터테인먼트가 공시한 인사의 핵심은 김영민 총괄사장(49)의 자리 이동이다. 그는 이번 인사로 총괄사장과 엔터 대표를 겸임하게 됐다. SM 그룹 계열사를 총괄하는 김 사장은 전체 조직이 나아갈 방향을 조율하는 임무를 맡고 있다. 그가 그룹 핵심인 SM엔터테인먼트 대표까지 함께 맡는다는 것은 그룹사 전체 역량을 엔터테인먼트 사업에 쏟아붓겠다는 의미를 띠고 있다.
1989년 SM기획으로 출발한 SM엔터테인먼트는 2010년대 들어 사업영역을 확장하는 데 공력을 기울였다.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 제작사를 합병하며 제작 역량을 키우고 광고와 부동산, 여행, 공연까지 발을 넓혔다. 현재 SM엔터테인먼트가 거느린 계열사만 33개에 달한다.
올해 30주년을 맞이해 SM은 전체 그룹의 자산을 엔터사로 모아 글로벌화의 결실을 맺는다는 전략이다. 그만큼 올해가 K팝에 있어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2017년 SM그룹 전체를 진두지휘하는 총괄사장에 등극한 이후 그룹 외연을 확장하는 데 주력해온 김영민 총괄사장을 이번에 2년 만에 엔터사 대표로 재등판시킨 것이다.

1999년 SM에 입사한 김 대표는 K팝 해외 진출 역사의 시작점에 해당하는 인물이다. 초·중·고교를 모두 일본에서 나와 현지 정서에 정통한 그는 2002년 보아의 일본 오리콘 1위를 이끌었으며 이후 동방신기까지 일본 시장에 안착시켰다. 이수만 SM 총괄프로듀서의 총애를 받은 그는 2005년 SM엔터 대표직에 올라 무려 12년이나 맡았다.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는 Z세대(1990년대 중반 이후 출생한 디지털 세대)가 문화 소비 중심으로 전환되면서 K팝도 미국 시장에 뿌리를 내릴 것으로 보고 있다. 방탄소년단(BTS)을 비롯한 일부 보이그룹이 탄탄한 마니아를 양성하는 단계를 넘어서 전체 한국 대중음악이 미국 주류 팝 문화에 편입되는 시기가 올 것으로 내다보는 것이다.
김헌식 대중문화 평론가는 "유튜브 세대와 K팝의 성장은 비례한다"며 "기존 올드 미디어 세대가 물러나면서 자연스럽게 모바일 문화와 K팝이 주류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미국 시장에서 유독 고전하던 SM으로선 놓칠 수 없는 호기다. 방탄소년단(빅히트)을 이어 몬스타엑스(스타쉽엔터), 갓세븐(JYP)의 이름이 미국에서 오르내리는 동안 SM 아티스트는 잠잠했던 게 사실이다. 그러던 중 작년 엑소가 빌보드 200에서 23위를 기록하더니 올해 NCT 127이 11위에 오르며 가능성을 확인했다. 연초 미국 5개 도시에서 공연을 성공적으로 개최한 레드벨벳도 빌보드 메인 차트 진입을 노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개척 시장을 열 최적임자로 김영민 총괄사장을 소환한 셈이다.
아울러 SM은 NCT 브랜드하에 인도네시아, 베트남, 유럽에서 현지 아이돌 론칭을 준비하고 있어 해외 시장 개척에 방점을 찍은 인력 재배치가 절실했다.
이번 인사를 통해 SM은 주요 자회사의 전열도 재정비했다. 기존에 SM엔터테인먼트 공동대표를 겸임하던 한세민 SM라이프디자인(LD)그룹 대표는 온전히 SM의 드라마 제작 자회사인 라이프디자인그룹만 살피도록 했다. SM라이프디자인그룹은 지난해 11월 SBS '황후의 품격'이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시선을 끌었다.
광고와 연예기획, 예능 제작 등 사업을 펼치는 SM C&C는 신임 공동대표로 남궁철 SM C&C 최고재무관리자(CFO)를 선임했다. 그가 앞으로 회사의 광고사업부문을 맡는 가운데 방송 제작 및 매니지먼트 부문은 기존과 같이 김동준 공동대표이사가 담당한다. 두 분야가 자리를 잡게 되면 SM은 매니지먼트와 음악, TV프로그램, 광고를 아우르는 그룹으로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과연 30돌을 맞은 SM엔터테인먼트의 글로벌 공략은 성공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음악과 퍼포먼스 완성도에 공을 들인 기조는 유지하되 '자작돌(자작하는 아이돌)' 이미지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황선업 음악평론가는 "SM은 기존에 동경의 대상이 되는 퀄리티 높은 팀을 만드는 데 주력해왔다"며 "다만 요즘엔 비주얼을 보다 강조하고, 곡에선 자신들만의 독특함을 보여주느라 상대적으로 노래가 스포트라이트를 못 받고 있는 모습인데, 공감대 높은 노래를 고르는 데 좀 더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병욱 음악평론가는 "SM은 H.O.T.부터 아이돌의 자작곡 시도를 겸했던 회사이지만 성공적 프로듀서진을 확보하고 있었기에 '자작돌' 이미지를 내세우진 않았다"며 "글로벌 시장에서는 회사에서 모든 걸 만들어주는 한일 아이돌 육성 시스템에 익숙하지 않으니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자작돌 이미지를 내세울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했다.
[박창영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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