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자율형사립고 제도를 유효기간이 다 된 시한부 정책으로 규정했다. 한발 더 나아가 정부를 향해 자율형사립고 설립 근거 조항 폐기와 자사고 제도 폐지 여부 공론화를 촉구했다. 이와 함께 일반고로 전환한 자사고 지원을 확대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교육감은 17일 서울시교육청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자사고에서 일반고로 전환될 학교를 비롯한 일반고 지원방안을 발표하며 이같이 밝혔다.
조 교육감은 "신입생 우선선발권을 가진 자사고는 우수 학생을 선점한 후 입시위주 교육으로 명문대 합격생을 다수 배출해 고교서열화를 심화시켰다"며 "또 자사고는 학비 부담이 커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이 다니기 어렵다. 자사고 체제가 학생들을 경제적 여건에 따라 이분화시키는 것"이라고 자사고 제도의 문제점을 한번 더 되짚었다.
그는 정부를 향해 법령 개정을 통한 자사고 제도 폐기를 거듭 촉구했다. 자사고 설립 근거 조항인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91조의3을 삭제해 자사고를 일괄 폐지해야 한다는 요구다.
특히 조 교육감은 "교육부가 초중등교육법령을 개정할 의지가 없다면 국가교육회의(위원회)에서 자사고와 외고를 폐지할지 공론화를 진행하자"고 제안했다.
일반고 종합 지원 방안도 공개했다. 그동안 교육당국의 자사고 폐지 정책에 따라 일반고로 전환된 자사고와 기존 일반고에 대한 구체적인 지원방안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컸는데 이에 대한 주요안을 내놓은 것이다.
대표적인 게 재정 지원이다. 일반고 전환 자사고에는 향후 5년간 총 20억원을 지원한다. 서울시교육청이 시설·기자재 구입비, 교육과정 운영비 등으로 5년간 10억원을 지원하고, 교육부는 3년간 교육과정 운영비 10억원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또 이 학교들이 원하면 고교학점제 선도학교나 교과중점학교, 사물함 등 '학생 홈베이스' 개선 및 교과교실제 사업학교로 우선 지정하겠다고 밝혔다.
교육청은 기존 일반고에는 현재 학교당 8천만원씩인 '일반고 전성시대' 지원예산을 증액하고 수요가 적은 과목을 개설할 수 있도록 학교별로 2천만원까지 '소인수 과목 강사비'를 지원하기로 했다.
또 교육청은 운영 중인 '초기 단계 고교학점제'인 '거점·연합형 선택교육과정'을 발전 시켜 '일반고 권역별 공유캠퍼스'(가칭)'를 만들 계획이다.
일반고 권역별 공유캠퍼스는 특정 권역 학교들이 각각 국제·공학·과학·상경·예술 등 한 계열을 맡아 특화된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형태로 각 학교가 종합대학 내 단과대처럼 되는 것이다.
조 교육감은 "앞으로 일반고에서도 자사고에서 기대했던 교육수준을 제공해 학생·학부모들의 만족도를 충족시킬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할 것"이라며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이) 하향평준화로 가지 않고 상향평준화로 거듭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디지털뉴스국 이세현 인턴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