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5G·IT장비`의 힘…주식형 헤지펀드 부활
입력 2019-07-01 17:42  | 수정 2019-07-01 20:00
지난해 급락장에서 대거 손실을 기록했던 주식형 사모 헤지펀드들이 올해 들어서는 5G나 반도체 장비주가 선전하면서 시장 대비 우수한 성과를 보였다. 지난해 화장품이나 자동차 같은 시장 주도주들을 공격적으로 담아 대거 손실을 기록했던 '롱숏 전략'이 올해는 종목을 잘 골라 선방했다는 평가다.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주식형 사모 헤지펀드들의 평균 수익률은 8.9%로 코스피 상승률인 4.1%의 두 배가 넘는 성과를 거뒀다.
특히 140개의 롱숏형 헤지펀드 중에서 57개(40%)가 6개월 만에 10% 넘는 수익률을 거뒀다. 시장 하락폭보다 더 떨어졌던 지난해 하반기와는 상반된 모습을 보인 것이다. DS자산운용, 빌리언폴드자산운용, 타이거자산운용, 라쿤자산운용, 제이앤제이자산운용 등 과거 주식 롱숏 전략으로 유명했던 자산운용사들이 이름값을 했다.
지난해 주식 급락장에서 손실을 본 사모 헤지펀드들은 올해 1분기까지 여전히 소폭의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사모 헤지펀드들이 주로 쓰는 롱숏 전략은 주가 상승이 예상되는 종목은 매수하고 하락이 예상되는 종목은 공매도하는 것인데 대부분의 롱숏 전략은 숏보다는 롱의 비중이 더 크다 보니 지난해 급락장에서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이다.

올해 초반에는 반대로 상승장이 펼쳐졌지만 사모 헤지펀드들이 선제적으로 정보기술(IT) 등의 대형주 비중을 줄였던 탓에 코스피 상승세와는 동떨어진 수익률을 기록했다. 그러다 보니 그동안 사모 헤지펀드의 대명사였던 '롱숏 전략'에 대해선 투자자들 관심이 식어갔고 상대적으로 안정된 성과를 낸다는 메자닌 전략이나 기업공개(IPO) 전략이 인기를 끌었다. 올해 롱숏 전략이 다른 전략에 비해 선방한 이유는 부진한 시장에서도 주가가 뛰었던 5G나 반도체 장비주 같은 중소형 IT주를 주로 담았기 때문이다.
DS자산운용 관계자는 "지난해 증시에서 종목과 섹터가 펀더멘털보다는 테마에 따라 오르고 내려 롱숏 전략이 무너졌다면 올해는 정책이나 산업의 방향성에 따라 주가가 오르는 종목들이 보여 액티브하게 운용하는 롱숏 전략이 빛을 발했다"고 말했다. 5G나 비메모리 반도체 등 정부의 육성 의지가 보이는 종목들이 주목받으며 주가가 오르자 종목 발굴로 롱숏 전략을 펴던 헤지펀드들이 상대적으로 좋은 성과를 거둔 것이다.
디에스 수 전문투자형 사모펀드가 연초 대비 수익률 30.2%를 기록했고 빌리언폴드 Billion Beat-RV 펀드는 연초 대비 20.6% 성과를 보였다. 제이앤제이파트너롱숏전문 사모펀드 역시 연초 대비 14.6%의 수익률을 올렸다.
라임자산운용 관계자는 "코스닥의 5G나 장비주들이 주목받으면서 롱숏 펀드뿐만 아니라 코스닥벤처 펀드들 성과도 개선됐다"며 "코오롱 인보사 사태로 투자심리가 위축되긴 했지만 연초에 비해서는 여전히 주가가 높은 수준인 바이오 종목들도 사모 헤지펀드의 상승을 이끌었다"고 말했다.
다만 좋은 성과에도 불구하고 롱숏 전략 자체가 변동성이 크다 보니 시장에서는 이를 보완하기 위해 채권이나 다른 전략을 혼합하는 멀티 전략이 인기를 끌고 있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단기 채권에 레버리지를 활용하는 레포 전략을 제외하면 시장에 나와 있는 헤지펀드의 주 전략은 멀티 전략으로 33.2%를 차지한다. 롱숏 전략은 13.3%에 불과하다. 또한 5월 들어 약세장이 펼쳐지자 또다시 롱숏 전략의 수익률이 마이너스로 돌아가며 한계점을 노출했다.
최창규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주식시장 방향성에 연동될 수밖에 없는 롱숏이나 롱온리 전략이 헤지펀드 전략 중 5월 수익률이 제일 부진했다"며 "오히려 멀티 전략을 쓰는 타임폴리오 The Time-M 펀드가 5월에도 2.5% 수익률을 내 멀티 전략의 안정성을 입증했다"고 말했다.
[김제림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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