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실업과 늦은 결혼, 주거비 상승, 맞벌이 가정 증가 등으로 성인 자녀를 돌보는 5060세대 부모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모 부양과 함께 '캥거루족'(자립할 나이가 됐는데 부모에게 경제적으로 기대는 것), '부메랑 키즈'(취업, 결혼 등으로 독립했다가 실업, 이혼 및 출산 등으로 부모에게 돌아오는 것) 등이 주된 이유로 꼽힌다.
한화생명은 최근 자사 보유고객 정보와 주요 포털사이트 검색 키워드, 인터넷 카페 게시글 등 약 2000만개의 빅데이터를 활용해 5060세대의 라이프 트렌드, 금융 스타일 등을 분석해 눈길을 끈다.
◇ 부모 부양, 자녀에 손자녀 교육, 은퇴 준비까지 스스로…3重苦
5060세대는 간병, 요양원과 같은 부모 부양에 대한 부담과 자녀 결혼 및 학비, 손자녀 육아까지 위·아래로 감당해야 할 몫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나'를 위한 걱정까지 할 겨를이 없었다. 더욱이 5060세대는 은퇴시점이 다가오는 나이임에도 자녀와 관련한 지출 부담이 여전했다. 심지어 60대는 독립한 자녀의 손자녀 양육 부담 관련 지출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자녀 관련 카드 지출은 50대는 등록금, 학원 등이 높은 순위를 차지했다. 반면 60대는 손자녀 유치원비가 가장 높은 순위를 기록했다.
공소민 한화생명 빅데이터팀장은 "50대에 자녀 졸업 등으로 등록금, 학원 비용이 감소하면, 또 다시 60대에 손자녀의 유치원비를 감당해야 하는 현실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어린이 용품인 인형, 완구, 아동용 자전거 카드 지출액이 40대 7만3000원, 50대 7만5000원인데 비해 60대에 8만2000원으로 증가한 것도 이 같은 분석을 뒷받침 한다. 이는 통계청 사회조사 자료에서도 나타났는데 5060세대를 대상으로 자녀와 동거하는 이유에 대해 '손자녀 양육 때문'이라고 답변한 비율은 2007년 13%에서 2017년 35%로 3배정도 늘었다.
부모, 자녀, 손자녀까지 걱정하는 5060세대는 은퇴 후 노후 준비도 '스스로' 하려는 경향이 짙다. 통계청 사회조사 자료에 따르면 10년전인 2007년에 노후준비를 하고 있다고 답변한 50대는 73%였으나 2017년에는 80%로 증가했다. 60대도 53%에서 66%로 늘었다.
노후준비를 하지 않는 이유로 '자녀에게 의탁하려고' 라고 답변한 비율은 2007년 19%에서 2017년 9%로 절반으로 감소하며 은퇴 후 삶을 스스로 준비하기 위한 부담도 함께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 돈 쓸 데 많은 5060세대… '그래도 자식한테 짐은 되지 말아야지'
한화생명이 보유고객 500만명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저축보험 평균 월납 보험료는 5060세대가 49만 4000원이었으나 3040세대는 35만 4000원으로 14만원이 적었다. 소득 대비 납입비율도 5060세대가 6.7%인데 비해 3040세대는 5.4%로 나타나 중장년층이 버는 돈 중 저축하는 비율이 더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스스로 노후를 준비 하느라 고된 5060세대는 부채 부담도 컸다.
통계청 가계금융복지조사를 통해 연령대별 평균 부채를 조사한 결과 50대가 8469만원으로 많았고, 40대(8173만원), 60대(7353만원) 순이었다. 5년전(2012년) 대비 부채 증가율은 60대가 54.1%로, 모든 연령대에 비해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빚 갚으랴, 저축하랴 힘든 5060세대에 또 다른 부담은 '의료비'다.
한화생명의 인당 평균 실손보험금 지급현황을 보면 2013년 77만 7000원에서 2018년 94만 5000원으로 21.6% 늘었다. 특히, 입원은 5년전 130만원 대비 177만원으로 36.2% 증가했고, 통원은 27만 4000원 대비 46.9% 증가한 40만 2000원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의 5060세대 생활비를 분석한 자료에서도 2012년 대비 2017년에는 의료비가 13.4% 증가하며 통신비(8.8%), 경조비(6.9%), 식비(5.2%), 주거비(2.7%) 등에 비해 가장 크게 증가했다.
부모 부양에 대한 생각도 10년 전과 달라졌다.
통계청에서 부모 부양에 대한 견해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부모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고 답변한 경우가 5060세대와 2030세대 모두 증가했다. 반대로 '가족이 책임져야 한다'고 답변한 경우는 줄었다.
◇ 5060세대 금융 태도는 '모범생', 금융 지식은 '열등생'
대출상환에 있어 5060세대는 다른 연령층에 비해 모범적이었다. 한화생명의 2018년 보험계약대출 계약 건을 분석한 결과 2040세대는 65.7%가 연체 경험이 있는 반면 5060세대는 52.0%로 13.7%p 낮았다.
신용대출 분석결과도 유사하게 나타났다. 지난해 한화생명의 신용대출을 유지하고 있는 고객을 분석한 결과, 연체 경험이 있는 2040세대는 55.6%였으나 5060세대는 27.6%로 절반 밖에 되지 않았다.
연체 고객의 연체 기간도 5060세대가 확연히 짧았다. 평균 연체월 수를 분석한 결과 20대는 2.54개월을 연체하는 것으로 나타난 반면 50대는 0.43개월, 60대는 0.39개월에 불과했다.
이 같이 모범적인 금융 태도를 가진 5060세대지만 금융 지식은 그렇지 않았다. 금융감독원에서 만 18세에서 만 79세까지 성인 24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금융이해력은 다른 연령대에 비해 50대와 60대가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이자에 대한 개념과 단리 계산, 정보에 입각한 금융상품 선택과 관련해서 5060세대의 점수는 3040세대에 비해 현저히 낮았다.
[디지털뉴스국 류영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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