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오너물량 안나온다"…외국인 오토에버 `찜`
입력 2019-07-21 17:20 
현대자동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이 장기전에 돌입한 가운데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현대오토에버 지분(9.57%)을 단기간에 매각할 가능성이 낮아지면서 이 종목 주가가 반등할 것이란 예상이 나오고 있다. 올해 그룹 정보기술(IT) 물량 증가가 예상되며 실적도 개선될 것이란 분석이다. 이에 따라 눈치 빠른 외국인은 이달 들어 현대오토에버 주식을 지속적으로 순매수하고 있다.
21일 에프앤가이드와 증권업계에 따르면 현대오토에버 주가는 지난 3월 28일 상장 이후 이달 19일까지 39.8% 하락했다. 올해 실적이 증가하는 것을 감안하면 지나친 주가 하락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되면서 일감 몰아주기 규제에 벗어난 데 이어 지배구조 개편 부담도 줄면서 오너 지분의 '오버행(대량 대기매물)' 악재도 점차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현대오토에버는 현대차그룹 계열사의 주요 전산시스템 구축을 담당하는 SI 업체다. 2000년 4월 오토에버닷컴으로 설립돼 초기에는 전자상거래 사업을 주로 하다가 그룹 내 IT 서비스로 영역을 확대했다. 2014년 비슷한 일을 하던 현대C&I를 흡수 합병하면서 실적이 급상승했다.
문제는 다른 SI 업체들처럼 그룹 내 매출 비중이 지나치게 높다는 점이다.

이 업체의 지난해 전체 매출은 1조4249억원이었는데, 현대차(2875억원) 등 계열사 매출이 1조3000억원에 달했다. 그룹 내 매출 비중이 91.2%다.
2015년 6월 말 기준 정몽구 회장(9.68%)과 정의선 수석부회장(19.46%) 등 총수 일가 지분율은 29.14%에 달했다. 현대오토에버가 이 같은 내부 매출과 총수 일가 지분율을 유지했다면 '일감 몰아주기(사익편취)' 규제에 걸린다. 2015년 7월 정몽구 회장이 보유 지분 전량을 690억원에 영국 스탠다드차타드은행 계열사인 레졸루션얼라이언스코리아에 모두 넘기면서 현대오토에버는 규제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 이어 올해 3월 말 현대오토에버가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되면서 일감 몰아주기 논란의 종지부를 찍었다. 정 수석부회장 역시 기존 지분율이 19.46%였으나 상장 후 시장에서 주식을 대거 팔아 현재 지분율이 9.57%로 크게 줄어들었다. 회사 관계자는 "총수 일가 지분이 10% 미만으로 떨어지며 일감 몰아주기 문제는 해소됐다"면서 "현대차를 중심으로 향후 IT 투자가 확대돼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남은 지배구조 개편 문제도 해소되는 모양새다. 당초 증권가에서는 정 수석부회장이 현대오토에버 상장 과정에서 보유 지분 절반을 팔아 현금 965억원을 마련한 것을 두고 지배구조 개편 비용이라고 봤다. 작년 3월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의 일부 사업을 떼어내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는 식으로 순환출자를 끊는 방안을 발표했다. 이후 오너들이 보유 현금이나 계열사 지분 매각을 통해 현대모비스 주식을 사들이는 방식이다.
그러나 올 들어 미·중 무역전쟁에다 최근 일본의 경제 보복까지 겹치면서 현대차는 다른 그룹과 마찬가지로 비상 경영 체계를 가동했다. 미국계 헤지펀드의 반대로 무산된 지배구조 개편을 서두를 여유가 사라졌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배구조 개편에 숨통이 트이면서 정 수석부회장의 남은 현대오토에버 지분 매각 가능성도 낮아졌다"고 말했다.
올해 실적 개선도 주가 반등 호재 중 하나다. 현대오토에버의 올해 영업이익은 770억원으로 작년(702억원)보다 9.7% 늘어날 전망이다. 현대차그룹이 IT 표준화 사업을 작년 현대제철에 이어 모든 계열사로 확대하고 있어 수주 물량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현대차그룹 신사옥(GBC) IT 사업 수주도 기대되고 있다. 이에 따라 외국인은 지난 2일 이후 19일까지 14거래일 연속 순매수를 기록했다. 이 기간 순매수 규모는 31억원이다.
[문일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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