숀 로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아태지역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11일 서울 명동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국제금융센터 초청 세미나에서 이 같이 밝혔다.
로치 이코노미스트는 "한국의 인플레이션 수준이 매우 낮다는 것을 감안할 때 한국은행은 하루 빨리 금리 인하에 나서야 한다"면서 "상황에 따라 한국은행이 시장에서 예상하는 것보다 일찍 금리를 인하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현재 한국의 성장률은 과도하게 낮아 내수를 진작해 성장률을 높여야 한다"며 "통화정책에 과도하게 의존하면 가계부채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재정정책과 균형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여력이 있어 올해와 내년에 걸쳐 재정 부양책을 펼치는 게 바람직하다"며 "계속 성장률이 낮은 수준으로 유지되는 상황에서는 재정 부양책이 단기 뿐 아니라 중장기적으로도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킴엥탄 S&P 아태지역 국가신용평가팀 상무도 "현재 한국 정부는 재정정책을 펼칠 만한 여력이 충분하다"고 언급했다.
그는 "과거 한국 경제는 대외 수요에 많이 의존했다.지금은 내수를 진작할 수 있는 원천이 무엇인지 보고 이를 개선해야 한다"면서 "지금까지 한국 성장에 왜 내수가 기여하지 못했는지 이유를 고민할 필요가 있고, 이에 대해 적절한 정책을 입안해 내수가 주도하는 경제 성장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킴엥탄 상무는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은 안정적이며 전반적인 경제성장과 대외수지는 굉장히 견고하다"면서 "단기적으로 대외 리스크가 등급에 악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최근 한일 무역갈등과 관련해 로치 이코노미스트는 "불확실성을 증폭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면서 "그렇게 되면 투자 안정화 회복이 어려워지고 성장에는 하방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그는 "현시점에서 한일 무역갈등의 영향이 어느 정도일지 수치로 제시하기는 어렵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한국 기업 신용평가를 담당하는 박준홍 S&P 이사는 "한일 무역 갈등으로 직접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섹터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패널"이라며 "부정적인 영향은 확실하지만 이 사태가 본질적으로는 정치·외교적 문제여서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사태가 장기화하면 반도체 분야 감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만 전체적으로 공급 자체가 줄면 가격이 약간 반등해 완충작용을 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디지털뉴스국 류영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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