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호킹 `시간의 역사` 천만부 팔렸지만…끝까지 읽는 책은 따로 있었네
입력 2019-08-01 11:22 

'호킹지수'(Hawking Index)라는 말이 있다. 세계적으로 1000만부 이상 팔린 스티븐 호킹의 명저 '시간의 역사'는 실제로는 1000명 중 66명만이 완독을 했다는 사실에서 비롯된 말이다. 수학자 조던 엘런버그는 2014년 한 칼럼에서 아마존 킨들을 이용해 조사한 '완독률'을 소개하며 호킹지수란 말을 붙였다. 그가 소개한 역대 가장 낮은 완독률을 기록한 베스트셀러는 토마 피케티의 '21세기 자본'으로 호킹지수가 2.4%에 불과했다.
국내 독자들을 대상으로 호킹지수를 조사했더니 재미있는 결과가 나왔다. 약 2만 권의 전자책을 무제한으로 읽을 수 있는 예스24 북클럽 구독자 6만여명을 대상으로 호킹지수를 조사했더니 만화를 제외한 일반 도서 중에는 김진명의 '미중전쟁 1'이 1위를 차지했다. 베스트셀러와 신간 등은 일부 제외된 선별된 도서를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지만, 2017년 출간 당시 베스트셀러였던 '왕년의 히트작'이 독자들을 빨아들이는 막강한 흡입력을 보이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미중전쟁'의 완독률은 39%였다. 이 책을 집어든 독자 10명 중 4명은 끝까지 책을 읽었다는 말이다.
이어 2위와 3위에는 유수진의 '부자언니 부자특강', 모리 다쿠로의 '다이어트는 운동 1할, 식사 9할'가 나란히 올랐다. 각각 재테크와 다이어트를 다룬 실용서를 많은 독자들이 완독한 것이다. 4~5위에도 미셸의 '미니멀라이프 아이디어 55'와 김유라의 부동산 도서 '나는 마트 대신 부동산에 간다'가 올라 실용서의 높은 인기를 보여줬다.
소설 중에는 장강명의 '표백'과 나카야마 시치리의 '연쇄 살인마 개구리 남자'가 각각 종합 6위와 9위로 10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대중적인 장르 소설들의 인기가 높은 편이었다. 소설 분야 완독률 상위 도서에는 10위권에 이름을 올린 3권의 뒤를 이어 박경리의 '토지' 4권과 공지영의 '해리' 1권이 4~5위에 올랐다.

경제경영서 분야에서는 유수진이 1위에 이어 3위에도 '부자언니 부자연습'을 올렸고, 4위는 할 엘로드의 '미라클 모닝'이 차지했다. 에세이 분야는 완독률 10위권에는 이름을 올리지 못했지만, 이국종의 '골든아워' 1권이 가장 높은 완독률을 기록했다. 2위는 이아림의 '요가 매트만큼의 세계', 3위는 김하나 황선우의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가 차지했다.
인문 분야에서는 와타나베 준이치의 '나는 둔감하게 살기로 했다', 노회찬 유시민 진중권의 '폭넓은 생각을 위한 역사 속 말빨 사전 101', 한동일의 '라틴어 수업', 채사장의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정혜신의 '당신이 옳다' 순으로 완독률이 높았다.
책의 분야별 완독률의 차이가 큰 편이었다. 독자들의 평균 완독률은 10%였지만, 만화가 31%로 압도적인 완독률을 기록했다. 소설은 12%, 사회·정치는 11%, 건강·취미·여행이 11%로 뒤를 이었다. 가정·살림과 경제·경영, 에세이·시 분야도 9%로 상위권에 속했다. 반면 자연과학은 4%로 스티븐 호킹의 '시간의 역사'가 기록한 6.6% 보다 낮은 완독률을 기록했다. 예술·대중문화, 국어·외국어, IT·모바일 분야가 3%로 가장 낮은 완독률을 기록한 분야였다.
[김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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