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52시간 근로제 좋긴하지만, 현장과 업계 특성도 고려해줘야 합니다"
"우리 업계는 국내와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해외 다른 기업들과 경쟁하는 것을 잘 살펴봐주세요"
23일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을 만난 중소기업인들이 현장의 어려움을 토로하며 일시적 근로시간 연장과 계도기간 설정을 정부에 요청했다. 이들 기업은 상시근로자 50~299인 규모로, 내년 1월 1일부터 주52시간 근로가 의무화되는 곳들이다.
이날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중소기업 대표 및 인사노무책임자 간담회에는 이재갑 장관을 비롯한 고용노동부 담당 간부들과 자동차제조업과 숙박·음식점업 등 주52시간 초과자 발생기업 비율이 높은 업종의 8개 중소기업 대표·책임자들이 참석했다. 참석업체의 상시근로자수는 적게는 55명부터 많게는 149명이었다.
비공개로 진행한 간담회에서 한 참석자는 "원청이 생산계획을 수시로 변경해 주52시간을 지키기 어렵다"며 납기일을 준수할 수 있도록 일시적 추가 연장근로를 허용해줄 것과 계도기간 부여를 요청했다고 고용노동부는 전했다. 간담회 직후 기자와 만난 한 자동차부품업체 인사노무담당자는 "적응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과 유연한 제도 적용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최저임금이 2015년부터 50% 가까이 올라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왔다"고 했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23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중소기업 대표 및 인사노무책임자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다른 자동차부품업체 임원은 "발주된 이후에야 작업량이 결정되는 업계 특성을 설명했다"며 "주 52시간제가 적용되면 2교대 근무를 하던 시스템을 3교대로 돌려야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업계는 국내와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해외 다른 기업들과 경쟁하는 것을 잘 살펴봐달라고 주문했다"고 전했다.또다른 참석자는 "정부측에서 준비해온 제도관련 설명을 들을 수 있는 자리였다"며 "다만 어려움을 토로한데 대해선 '당장 바꾸기는 어렵고 잘 살펴보겠다'는 취지의 답변만 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주 52시간제가 고용 창출을 위한 제도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실제 고용창출로 직접적으로 이어지기는 힘들 수 있음을 피력했다"고 했다.
주52시간을 지킬 수 없는 다양한 상황에 대한 성토도 이날 나왔다. 설비파트나 공무팀의 경우 기계가 고장나면 신속히 수리해야 하는데, 상황에 따라 수리에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 경우에는 주52시간을 지킬 수 없다는 애로부터 전국 각지에 거래처가 있고 애프터서비스(A/S)가 필요한 경우 지방에 가서 업무를 처리하고 복귀하는 시간도 상당하기 때문에 A/S 업무에 대한 유연한 제도 적용을 요청하는 건의까지 목소리는 다양했다. 주로 하청업체인 참석자들은 급작스런 발주가 이루어지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주52시간을 초과하는 경우가 많으니 대응 방안을 마련해달라고 주문했다고 고용노동부는 전했다. 교통이 불편한 지역에 위치한 기업의 경우 주52시간 시행을 위한 추가 인력채용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특히 가격경쟁력이 중요한 상황에서 추가적인 신규채용 인건비 등 주52시간제 준수를 위해 소요되는 비용 때문에 부담이 크다는 토로도 이어졌다.
이재갑 장관은 모두발언에서 "중소기업의 경우에는 노사가 노력에도 불구하고 원청의 발주량 변경, 구인난 등으로 인해 현재 제도 하에서는 주52시간을 준수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을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또 "탄력근로제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상당수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우선적으로 입법을 위해 노력하는 한편, 중소기업의 실태와 애로를 면밀히 파악해서 추가적인 보완방안이 필요한지 살펴보겠다"라고 했다.
고용노동부의 올해 1월 실태조사 결과, 50~299인 기업 중 주52시간 초과자가 있는 기업은 18.5%였고 제조업의 경우 이 비율은 34.9%에 달했다.
내년 상시근로자 50~299인 사업장에 이어 2021년 7월부터는 상시근로자 5~49인 사업장에도 주52시간제가 시행된다.
[정석우 기자 / 조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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