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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법 다루는 기재위…"票와 무관하다"며 기피
입력 2019-07-15 17:57  | 수정 2019-07-15 20:00
◆ 포퓰리즘에 누더기 된 세제 ◆
한국 국회의 열악한 세법 심사 기능은 주관 상임위인 기획재정위원회의 위상을 통해서도 여실히 확인된다. 실권도 없이 다루는 이슈만 복잡해 의원들의 대표적인 기피 상임위로 꼽히기 때문이다. 반면 미국과 일본의 세법 담당 상임위는 세정 운용에 막강한 권한을 지녀 다선의원들이 몰려드는 인기 상임위로 취급받는다.
한국의 국회의원들은 4년의 임기 중 전·후반기 두 차례 본인이 속할 상임위를 신청할 수 있는데 기재위는 영락없는 하위권이다. 각당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국회 원구성 때 최고 인기 상임위는 국토위로 나타났다. 국회 관계자는 "3순위까지 신청할 수 있는 상임위 신청명단에 의원들은 1순위로 국토위 또는 교육위를 기재하고 2, 3순위는 아예 공란으로 비워둘 정도"라고 전했다. 모 의원실 관계자는 "2년 뒤 총선에서 다시 한번 유권자의 선택을 받기 위해서는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을 다루는 국토위가 적격"이라며 "지역구에 필요한 예산을 끌어오는 데도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교육위도 지역구에 위치한 학교 예산을 특별교부금 형태로 따올 수 있어 초인기 상임위다.
국토위와 교육위가 인기 있는 이유를 반대로 뒤집어 보면 기재위가 비인기 상임위인 이유가 나온다. 기재위를 통해 지역구에 해줄 수 있는 게 없기 때문이다. 또 난해한 경제 어젠다를 다루는 '고난이도' 상임위인 것도 한 이유다. 재미는 없고 업무는 과다하다는 평이다. 이처럼 기재위가 인기가 낮은데도 소속위원들의 당선횟수는 국회 전체의 평균보다 조금 높은 편인데, 난해한 이슈를 다룰 기재위 전담 다선의원들이 곳곳에 배치된 결과다.
기재위가 본연의 기능인 세법 심사만 제대로 할 수 있어도 최고 수준의 인기상임위가 될 것이란 의견도 적지 않다. 지금은 쟁점법안을 다룰 때면 당 지도부가 내린 결론을 따르기만 하는 경우가 대다수여서 의원들이 기재위에 전혀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해외 세법 담당 상임위의 경우 쟁점 세법안에 큰 영향을 끼쳐 중량급 의원들이 대거 지망하고 있다. 미국의 세법위원회(Ways and Means Committee)는 언제나 '가장 강력한' 상임위란 수식어가 따라붙는 곳이다. 소속 의원들은 세법 개정에 실질적인 영향을 행사해 기업들로부터 많은 후원금을 받는 것으로 유명하다.
일본의 세제조사회는 재무성 관료 출신이거나 재무대신 등을 지낸 사람들 위주로 구성된다. 각 부처에 영향력이 크기 때문에 자민당 내의 주요 파벌(계파)에서 핵심 인물들이 참여하는 곳이다. 과거에는 총리도 세제조사회를 함부로 대할 수 없다고 할 정도의 강력한 힘을 지녔다.
[도쿄 = 정욱 특파원 / 서울 = 김태준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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