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성수기에 피서 왜 가?"…이젠 도심 속 물놀이가 대세
입력 2019-07-26 16:36 
서울시 관악구 도림천 물놀이장. 그늘막, 물놀이 기구 등이 설치돼 있고 안전요원이 상시 대기하고 있어 인근 주민들이 자주 찾는다. [사진 출처 = 최서진 인턴기자]

"집 앞 5분 거리에 수영장이 있는데 뭐하러 피서를 가요?"
낮 최고기온이 34도까지 치솟은 지난 22일 오후 2시쯤 서울시 관악구 도림천. 평소에는 사람들의 발길이 뜸한 곳이라는 인근 아파트 경비원의 말과는 다르게 시끌벅적한 웃음소리와 즐거운 비명이 간간이 들렸다. 수영복을 입은 어린이들이 물장구를 치고, 이를 바라보는 어른들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가득했다. 지난달 22일에 문을 연 도림천 물놀이장은 '야자수버켓', '기린벤치' 등 최신식 물놀이 시설이 설치돼 동네 주민들 사이에서 '미니 워터파크'로 불리며 인기를 끌고 있다. 네 살배기 딸을 데리고 온 동네 주민 강은희 씨(43) 는 "극성수기 비행기 티켓값은 비싸고, 집 바로 앞에 애들이 좋아하는 워터파크가 있어 굳이 먼 데 떠날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도심 속 물놀이장이 뜨고 있다. 10여 년 전 도심 생태하천이나 공원을 활용한 물놀이장이 조성되기 시작하면서, 동네에서 피서를 즐기는 풍경을 쉽게 볼 수 있게 됐다. 최근 2~3년 전부터는 단순한 '물놀이장'에서 여러 기구와 편의시설이 설치된 '워터파크' 형태로 변신하는 추세다. 도림천 물놀이장의 한 안전요원은 "놀이기구가 설치된 지는 불과 3년 전"이라며 "이곳을 여름에 찾는 주민들이 많아지면서 구 차원에서 시설을 업그레이드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생태하천을 개조한 수영장으로는 방수가 되는 책을 읽으며 물놀이를 즐기는 '여름행복문고'로 유명한 송파구 성내천, 보물찾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노원구 당현천, 샤워시설과 탈의실 등 부대시설을 갖춘 광진구 중랑천 등이 있다. '바스켓폭포', '물줄기터널'이 있는 영등포구 영등포공원 물놀이장, 슬라이드 폭포가 설치된 중랑구 신내근린공원 물놀이장 등 기존 놀이터나 공원을 활용한 물놀이장 수도 상당하다. 서울 도심 속 물놀이장은 2019년 기준 20여 개에 달한다. 동네 한가운데 자리한 데다, 시설 대부분의 입장료가 무료라 부담도 적어 시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서울시 한강시민공원은 수영장 외에도 '한강몽땅 여름축제'를 통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은 여의도 한강 야외수영장. [사진 출처 = 한강사업본부 제공]
같은 날 여의도 한강시민공원 야외수영장도 인파로 가득했다. 한강 수영장은 서울 도심 곳곳에 분포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입장료도 무료에서 최대 5000원 정도로 저렴해 가족 단위 시민들에게 '가성비 '갑' 핫플레이스'로 불린다. 남편과 두 아들을 데리고 온 이지윤 씨(39) 는 "집 근처에 시설 좋은 수영장이 있으니 워터파크 갈 돈 굳어서 좋다"며 "이번 달에만 두 번째 찾고 있다"고 말했다. 수영장 티켓 안내원은 "공휴일 이용객들은 수영장 옆 국회의사당 주차장에 종일 무료로 주차할 수 있는 것도 인기 이유"라고 설명했다. '접근성'과 '가성비'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셈이다.
서울시 한강사업본부는 한강 야외수영장 5곳(뚝섬, 광나루, 잠실, 잠원, 여의도)과 물놀이장 2곳(양화, 난지)을 지난달 28일 동시 개장했다. 지난 2016년 시작돼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는 '한강몽땅 여름축제'는 한강 수영장만의 강점으로 꼽힌다. '한강몽땅 여름축제'는 한밤중 수영장에서 영화를 감상하는 '시네마 퐁당', 물 위 통나무를 달리는 게임 '로그롤링 파크' 등 풍부한 프로그램을 제공해 "대형 워터파크 못지 않게 재밌다"는 소리를 듣는다. 한강사업본부 관계자는 "지난해 한강 수영장·물놀이장 7곳의 이용객은 29만 5437명이었지만, 올해는 아직 7월 말임에도 20만 명 가까이 되는 것으로 안다"며 "8월에 이용객이 몰리는 것을 고려했을 때, 작년보다 올해 더 많은 시민들이 찾으리라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연인과 함께 여의도 수영장을 찾은 진윤모 씨(29)는 "올해는 휴가 쓰기 힘들어 가까운 곳에 물놀이 하러 왔다"며 "앞으로 서울 도심에 더 많은 수영 시설이 생기면 시민으로서 더할 나위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국 최서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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