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우리나라에 대한 수출 규제를 발표한 지난 1일 이후 원화값의 절하폭이 주요국 통화 대비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한 달 만에 달러당 원화값이 1180원대로 재차 급락하는 등 변동폭이 커지면서 금융시장 불안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0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1154.8원이던 달러당 원화값은 10일 장중 1182.3원으로 약 2.4% 급락했다. 열흘 만에 27원 넘게 떨어졌다.
이 기간 달러 가치가 글로벌 강세를 보이며 주요국 통화 가치를 떨어트렸지만 원화의 절하폭은 유독 컸다. 지난달 28일부터 9일까지 달러 대비 유로화는 1.35%, 영국 파운드는 1.2%, 일본 엔화는 0.9% 하락했다. 신흥국 통화의 절하 폭도 러시아 루블화 0.93%, 대만 달러 0.64%, 싱가폴 달러 0.47% 수준에 머물렀다.
미·중 무역협상 국면에서 원화와 강한 동조화를 보였던 중국 위안화의 경우 역외시장에서 6.8683위안에서 6.8942원으로 약 0.38% 하락하는 데 그쳤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원화값이 '나홀로' 급락하는 배경엔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 등의 악재가 반영됐다고 본다. 백석현 신한은행 연구원은 "금융 시장은 불확실성을 싫어한다"며 "일본의 수출 규제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원화 가치를 떨어트리고 있다"고 해석했다.
악재가 겹치면서 원화값이 하반기 중 다시 1200원을 향해 급락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달러당 원화값은 지난달 미·중 무역협상 결렬 불확실성의 영향으로 1190원대로 떨어졌었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가 지속되고 미국의 금리인하 효과도 떨어지면 원화값이 다시 급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정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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