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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어공주’ 할리 베일리 캐스팅, 차별과 혐오로 멍든 디즈니 [M+무비로그②]
입력 2019-07-12 10:20 
디즈니 라이브 액션 ‘인어공주’ 주인공 할리 베일리 사진=ⓒAFPBBNews=News1
흑인 인어공주가 탄생했다. 공주와 왕자 서사를 숱하게 생산해온 디즈니가 실사화 ‘인어공주 에리얼 역에 할리 베일리를 캐스팅하자 예비 관객들의 설전이 벌어졌다.

디즈니는 지난 4일 공식 트위터를 통해 미국의 가수 겸 배우 할리 베일리가 디즈니의 새로운 라이브 액션 ‘인어공주 에리얼 역으로 캐스팅됐다는 소식을 전했다. 디즈니 공식 발표 후 할리 베일리는 자신의 SNS에 Dreams come true(꿈이 이루어졌다)”라는 글을 올리며 감격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꿈이 무너졌다”며 날선 반응을 보였다. 캐스팅에 비판적 시선을 보내는 이들의 주장 요지는 1989년 선보인 디즈니 애니메이션 ‘인어공주 속 에리얼과 할리 베일리의 외모가 다르다는 점이다. 기존 ‘인어공주 에리얼은 하얀 피부에 빨간색 머리, 푸른 눈을 한 모습으로 백인에 가깝다. 그러나 디즈니가 애니메이션 속 캐릭터를 뒤집고 흑인 배우를 캐스팅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인종차별은 물론 혐오 발언들이 무섭게 쏟아졌다.

‘인어공주 캐스팅 논란을 둘러싼 혐오와 차별에는 결국 인종차별주의가 전반에 깔려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심지어 할리 베일리와 애니메이션 에리얼의 외모를 하나하나 비교하는, 이른바 ‘외모 품평까지 등장했다. ‘동심 파괴 주장 뒤에 숨어 아무렇지도 않게 인종차별적 발언을 퍼붓는 행태다.

‘인어공주 아리엘 사진=할리 베일리 인스타그램

어쩌면 이번 논란에서 디즈니 역시 자유롭지 못할 수도 있다. 디즈니는 과거부터 현재까지 수많은 공주와 왕자 이야기를 답습, 전파해왔고 이는 은연 중 성차별과 인종차별을 야기해온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제 디즈니는 변화하려고 한다. 엄청나게 큰 변화는 아니지만 적어도 시대 흐름과 변화에 발맞추려는 의지 정도는 충분히 읽을 수 있다. 최근 흥행 열풍을 몰고 온 ‘알라딘(감독 가이 리치) 속 공주 자스민이 진취적 여성으로 재탄생한 것만 보더라도 그 의지가 확연히 느껴진다. 이후 개봉한 ‘토이 스토리4(감독 조시 쿨리)에서도 우디의 독립과 더불어 여성 캐릭터 보 핍의 자립성은 디즈니 심연의 확장으로 읽힌다.

이 같은 디즈니의 경향에 대해 황진미 영화평론가는 실사화 속 인종변화를 통해 정치적 올바름을 지향하는 제스처로 볼 수 있다. 애니메이션에서 여성 주인공의 주체성을 늘려나가는 방식, 젠더와 인종 이야기를 잘 끌고 나가는 거다. 큰 틀은 변하지 않지만 나름대로 변화를 주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진보적 어젠더를 (디즈니가) 자기 식으로 조금씩 뜯어고치는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개인차가 있고, 의견은 존중되어야 함이 마땅하다. 그렇기에 어떤 의견이라도 완전히 묵살할 순 없다. 다만 건설적 비판이 아닌 무차별적 비난을 쏟아내는 태도에 대해서는 한 번쯤 반추해봐야 할 때다.

MBN스타 대중문화부 김노을 기자 sunset@mkcultur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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