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배우자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70)과 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45)이 필리핀 가사도우미를 불법 고용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15단독 안재천 판사는 위계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이 전 이사장에게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조 전 부사장에겐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과 벌금 2000만원을 선고했다. 또 각각 160시간, 120시간의 사회 봉사도 명령했다. 이들과 함께 기소된 대한항공 법인에는 벌금 3000만원을 선고했다.
안 판사는 "그룹 총수의 배우자와 자녀라는 지위를 이용해 대한항공을 가족 소유 기업처럼 여겼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들의 지시를 따를 수밖에 없는 직원들을 불법 행위에 가담하도록 했고, 현지 업체 수수료나 신체검사비 등 이 과정에 들어간 비용을 회사 돈으로 사용했다"고 덧붙였다. 특히 이 전 이사장에 대해선 "가장 오래 근무한 가사도우미가 귀국한 이유를 왜곡해 자신에게 유리하게 주장하는 등 범행을 진정으로 뉘우치는지 의심되는 행동을 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검찰이 구형한 벌금형은 이들에게 상응하는 형벌로 보기 힘들다"고 했다.
두 사람은 2013년부터 지난해 초까지 필리핀 11명을 대한항공 직원인 것처럼 허위로 초청해 가사도우미 일을 시킨 혐의로 기소됐다. 이 전 이사장은 6명, 조 전 부사장은 5명의 가사도우미를 불법 고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대한항공은 이들의 지시를 받아 필리핀 지점을 통해 가사도우미를 선발한 뒤 본사의 연수 프로그램을 이수한다고 꾸며 연수생 비자를 발급받았다.
[송광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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