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잠실5단지, 인허가 촉구를 위한 항의집회…망루 쟁탈전 밀착 취재기
입력 2019-07-11 11:56 
1) 7월 10일 오후 1시50분 잠실5단지 전경. [박윤예 기자]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맞은편에 위치한 잠실5단지. 최고 입지의 아파트에 '박원순 거짓말쟁이'등 각종 플래카드가 걸려있다.
잠실5단지는 1977년 준공한 아파트로, 2010년 안전진단에서 조건부 재건축에 해당하는 D등급 판정을 받았다. 조합은 서울시에 재건축을 조속히 이행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10일 오후 2시 이곳에는 플래카드 외에도 아파트 옥상 위에 망루와 줄타기용 의자가 설치됐다. 2주 전부터 잠실5단지 재건축 조합은 '박원순 시장의 약속이행을 촉구하는 잠실5단지 조합원 항의집회'를 열 것이라고 발표했다. 당구장 표시를 한 채 '단지 옥상에 철탑을 설치하여 철탑 끝에서 1인 시위'와 '단지 외벽에 줄타고 1인 시위'도 예고했다. 위험천만한 퍼포먼스 예고때문인지 집회 현장에는 수백명의 경찰·소방 인력이 배치됐다.

2) 7월 10일 오후 2시. 잠실사거리 한복판에 집회를 연 잠실5단지재건축조합. [박윤예 기자]

3) 집회 현장에서 보기 드문 소방인력까지 동원된 모습. 소방인력은 `단지 외벽에 줄타고 1인 시위`가 예고된 잠실5단지 530동 주변에 집중 배치됐다. [박윤예 기자]

4) 잠실5단지 530동의 외벽 꼭대기에 `줄타기용` 의자가 놓여져있다. 집회가 시작되자 경찰은 이 의자를 치워버렸다. [박윤예 기자]

5) 잠실5단지의 서울시 인허가 촉구를 위한 항의집회하는 모습. [박윤예 기자]
오후 2시 집회 시작과 함께 이슬비가 보슬보슬 내렸다. 500명이 넘는 잠실5단지 주민들은 질서정연하게 자리를 채워나갔다. 주민들은 '박원순은 시민을 더 이상 우롱하지 마라' '재건축해서 하루라도 살다 죽게하라' '조국 수석 아파트처럼 우리 아파트도 재건축 승인해라' 등 플래카드를 들고 구호를 외쳤다. 단지 바로 앞에서 집회를 연 만큼 기웃기웃 지켜보는 주민들도 많았다.
조합 측은 박원순 서울시장이 2017년 잠실5단지에 대해 관광특구 지역인 만큼 국제 설계 공모로 설계업체를 선정하면 재건축 인허가를 최대한 간소화해주겠다고 약속해놓고도 부동산 가격 안정을 이유로 인허가를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고 비판했다.
집회 포문을 연 정복문 조합장은 "당시 기존 설계업체가 있는데도 박 시장의 얘기에 조합이 비용을 부담하기로 하고 업체를 다시 선정했다"며 "재건축 인허가를 볼모로 한 서울시의 모든 요구 조건을 수용했음에도 서울시장이 약속한 지 2년 3개월이 지나도록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정 조합장은 "박 시장은 재건축 인허가와 관련한 약속을 이행해야 한다"며 "약속을 이행하지 않거나 미룰 경우 발생하는 모든 불미스러운 사태에 대한 법적 책임은 박 시장 본인에게 있다"고 말했다.
6) 오후 2시 30분. 잠실5단지와 `동병상련`의 아픔을 가지고 있다는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의 이정돈 재건축추진위원장이 등장해 발언을 하고 있다. [박윤예 기자]
이정돈 은마아파트 재건축추진위원장은 "우리도 대치역사거리에서 시위를 해야하나 싶을 정도로 고민스러워 동병상련의 마음으로 왔다"며 "생존권 싸움이지 재산 싸움을 하려는 게 아닌데 마치 투기꾼으로 보고 있어 답답하다"고 말했다. 1979년 준공돼 올해로 지어진 지 40년 된 은마아파트도 재건축이 지지부진하다.
7) 오후 2시 45분 이날 초대가수는 김추자의 `거짓말이야`를 부르며 분위기를 띄웠다. [박윤예 기자]

8) 오후 3시 조합은 `줄타기 1인 시위`가 예고된 잠실5단지 530동 옥상으로 올라가고자 시도했으나 경찰에 막혔다. [박윤예 기자]

9) 오후 3시 10분 잠실5단지 530동 앞에서 조합과 경찰 간 고성이 오가고 몸싸움이 벌어졌다. [박윤예 기자]
오후 3시. 집회 도중 정복문 조합장과 조합 이사들은 '줄타기 1인 시위'를 하고자 잠실5단지 530동으로 향했다. 하지만 경찰들이 위험하다고 막아서서 고성이 오가고 몸싸움이 한동안 벌어졌다. 조합은 "왜 내 집에 못 들어가게 하느냐"며 "1인 시위를 하겠다고 조합원들과 약속했으니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소리쳤다. 끝내 정 조합장과 이사들은 발걸음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이들은 옥상에 '망루'가 설치된 529동으로 다시 향했다. 2009년 용산참사 망루 농성 이후 망루가 재등장한 셈이다. 529동 입구에서 경찰과 또다시 마찰이 있었으나 조합장 1명과 이사 1명만 들어가는 조건으로 오후 3시 20분 529동에 '입성'했다.
10) 오후 3시 27분 정복문 조합장과 채병렬 조합원 이사가 아파트 옥상에 설치된 10m 높이 철제 구조물(혹은 망루)에 올라가는 모습. [박윤예 기자]




정조합장은 집회장으로 돌아와 '혈서'쓰기로 농성방식을 바꿨다. 정 조합장과 조합원들은 "박원순 시장님, 목숨보다 더 소중한 재건축. 피를 모아 애원합니다. 잠실5단지조합원일동"이라 적힌 혈서를 완성한 뒤 오후4시께 집회를 마무리했다.
[박윤예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