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질환 치료로 뇌졸중과 함께 치매를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박희남·김태훈·진무년 교수와 정신건강의학과 김어수 교수는 국내 심방세동 환자 중 '전극도자절제술'과 '약물치료'를 각각 받은 두 환자 군의 인지기능 추이를 조사한 결과, 심장 내 심방세동을 일으키는 부위를 찾아 고주파 전류로 절제하는 전극도자절제술을 받은 환자 군에서 기억력과 인지력 등 인지기능이 향상됨을 확인했다고 22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심장질환분야 국제 학술지인 미국심장협회(AHA)에서 발간하는 '순환:부정맥 및 전기생리학지'(Circulation:Arrhythmia and Electrophysiology) 7월호에 '편집자 선정'(Editor's pick) 주요 연구 논문으로 발표됐다.
이번 연구는 심방세동이 뇌졸중의 발병위험을 5배나 높이며, 치매를 유발할 수 있다는 외국 연구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심방세동 환자의 치매 예방과 치료프로세스 개발'을 위해 시작됐다.
연구팀은 심방세동으로 진단받고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에서 전극도자절제술을 받은 환자 308명과 약물치료 환자 50명을 선정했다. 그리고 △치료 전 △치료 후 3개월 △치료 후 1년 등 총 3번에 거쳐 국제적으로 널리 쓰이는 경도인지장애 선별용 '몬트리올 인지기능 검사'(MoCA)를 실시했다.
그 결과 전극도자절제술 시행 환자 군은 3번의 검사에서 각각 25.4점, 26.6점, 26.5점을 나타냈다. 약물치료 시행 환자군은 각각 25.4점, 25.2점, 24.8점을 나타냈다. 즉, 전극도자절제술을 받은 환자 군이 약물치료 군보다 지속적인 인지기능 향상과 유지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태훈 교수는 "전극도자절제술을 받은 환자 군이 약물치료 군보다 정상적인 심장박동 리듬을 더 되찾으면서 혈전 생성을 효과적으로 억제, 원활한 뇌 혈류 흐름으로 뇌기능 활성화에 도움을 준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치료에 따라 나타날 수 있는 '인지기능장애' 비율에서도 전극도자절제술을 받은 환자 군은 1년 후 악화 비율이 5.3%에 그쳤지만, 약물치료 군은 10%로 두 배의 차이를 보였다.
박희남 교수는 "인지기능 장애를 보였던 심방세동 환자에게서 전극도자절제술 후 뚜렷한 인지기능 향상을 확인했다"며 향후 조기 치매 및 인지기능 저하 환자 중 심방세동이 주요 원인질환으로 판단될 경우 전극도자절제술을 우선 시행하는 표준 치료법이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했다.
한편 부정맥의 일종인 심방세동은 심방의 움직임이 불규칙하거나 가늘게 떨리는 증상이다. 심방세동으로 인한 불규칙한 심장박동은 많은 혈전을 심장에서 만든다. 그 혈전이 뇌혈관을 막아 허혈성 뇌졸중(뇌경색)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허혈성 뇌졸중에 인한 지속적인 뇌혈관 기능 약화는 뇌기능 악화로 이어져 '혈관성 치매'를 야기한다. 전체 치매환자 중 약 25%는 혈관성 치매로 인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구고령화에 따른 심뇌혈관질환 발병 증가로 혈관성 치매도 꾸준한 증가추세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병문 의료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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