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남편을 살해·유기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고유정(36)의 체포 당시 영상을 몇몇 언론사에 제공한 박기남 전 제주동부경찰서장(현 제주지방경찰청 정보화장비담당관)에 대해 경찰청이 진상 조사에 돌입했다.
경찰이 피의자의 체포 영상을 공개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기 때문이다.
박 전 서장은 고유정에 대한 초동수사가 미흡했다는 대중의 지적과 사건의 전말을 알리고자 영상을 제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8일 박 전 서장이 해당 영상을 언론사에 제공한 당사자라고 확인해 준 경찰청 관계자는 "체포 당시 영상을 개인적으로 제공한 행위 자체는 경찰수사사건 등의 공보에 관한 규칙 위반"이라고 전했다.
제주지방경찰청 역시 경찰청의 방침에 따라 해당 영상을 배포하지 않을 계획이다.
지난 2019년 3월 11일 배포된 경찰청 훈령 제917호 '경찰수사사건 등의 공보에 관한 규칙(이하 규칙)' 제4조는 몇 가지 예외의 경우를 제외하고 '사건 관계자의 명예, 사생활 등 인권을 보호하고 수사내용의 보안을 유지하기 위하여, 수사사건 등은 그 내용을 공표하거나 그 밖의 방법으로 공개해서는 아니 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범죄유형과 수법을 국민들에게 알려 유사한 범죄의 재발을 방지할 필요가 있는 경우'와 '오보 또는 추측성 보도로 인하여 사건관계자의 권익이 침해되었거나, 침해될 우려가 있는 경우' 등을 그 예외로 하고 있다.
박 전 서장이 규칙 4조를 정면으로 위반했다는 게 경찰청 내부 판단이다.
도내 언론계에서는 박 전 서장이 제주 서부경찰서장과 동부경찰서장을 지내면서 특정 언론사에 제한적으로 사건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등 '언론매체에 균등한 보도의 기회가 제공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는 규정 11조 역시 무시해왔다는 비난이 거세게 일고 있다.
앞서 SBS '그것이 알고싶다'는 지난 27일 방송분을 통해 고유정의 체포 당시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에서 고유정은 집에서 바로 나온 듯 맨발에 검은색 슬리퍼를 신은 상태였다. 검은색반팔 상의에 검은색 치마를 입고 쓰레기를 버리러 가는 중에 경찰과 마주했다. 비교적 담담하게 호송차량에 오른 고유정은 "경찰이 이렇게 빨리 올 줄 몰랐다. 내가 죽인 게 맞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고유정은 전남편을 무참히 살해하고 사체를 손괴·유기한 혐의로 지난 6월 경찰에 긴급체포돼 재판을 받고 있다.
[디지털뉴스국 이세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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