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스마트 애플리케이션(앱)에 든 다양한 기능을 여러 대의 기기에서 동시에 분산 실행할 수 있는 신개념 모바일 플랫폼 기술이 개발됐다. 이를 활용하면 방송 스트리밍 앱을 쓰면서 TV로는 영상을 시청하고 스마트폰으로는 실시간 채팅을 참여하는 일이 가능해진다. 다양한 환경에 적용할 수 있어 머지않아 새로운 모바일 서비스가 등장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신인식 KAIST 전산학부 교수와 스티브 고 미국 버팔로대 교수 공동 연구진은 앱의 기능을 여러 스마트 기기에서 자유롭게 분산 실행할 수 있는 모바일 플랫폼 기술을 개발했다고 17일 밝혔다. 오상은 KAIST 전산학부 박사과정 연구원이 주도한 이번 연구 결과는 모바일 컴퓨팅 분야 최고 권위 학술대회로 오는 10월 멕시코 로스카보스에서 열리는 'ACM 모비콤(MobiCom) 2019'에서 발표되고, 이어 학회지로 출간될 예정이다.
최근 들어 스마트 워치부터 스마트 자동차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스마트 기기가 등장했지만 현재의 모바일 앱 구동 환경은 하나의 기기에 하나의 스크린만 사용하는 데 그쳐 있었다. 오 연구원은 "기존의 고정 관념과 기술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새로운 사용자경험(UX)를 창출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서 앱 기능 분산 실행을 지원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이 개발한 소프트웨어는 실제로는 여러 기기를 사용하지만 마치 가상의 단일 기기를 사용하는 것처럼 앱을 작동한다. 기존의 시중 모바일 앱을 따로 수정하지 않아도 구현 가능하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또 사용자 편리성과 범용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개별 앱의 사용자 인터페이스(UI) 요소들을 사용자가 원하는 대로 자유자재로 배치할 수 있는 기능도 추가했다.
연구진은 안드로이드 플랫폼에 프로토타입을 구현한 뒤 '유튜브' '아프리카TV' 같은 방송 스트리밍 앱을 비롯해 내비게이션, 그림판, 게임, '인스타그램' 같은 소셜미디어(SNS), 쇼핑몰 앱 등 20여 종의 기존 앱 기능을 여러 기기에서 동시 실행해 다양한 기능을 분산 활용할 수 있는 것을 확인했다.
오 연구원은 "방송 스트리밍 앱을 이용할 때 키보드 채팅창이 방송 화면을 가리는 문제가 있었던 반면, 우리가 개발한 플랫폼을 활용하면 방송 화면은 TV에 띄우고 키보드 채팅창은 스마트폰으로 띄워 자유롭게 채팅을 하면서 방송 화면도 가리지 않고 시청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택시 안에서 운전기사가 운전 중 직접 목적지를 입력하는 행위는 종종 사고의 원인이 된다. 승객이 운전석의 내비에 직접 목적지를 입력하는 것도 쉽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이 플랫폼을 활용하면 내비게이션 앱의 지도는 운전기사의 기기에, 목적지 입력창은 승객의 기기에 띄울 수 있어 편리하다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최근 주목받는 5세대 이동통신(5G) 멀티뷰 앱에도 적용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5G 멀티뷰는 스포츠나 게임 등의 경기를 여러 각도로 시청할 수 있는 새로운 서비스로, 연구진의 플랫폼 기술이 확장 적용할 경우 사용자는 여러 각도의 영상을 각각 다른 기기에서 동시에 시청할 수 있게 된다.
신 교수는 "개발한 플랫폼이 갖는 높은 유연성과 범용성은 단일 기기에서 다중 기기로 모바일 서비스의 패러다임을 바꿀 것"이라며 "듀얼스크린 폰, 폴더블 폰 등 국내 기업의 차세대 제품에도 적용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송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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