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금리 낮춰봐야 경기회복 요원"…韓증시 되레 뒷걸음질
입력 2019-07-18 17:40  | 수정 2019-07-18 21:00
주식시장이 기준금리 인하에도 오히려 하락했다. 시장에서는 금리 인하를 경기 둔화에 대한 반응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그만큼 현재 경제 상황이 심각하다는 얘기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18일 기준금리를 1.75%에서 0.25%포인트 내렸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6.37포인트(0.31%) 하락한 2066.55에 장을 마감했다. 기관은 이날 매물을 1749억원어치 쏟아낸 반면 외국인과 개인은 각각 698억원, 999억원을 순매수했다. 코스닥도 전일보다 0.17% 하락한 665.15로 거래를 마쳤다. 거래소 관계자는 "코스피는 금리 인하 영향 등으로 장중 낙폭이 축소되기도 했으나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 부각 등에 따른 기관 매도 폭 확대로 하락했다"고 전했다.
시장 예상보다 빨랐던 금리 인하에도 미국과 중국 간 무역협상 난항에 대한 우려, 일본과의 갈등 이슈가 주식시장에 더 큰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오현석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금리 인하에도 주가 반응이 제한적인 이유는 일본 수출규제 리스크와 2분기 실적 쇼크에 대한 우려 때문"이라며 "금리 인하에 대한 평가 자체는 긍정적이지만 다른 악재가 이를 압도했다"고 설명했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투자자들은 금리 인하에 따른 유동성 측면보다 거시적 환경인 미·중 무역분쟁이나 한일 갈등 문제를 걱정하고 있다"며 "기업 이익도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등 시장 상황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정연우 대신증권 리서치본부장은 "한은이 깜짝 금리 인하를 할 정도로 경기 침체에 대한 염려가 크다"며 "미·중 갈등 재개 등 여러 불확실성이 금리 인하 효과를 압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금리 인하는 한은이 현재 경제 상황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한은은 이날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2.5%에서 2.2%로 내렸다. 2.2%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0.8%)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물가 전망치도 1.1%에서 0.7%로 낮췄다. 수출과 설비투자 부진 심화로 성장세가 둔화됐다는 게 한은 판단이다. 아울러 미·중 무역분쟁과 경기 불확실성 확대, 일본 수출규제 등도 통화정책에 영향을 줬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위원은 "미·중 무역분쟁에 더해 한일 갈등이 심화하면서 시장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며 "한은이 바라보는 하반기 경기 전망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금리 인하가 실물경기 부진에 따른 후행적 조치였다는 점에서 주식시장 반응은 제한적이라는 의견도 있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은 경기가 나쁘지 않은데도 미·중 무역전쟁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금리를 내리는 반면 한국은 경기가 악화된 이후 인하한 조치이기 때문에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며 "금리를 낮추다 보면 경기 턴어라운드가 올 수 있는데, 주식시장은 그게 확인이 돼야 움직일 것"이라고 말했다.
코스피와 금리 간 상관관계가 크지 않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한은이 2016년 6월 9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렸을 때도 코스피는 0.14% 하락했다. 조용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코스피가 금리 인하 영향을 과거부터 크게 받지 않았다"며 "이번 금리 인하는 시장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하나금투는 7월이라고 예상했고, 시중금리도 이미 기준금리 변화를 반영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김진명 한화투자증권 연구위원도 "기준금리 인하 자체는 예상된 바였고 이미 금융시장에 반영됐다"고 분석했다.
금리 인하가 실물시장에 영향을 주기 힘들다는 견해도 있다. 정부의 규제 일변도 정책 때문이다. 문홍철 DB금융투자 연구위원은 "금리 인하가 효과가 있으려면 자금 초과 수요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돈 빌리는 값을 싸게 해줌으로써 투자와 대출을 독려하고, 이로 인한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를 높이는 과정이 필요하다"며 "그런데 한국 기업들은 돈 값이 비싸서 투자를 미루는 게 아니며 가계대출은 강력한 부동산 규제에 막혀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한은의 금리 인하로 증시 하방 지지선이 일단 생겨났다는 데 전문가 의견이 모아졌다. 경제 펀더멘털이 좋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은의 비둘기파적 스탠스가 상승 랠리를 이끌지 못해도 하방 지지대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변준호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일본 닛케이지수나 뉴욕 증시와 비교하면 오늘 한국 증시는 상대적으로 선방한 편"이라며 "경제성장률 전망 하향 조정에도 금리 인하 소식이 증시에 안전판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17일(현지시간)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각각 전 거래일보다 0.42%, 0.65% 내렸다. 18일 일본 닛케이 지수는 1.97% 빠졌다.
그는 하반기 증시가 2030~2320 선에서 등락을 거듭하는 박스권을 벗어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변 센터장은 "우리나라 경제 하강 속도가 주요국에 비해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다"며 "수출지표도 지난해 하반기 대비 악화했고, 설비투자도 마이너스 두 자릿수인데 이는 글로벌 경제위기 때나 나오던 수치"라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2분기 어닝 시즌을 맞아 기업 실적발표가 이어지고 있는데, 이 역시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하반기 증시를 낙관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오는 31일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나올 시그널이 한국 증시에 이정표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서정훈 삼성증권 연구위원은 "미국 FOMC에서 어떤 결정과 발언이 나오는지에 따라 우리 증시에 유동성이 공급되냐 마느냐가 결정될 것"이라며 "인하가 일회성으로 끝난다면 악재고, 추가 인하 가능성을 밝히면 본격적인 유동성 장세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서 연구위원은 또한 "기업 실적을 확인하고 투자에 나서겠다는 심리가 우세한 상황이라 당분간 실적에 따른 개별 종목 장세가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노동길 NH투자증권 연구원도 "오늘 금통위보다는 이달 말 FOMC의 추가 금리 인하 가시화 여부가 주식시장에는 더 중요할 전망"이라며 "한일 무역마찰 장기화에 대한 우려로 주식시장은 당분간 박스권에서 등락을 거듭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승환 기자 / 정희영 기자 / 홍혜진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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