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아시아서 맹위 떨치던 J팝은 왜 사라졌을까
입력 2019-08-01 17:07 
과거 문화산업을 위축시킬 것으로 예상됐던 디지털화(化)가 실제로는 음악, 드라마, 영화 등 대중문화 전반을 성장시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때 불법 다운로드로 몸살을 앓았던 한국은 이에 대처하는 과정에서 자생력을 키워 대중음악과 웹툰을 세계 시장에 진출시키는 데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유니버설뮤직, 소니뮤직엔터테인먼트, 워너뮤직 등 외국계 음반 3사의 한국지사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한 내용에 따르면 3사는 지난해 도합 1043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는 2017년 대비 21%, 2016년 대비로는 무려 2배 성장한 수치다. 아울러 3사의 2018년 영업이익은 32억원으로 2017년과 비교해 4배 이상 뛰었다.
애초 음반 청취 양상이 실물 CD에서 MP3로 넘어가던 당시 3사는 절체절명의 위기를 경험했다. 2013~2015년 3사 연간 영업손실은 30억원을 넘나들었다. 그러나 스마트폰 사용이 보편화하고 멜론, 지니뮤직, 네이버뮤직을 비롯한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가 자리 잡으며 상황은 호전됐다. 한 외국계 음반사 관계자는 "예전에 팝은 마니아가 카세트테이프와 CD를 사서 듣는 것이었지만, 이제는 스트리밍 서비스로 손쉽게 들을 수 있게 되며 소비층이 훨씬 넓어졌다"고 말했다.
아시아 시장 위주로 소비되던 K팝이 영국과 북미에서 각광받게 된 것도 디지털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SM·JYP·YG·빅히트 엔터테인먼트를 필두로 한 국내 주요 연예기획사는 유튜브에 뮤직비디오를 적극적으로 올리고, 이를 해외시장에서 소비하도록 하는 전략을 썼다. 그 결과 전 세계 유튜브에 처음 게시된 후 24시간 동안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본 동영상 1~10위(7월 30일 기준) 중 한국 아이돌 영상이 4편이나 된다.
글로벌 음악 재생 서비스에서 보여주는 활약도 눈에 띈다. NCT 드림은 최근 낸 미니앨범 '위 붐'으로 세계 26개 지역 아이튠스 톱 앨범 차트에서 1위를 차지했으며, 강다니엘은 15개국, 엑소 세훈&찬열은 48개 지역에서 1위를 기록했다. 하나금융투자에 따르면 SM엔터테인먼트 디지털 음원 매출은 2019년 640억원을 기록해 실물 음반 매출(600억원)을 뛰어넘을 예정이며, 2020년엔 음원 매출 중 해외 비중이 64%에 달할 전망이다. 반면 아시아 대중음악 맹주였던 J팝은 해외 시장에서 맥을 못 추고 있다. 내수 시장에서 실물음반 판매가 활발해 디지털화를 제때 준비하지 못했던 원인이 크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일본은 음악 유통에 있어 아날로그 위주로 접근했다. 좋은 음악이 즉각 국외로 전파되지 않은 게 J팝이 퇴조한 핵심 이유"라고 설명했다.
책을 안 읽는 시대에도 웹툰·웹소설은 급성장하며 출판 시장이 맞닥뜨린 저성장 흐름에서 비켜나 있다. KT경영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웹툰 산업 규모는 2015년 4200억원에서 지난해 8800억원으로 2배 넘게 폭증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2013년 약 100억원이던 국내 웹소설 시장 규모는 2017년 2700억원으로 커졌다.
유료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시장에서 넷플릭스와 아마존프라임, CJ ENM의 '티빙', 지상파 방송 3사 '푹'이 치열한 경쟁을 펼치는 덕분에 영화·드라마 제작사도 호기를 맞았다. OTT 서비스마다 새 콘텐츠 수혈에 열을 올리면서 국내 제작사에 잦은 러브콜이 가고 있는 것이다. 넷플릭스 드라마 '킹덤'을 만들며 유명해진 드라마 제작사 에이스토리는 지난달 19일 코스닥에 상장했다. 지상파 방송국 3사와 케이블 채널밖에 바라볼 곳이 없었던 한국 제작사들은 제2, 제3의 에이스토리를 꿈꾸며 '글로벌 OTT용' 콘텐츠를 개발하고 있다.
다만 디지털화 부작용인 불법복제는 여전히 사각지대로 남아 있다. 웹툰은 각종 해적 사이트에서 복제본이 돌아다니고 있고, 영화는 통째로 복사한 영상이 유튜브에서 무료 콘텐츠로 둔갑하기도 한다. 지난 6월 영화 '똥파리'의 양익준 감독은 페이스북 계정에 "누군가가 유튜브에 똥파리 전편을 올려놨다. 양갈래의 고민이 오락가락했다"며 "벌써 6만2000명이 봤다. 못 보신 분들 여기 가서 보라"며 씁쓸한 감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박창영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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