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수익률 뻥튀기` 분양형 호텔 철퇴..분양신고 의무화로 급제동
입력 2019-07-15 13:47  | 수정 2019-07-15 18:46

지난달 중순 제주도 서귀포경찰서 앞에 40여 명이 모여 집회를 열었다. 2016년 9월부터 영업이 진행 중인 서귀포 A호텔 투자자들이었다. 이 투자자들은 시행사로부터 분양 당시 약속받은 확정 수익을 받지 못해 피해를 입었다고 호소하고 있다. A호텔 투자자들은 지난해 관리단을 구성해 민사소송을 제기하는 한편 호텔 관리를 위해 영업신고증을 교부받아 4월 자체적으로 위탁 운영사까지 선정했다. 하지만 투자자들이 위탁한 운영사 직원들은 최근 기존 시행사에서 보낸 인력에 의해 강제로 호텔 밖으로 쫓겨났다. 이들은 "심각한 재산상 피해를 입었는데도 아무런 구제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과장·허위 광고를 믿고 분양형 호텔이나 생활형 숙박시설(레지던스)에 투자했다가 피해를 보는 사람들이 늘어나자 정부가 일정 규모 이상 건축물이면 분양신고를 의무화하는 등 제도 개선에 나섰다. 하지만 사업자 처벌이나 피해자 보호 등에 허점이 아직도 많아 정부가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9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분양형 호텔과 생활형 숙박시설 제도를 개선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건축물 분양에 관한 법률(건축물 분양법)' 시행령 개정안이 최근 입법예고됐다.
개정안의 핵심은 분양형 호텔·레지던스의 총 객실이 30실 이상이면 분양신고를 의무화하는 내용이다. 현행 건축물 분양법엔 바닥면적 합계가 3000㎡ 이상일 때만 분양신고를 하도록 되어 있어 이 규모 이하 건물은 허위·과장 광고를 하더라도 대처할 방법이 없다. 처벌은커녕 관리조차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규모가 작은 분양형 호텔이라도 최소한의 관리 범위에 둬야 한다는 주장에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 분양형 호텔·레지던스의 인허가가 매우 깐깐해지고 기존에 남발했던 확정 수익률 약속에도 제동이 불가피해졌다.
또 분양형 호텔·레지던스의 분양절차가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나오자 추첨시기를 명확히 규정하는 등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는 방안도 포함됐다. 이들 시설의 인터넷 청약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청약 대행기관도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정한다.
최근 분양형 호텔 등의 피해자는 급증하는 추세다.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전국서 운영되고 있는 151개의 분양형 호텔 중 24개가 당초 제시된 수익률이 지급되지 않아 호텔 운영권 문제 등을 놓고 각종 소송전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소송이 종료된 사례(27개)까지 합치면 문제가 발생한 곳이 51개나 된다. 전국에서 운영 중인 분양형 호텔의 3분의 1에 해당한다.
분양형 호텔은 개발사업자가 호텔 객실을 별도로 분양한 후 호텔 영업 수익을 계약자들에게 배분하는 수익형 부동산이다. 확정수익을 보장한 분양형 호텔의 피해자들이 당초 제시된 수익금을 지급하지 못하는 배경에 호텔 운영사의 일방적이고 불공정한 계약이 있다. 수익금을 받지 못한 투자자들이 호텔 담보대출을 통해 분양대금을 마련한 만큼 분양형 호텔의 분쟁과 부실이 금융권 부실로도 이어질 것이라는 경고음도 커지는 모습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정부 대책이 분양형 호텔의 허위·과장 광고에 따른 피해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라고 보고 있다. 국토부가 건축물 분양법으로 관리를 한다지만 이 법령으로는 과징금조차 물릴 수 없기 때문이다. 심지어 분양형 호텔을 비롯한 비주거용 부동산에 대한 정보시스템조차 갖춰져 있지 않아 현황 파악도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표시광고법) 위반으로 제재할 수는 있지만 과징금이나 시정명령 정도에 그쳐 제재 실효성이 낮다. 그나마 허위광고로 제재를 받아도 계약자들은 계약을 해지할 수조차 없다.
김학권 한국비즈니스호텔협회 회장은 "허위광고로 인한 처벌 뿐만 아니라 분양신고를 할 때 보증을 받도록 해 보증기관 명칭을 공고하는 등 좀 더 치밀한 소비자 보호대책이 추진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손동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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