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은 현지시간 어제(15일) 미국이 2017년 이후 부과한 일련의 제재를 해제하면 협상의 문이 활짝 열린다고 밝혔습니다.
유엔 회의 참석차 미국을 방문한 자리프 장관은 이날 미 지상파 방송인 NBC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히고 "협상 테이블을 떠난 것은 미국"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란의 핵 프로그램 제한과 미국의 대(對)이란제재 해제를 골자로 2015년에 체결된 이란 핵 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에서 탈퇴한 것은 이란이 아니라 미국이라는 지적입니다.
실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 체결된 이란 핵 합의에서 너무 많은 양보를 했고, 이란의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억제하는 데 실패했다며 지난해 탈퇴를 선언했습니다.
이후 트럼프 행정부는 올해 4월 이란의 주 수입원인 석유 수출을 크게 제한하는 제재를 했고, 이에 따른 반발로 이란은 핵 합의에 명시된 우라늄 농축 제한을 준수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자리프 장관은 이란은 핵무장에는 관심이 없다면서 "핵무기 개발에 관심이 있었다면 우리는 오래전에 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란과 미국 사이의 군사적 긴장과 관련해서는 양국 모두 무력충돌을 추구하지는 않으며, 전쟁 직전에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자리프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전쟁을 원한다고 믿지 않는다. 그러나 그의 주위에 (전쟁을) 꺼리지 않은 사람들이 있다고 믿는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백악관 내 강경 외교 기류를 주도하는 것으로 알려진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 등 매파를 지칭한 것으로 보입니다. 자리프 장관은 종종 볼턴 보좌관 등을 핵합의 파기의 장본인으로 지목하곤 했습니다.
자리프 장관은 그러면서 "그러나 결국에는 신중함이 우세할 것이기 때문에 그들이 성공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며, "사람들은 이란이 크고 자랑스러운 나라라는 것을 안다. 그리고 우리는 군사 공격을 가볍게 여기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자리프 장관은 "미국이 불장난을 하는 것으로 생각한다"며 "어떤 협상에서도 '승-승(win-win)' 상황을 찾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패-패(lose-lose)' 상황으로 끝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미국과 이란의 대치가 계속되는 가운데 자리프 장관이 이번 유엔 회의에 참석할 수 있도록 미 정부가 비자를 내어줄지도 관심사였습니다. 미 국무부는 자리프 장관에게 일단 비자 자체는 발급하되 방문지를 제한한 비자를 발급했습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자리프 장관은 회의장인 유엔 본부와 부근의 유엔 주재 이란 대표부와 대표의 관사만 방문할 수 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