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핫이슈] 확전 자제냐 대일 항전이냐, 靑의 선택은
입력 2019-08-02 09:17  | 수정 2019-08-02 09:18

일본 정부가 오늘 각의(국무회의)에서 한국을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경제보복을 시작하면서부터 다음 수순은 화이트리스트 배제가 될 것이라 공언해 온 일본이다. 주목되는 것은 청와대 대응이다. 화이트리스트 배제 시점이 다가올수록 청와대 발언 수위는 계속 높아져왔다.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총력대응하겠다'고 했다. 오늘 오후 청와대는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하는 임시 국무회의를 개최할 것으로 보인다. 모두발언에서 대일본 메시지가 나올 수 있고 별도로 대국민담화를 낼 가능성도 있다. 문제는 수위다. 문 대통령에게는 두가지 선택이 있다. 첫째 유감을 표명하되 확전은 자제하는 방안. 화이트리스트 배제 결정이 공포돼 실행되기 까지는 20여일 이상 시간이 있다. 미국은 한일간 '휴전'을 중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타협 불씨가 완전히 사라진건 아니라는 얘기다. 또 화이트리스트 배제가 수출금지는 아니므로 실행된다고 해서 당장 우리 산업이 마비되지는 않는다. 극단적으로 나가는 것은 일본에도 큰 부담이다. 이 문제를 관리가능한 범위안에 두겠다는 생각이라면 문 대통령의 오늘 메시지는 절제된 형태로 나올 것이다.
두번째 선택은 '대일항전 선언'에 가까운 고강도 메시지를 내놓는 것이다. 화이트리스트 배제를 '레드라인'으로 설정한 상황에서 일본이 선을 넘었으므로 이에 걸맞은 대응을 내놔야 하는 부담이 있다. 치킨게임의 본질은 '만용'의 크기를 겨루는 것이다. 저쪽에서 세게 나오면 이쪽에선 더 세게 나가야 한다. 지금 청와대가 처한 상황은 이 카드를 필요로 한다. 김정은은 2일에도 미사일을 쏘아 올렸다. 최근 일주일새 세 번 쐈다. 그러면서 아예 대놓고 남한을 겨냥한 것이라 공갈한다. 러시아·중국의 방공식별구역(KADIZ) 침범으로 체면을 구겼는데 마땅한 대응책이 없다. 경제는 출구가 안보인다. 일본이 건드리기 전에도 반도체 수출은 나락이었다. 주식시장은 비칠비칠 댄다. 한국정치에서 '반일'은 모르핀 주사 같은 것이다. 역대 정권 중에 이 주사를 맞지 않은 정권이 없다. 이 주사 한방이면 레임덕 권력도 다시 살아나곤 했다. 국민에 '항일 결전'을 주문하면 다른 복잡한 이슈를 덮을 수 있다. 다만 그 효과가 오래 가지는 않고 후유증이 크다는 게 단점이다. 문 대통령은 어떤 카드를 택할까.
[노원명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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