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불황으로 상가 가치가 급락해 재건축 사업 때 아파트 소유주들과 갈등이 커지자 상가 소유주들만 따로 모여 상가를 헐고 그 자리에 주상복합 아파트를 짓기로 했다. 집값이 높고 분양 완판이 예상되는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부터 확산되는 모습이다.
온라인 쇼핑몰과 대형마트 틈바구니에서 오프라인 상가의 설 자리가 갈수록 좁아지면서 상가 가치가 추락하는 데 따른 것으로 앞으로도 유사 현상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25일 강남구청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개포시영아파트 중심상가 재건축정비사업' 사업시행계획인가가 지난 19일 고시됐다. 개포시영 중심상가(면적 2520㎡)는 개포시영 단지 내 상가 중 한 곳이다. 이날 사업인가를 받음에 따라 중심상가 조합원들은 지하 4층~지상 10층 근린생활시설 68실과 아파트 48가구로 구성되는 주상복합아파트 건립을 추진할 예정이다. 조합원들은 재건축 후 지하 1층부터 지상 2층까지만 상가로 쓰고, 나머지는 아파트로 일반분양할 예정이다.
조합원은 60명이다. 이곳과 따로 아파트 재건축 사업을 추진한 개포시영아파트는 앞서 2017년 9월 '래미안강남포레스트'라는 이름으로 분양해 내년 9월 입주를 앞두고 있다.
'상가 따로 재건축'을 추진한 시발점은 주택과 상가 소유주들 간 갈등이었다. 상가의 종전자산 평가가 주택에 비해 낮게 책정돼 주택과 상가 소유주 간 의견이 갈렸기 때문이다. 상가와 협상이 잘 안되자 아파트 재건축 조합은 소송을 제기해 상가를 제척한 채 재건축 사업을 추진했다. 현재 개포시영아파트 재건축은 공정률이 약 50%다.
반면 단지 내 한가운데에 위치하는 중심 상가만 비워진 채로 남아 있다. 이 상가 소유주들은 지난해 7월 조합을 설립하고 따로 재건축하기로 했다. 보통 아파트와 상가가 재건축 예산을 별도 책정하더라도 사업은 함께 추진하는 게 일반적인데 아예 제척하고 사업하는 경우는 드물다.
상가 소유주들은 재건축 사업에서 제척당하자 2층짜리 중심상가를 헐고 10층짜리 주상복합 1개동을 짓기로 했다. 재건축 사업비는 3~10층의 아파트 48가구 일반분양분을 팔아 벌어들인 돈으로 충당할 계획이다. 김정희 개포시영아파트 중심상가 재건축조합장은 "개포시영아파트가 입주를 시작하는 내년 9월쯤으로 주상복합의 준공 시점을 맞추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 "2020년 상반기 일반분양, 2021년 상반기 입주를 목표로 시공사 선정 작업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가 소유주와 주택 소유주들 간 이견으로 상가만 따로 재건축하는 사례가 잦아지고 있다.
용산구 이촌동 렉스아파트를 재건축한 '용산 래미안첼리투스'는 아예 상가동을 제외하고 재건축을 마쳤다.
서초구 서초동 삼호아파트를 재건축한 '서초푸르지오써밋'도 마찬가지다. 이처럼 상가와 아파트가 번번이 갈등을 빚고 결국 '나 홀로 재건축'에까지 나서는 것은 30년 전에 비해 아파트 상가의 프리미엄이 많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상가 소유주는 30년 전 분양가를 반영한 높은 감정평가액을 원하지만, 아파트 소유주는 높게 쳐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최근 경기 불황으로 전국적으로 상가 공실 문제는 심각해지고 있다. 한국감정원이 지난 24일 발표한 '2019년 2분기 상업용부동산 임대동향조사'에 따르면 전국 상가 공실률은 중대형 상가의 경우 11.5%, 소규모 상가 5.5%로 각각 집계됐다. 경기 부진 등 영향으로 1분기보다 각각 0.1%포인트, 0.3%포인트 높아진 것이다. 임대료 변동 추세를 보여주는 임대가격지수는 중대형 상가 0.06%, 소규모 상가 0.17%, 집합 상가 0.25% 각각 하락했다. 아파트 옆 또는 안에 위치해 안정적 배후 수요를 확보하는 단지 내 상가조차 예외일 수 없다. 최근 온라인 쇼핑 활성화와 대형 할인마트 주변 입점으로 나날이 입지를 위협받고 있다.
조현택 상가정보연구소 연구원은 "상가 시대가 저물어가지만 여전히 단지 내 상가의 분양가는 높은 편"이라며 "단지 내 상가의 수익률과 투자 가치가 근린 상가보다도 낮아지는데 분양가는 그대로"라고 말했다. 1만가구에 육박하는 배후 수요를 거느린 송파구 헬리오시티는 입주 후 반년이 넘었는데 정문에 위치한 상가의 한 점포가 보증금 1억원, 월 임대료 600만원에 매물로 다시 나와 있다.
상가 주인들의 나 홀로 재건축이 성공하더라도 아파트 주민과의 해묵은 갈등 해결은 숙제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동네 사정을 잘 아는 인근 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개포시영 중심상가가 개포시영아파트와 땅을 공유하지 않은 채 지번이 분할돼 있다"면서 "갈등의 골이 깊어져 단지와 중심상가 사이에 벽을 세우자고 주장하는 주민들이 있을 정도"라고 전했다.
[박윤예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온라인 쇼핑몰과 대형마트 틈바구니에서 오프라인 상가의 설 자리가 갈수록 좁아지면서 상가 가치가 추락하는 데 따른 것으로 앞으로도 유사 현상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25일 강남구청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개포시영아파트 중심상가 재건축정비사업' 사업시행계획인가가 지난 19일 고시됐다. 개포시영 중심상가(면적 2520㎡)는 개포시영 단지 내 상가 중 한 곳이다. 이날 사업인가를 받음에 따라 중심상가 조합원들은 지하 4층~지상 10층 근린생활시설 68실과 아파트 48가구로 구성되는 주상복합아파트 건립을 추진할 예정이다. 조합원들은 재건축 후 지하 1층부터 지상 2층까지만 상가로 쓰고, 나머지는 아파트로 일반분양할 예정이다.
조합원은 60명이다. 이곳과 따로 아파트 재건축 사업을 추진한 개포시영아파트는 앞서 2017년 9월 '래미안강남포레스트'라는 이름으로 분양해 내년 9월 입주를 앞두고 있다.
'상가 따로 재건축'을 추진한 시발점은 주택과 상가 소유주들 간 갈등이었다. 상가의 종전자산 평가가 주택에 비해 낮게 책정돼 주택과 상가 소유주 간 의견이 갈렸기 때문이다. 상가와 협상이 잘 안되자 아파트 재건축 조합은 소송을 제기해 상가를 제척한 채 재건축 사업을 추진했다. 현재 개포시영아파트 재건축은 공정률이 약 50%다.
반면 단지 내 한가운데에 위치하는 중심 상가만 비워진 채로 남아 있다. 이 상가 소유주들은 지난해 7월 조합을 설립하고 따로 재건축하기로 했다. 보통 아파트와 상가가 재건축 예산을 별도 책정하더라도 사업은 함께 추진하는 게 일반적인데 아예 제척하고 사업하는 경우는 드물다.
상가 소유주들은 재건축 사업에서 제척당하자 2층짜리 중심상가를 헐고 10층짜리 주상복합 1개동을 짓기로 했다. 재건축 사업비는 3~10층의 아파트 48가구 일반분양분을 팔아 벌어들인 돈으로 충당할 계획이다. 김정희 개포시영아파트 중심상가 재건축조합장은 "개포시영아파트가 입주를 시작하는 내년 9월쯤으로 주상복합의 준공 시점을 맞추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 "2020년 상반기 일반분양, 2021년 상반기 입주를 목표로 시공사 선정 작업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가 소유주와 주택 소유주들 간 이견으로 상가만 따로 재건축하는 사례가 잦아지고 있다.
용산구 이촌동 렉스아파트를 재건축한 '용산 래미안첼리투스'는 아예 상가동을 제외하고 재건축을 마쳤다.
서초구 서초동 삼호아파트를 재건축한 '서초푸르지오써밋'도 마찬가지다. 이처럼 상가와 아파트가 번번이 갈등을 빚고 결국 '나 홀로 재건축'에까지 나서는 것은 30년 전에 비해 아파트 상가의 프리미엄이 많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상가 소유주는 30년 전 분양가를 반영한 높은 감정평가액을 원하지만, 아파트 소유주는 높게 쳐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최근 경기 불황으로 전국적으로 상가 공실 문제는 심각해지고 있다. 한국감정원이 지난 24일 발표한 '2019년 2분기 상업용부동산 임대동향조사'에 따르면 전국 상가 공실률은 중대형 상가의 경우 11.5%, 소규모 상가 5.5%로 각각 집계됐다. 경기 부진 등 영향으로 1분기보다 각각 0.1%포인트, 0.3%포인트 높아진 것이다. 임대료 변동 추세를 보여주는 임대가격지수는 중대형 상가 0.06%, 소규모 상가 0.17%, 집합 상가 0.25% 각각 하락했다. 아파트 옆 또는 안에 위치해 안정적 배후 수요를 확보하는 단지 내 상가조차 예외일 수 없다. 최근 온라인 쇼핑 활성화와 대형 할인마트 주변 입점으로 나날이 입지를 위협받고 있다.
조현택 상가정보연구소 연구원은 "상가 시대가 저물어가지만 여전히 단지 내 상가의 분양가는 높은 편"이라며 "단지 내 상가의 수익률과 투자 가치가 근린 상가보다도 낮아지는데 분양가는 그대로"라고 말했다. 1만가구에 육박하는 배후 수요를 거느린 송파구 헬리오시티는 입주 후 반년이 넘었는데 정문에 위치한 상가의 한 점포가 보증금 1억원, 월 임대료 600만원에 매물로 다시 나와 있다.
상가 주인들의 나 홀로 재건축이 성공하더라도 아파트 주민과의 해묵은 갈등 해결은 숙제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동네 사정을 잘 아는 인근 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개포시영 중심상가가 개포시영아파트와 땅을 공유하지 않은 채 지번이 분할돼 있다"면서 "갈등의 골이 깊어져 단지와 중심상가 사이에 벽을 세우자고 주장하는 주민들이 있을 정도"라고 전했다.
[박윤예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