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날강두 나비효과`에 깜짝…日 축구 게임도 불매 운동 `불똥`
입력 2019-07-30 11:46 
유벤투스와 독점 라이센스 계약을 맺은 코나미의 PES 2020 [사진 제공 = 코나미]

세계적인 축구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4·유벤투스)가 지난 26일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팀 K리그와 유벤투스의 친선경기에 출전을 거부한 뒤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다. 게임 팬들은 축구 게임에서까지도 호날두에 대한 '불매 운동'을 제안하고 있는 모습이다.
호날두는 당초 40만원에 달하는 최고가 티켓까지 완판되게 만든 일등 공신으로 꼽혔지만 정작 45분 이상 출전이 계약된 경기 당일에 근육 상태가 좋지 못하다는 이유로 끝내 벤치를 지키며 경기장을 방문한 6만명 가량의 관중을 실망시켰다. 게다가 이탈리아로 돌아간 뒤에는 자신의 SNS에 트레이닝 영상을 올리며 "집에 돌아와 좋다"는 멘트까지 남겨 한국 축구팬들의 화를 더욱 돋우었다.
이번 사건을 두고 가장 신경이 쓰이는 쪽은 '위닝 일레븐(해외출시명 프로에볼루션사커, PES)'을 만든 일본 게임사 코나미다. 안 그래도 최근 일본 불매 운동 때문에 조심스러운 상황에서 지난 17일 유벤투스와 독점 라이센스 계약까지 맺은 사실도 함께 알려지며 성난 이용자들의 표적지가 되고 있다. 게임사 입장에서는 큰 돈을 들여 유벤투스 공식 유니폼 및 페이스 모델링, 홈 구장인 알리안츠 스타디움을 게임 안에 독점 사용하게 만들었지만 일부 인터넷 커뮤니티 등지에서는 오는 9월 10일 발매를 앞두고 있는 코나미의 'e풋볼 PES 2020' 불매 여론까지 나오고 있을 정도다.
물론 세계적으로 입지를 다진 게임이니 당장 전체 매출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수 있을 정도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한국 시장에서는 마냥 무시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일본 불매 운동과 호날두 관련 불매 운동의 교집합이 되어버린 코나미 측이 발매일 변경 등 대응 방안을 고려하는지 여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위닝 일레븐을 한국에서 유통하고 있는 유니아나 측도 아직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유니아나 관계자는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특별한 대응을 할 계획은 현재 없다"고 말했다.

반대로 위닝 일레븐의 경쟁 게임으로 꼽히는 피파 시리즈를 제작하는 EA스포츠, 그리고 EA 아시아 스튜디오인 EA코리아 스튜디오가 개발한 온라인 버전인 '피파 온라인 4'을 서비스하는 넥슨으로서는 가슴을 쓸어내릴 위기를 자연스럽게 넘긴 셈이다. 지난 해까지만 해도 호날두를 게임 패키지 표지모델로 기용했던 EA스포츠는 지난 2월 성폭력 논란으로 호날두를 표지모델에서 제외한 바 있다. 넥슨 역시 피파 온라인4 대규모 여름방학 업데이트를 실시하면서 게임 시장에서의 점유율을 끌어올리고 있다.
물론 게임사 자체에는 해가 되지 않지만 호날두 사건의 여파 자체는 이쪽에도 미치고 있다. 피파온라인에서는 유저들의 수요와 공급에 따라 가치가 책정되는 선수 카드 시장이 존재하는데 이 안에서 호날두 카드의 가치가 급락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해 실제 축구 리그 성적을 토대로 포지션별 최고 선수를 선정해서 만드는 19 TOTY(Team of the year) 카드에서 호날두의 가치는 한 때 11억 BP(피파 온라인4 게임머니)를 넘었으나 현재는 7억대 BP로 떨어졌다. 넥슨이 피파 온라인4를 한국에서만 서비스하고 있으니 그만큼 한국 유저들이 호날두를 팔았다는 의미가 된다.
[이용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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