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단독] `프로듀스 X 101` 탈락자에 "데뷔시켜주겠다" 회유 시도한 엠넷…기획사들 "사절"
입력 2019-07-26 19:32 
디시인사이드 '프로듀스 X 101' 갤러리에서 낸 '투표수 조작 해명 촉구 성명문'.

엠넷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 X 101' 투표 조작 의혹이 일파만파 번지고 있는 가운데 제작진이 생방송에서 탈락한 연습생들에게 데뷔조 'X1'으로 활동할 것을 권유하고, 기획사들은 이를 일괄적으로 거부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26일 복수의 연예기획사 관계자에 따르면 이날 엠넷 고위관계자는 지난 19일 최종 생방송에서 탈락한 출연자 9인의 소속사 관계자들을 불러들여 이번 투표 결과에 불만을 느끼는 연습생이 있다면 데뷔조 'X1'에 포함시켜주겠다고 했다. 아울러 탈락자들끼리 자체적으로 그룹을 제작해 데뷔할 예정이라면 이 또한 지원해주겠다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엠넷측과의 만남이 끝난 직후 각 연습생의 소속사는 방송사 측의 이번 제안을 일괄 거부하기로 결정했다. 모 기획사 관계자는 "이를 받아들인다면 연습생 소속 기획사가 이번 투표에 조작이 있었다고 인정함과 동시에 용인하겠다는 모습으로 비치게 될 것 같아 거절했다"며 제안을 거부한 이유를 밝혔다. 다른 기획사 관계자는 "탈락한 연습생 뿐만 아니라 X1에 데뷔하기로 한 연습생들까지도 상처 받을 구상"이라며 "마지막 방송의 신뢰성을 부정하는 꼴이 되지 않냐"고 했다.
'프로듀스 X 101' 마지막 생방송 장면.
이번 논란은 '프로듀스 X 101' 마지막 생방송 경연이 끝난 후 시작됐다. 시청자들은 유료 문자 투표 결과 다수에 의해 유력 데뷔 주자로 예상된 연습생들이 탈락하고, 의외의 출연자가 최종 데뷔조 11인에 포함된 것에 투표 조작이 있을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던 중 1위부터 20위까지 득표 숫자가 모두 '7494.442'라는 특정 숫자의 배수로 풀이된다는 구체적인 분석이 등장하면서 엠넷에는 '방송을 조작했다'는 비난이 쏟아지게 됐다.
시청자 분노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까지 투표 조작설에 신빙성이 충분하다는 의견을 보탰다. '프듀X 진상규명위원회'를 구성한 일부 팬들은 다음주 중 제작진을 사기·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죄 등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고발할 예정이다.
제작진은 지난 25일 처음 사과문을 내놓으며 "득표율 반올림 후 득표수로 환산해 방송했으며순위 변동은 없었다"라고 해명했지만, 외려 "로또에 연이어 2번 당첨되는 것보다 낮은 확률"이라는 비판만 돌아갔다. 이어 26일엔 "사실관계 파악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되어 공신력 있는 수사 기관에 수사를 의뢰하겠다"며 "수사에 적극 협조해 사실 관계를 명확히 밝히고 책임을 질 부분에 대해서는 책임을 지겠다"고 밝혔으나 '유체 이탈 화법'이라는 조소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프로듀스 X 101 로고
가요계에선 데뷔조에 포함된 연습생들이 정상적으로 5년간 활동을 이어갈 수 있을지에 회의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한 엔터테인먼트 업계 관계자는 "애초 데뷔조 활동 기간으로 설정된 5년은 기획사뿐만 아니라 엠넷에도 부담이 되는 기간이었다"며 "투표 조작을 할 동기가 어느 시즌보다 크지 않았겠냐"고 했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그동안 심사 과정에 대한 객관성이 불신을 받았다"며 "아무리 방송사가 주도하는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그룹 구성 권한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함께 만들어가는 오디션이라는 점은 변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박창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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