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年3% 채권형펀드 하루새 완판…"또 출시될까 매일 눈도장 찍죠"
입력 2019-06-28 17:49  | 수정 2019-06-28 19:51
◆ 저금리시대 재테크 新풍속도 ◆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 금융자산 20억원 이상의 초고액 자산가들을 위해 본점 23층에 만들어진 우리 패밀리오피스에는 최근 우리은행이 선보인 채권형 사모펀드 상품에 대한 문의가 빗발쳤다. 이 상품은 국내 우량 채권에 투자하면 일부 고수익 채권에 대한 투자를 병행해 연 3% 내외의 수익률을 내걸었다.
최미애 우리은행 WM추진부장은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가 2% 밑으로 추락한 이후 자산가들은 0.1%의 금리만 더 준다고 해도 뭉칫돈을 들고 온다"며 "사모펀드 상품을 놓치지 않으려고 가까운 은행 PB센터에 매일 출근 도장을 찍는 분도 많다"고 설명했다. 우리은행은 이 채권형 사모펀드 상품을 출시한 지 하루 만에 서둘러 2호를 내놓아야 했다. 사모펀드 규정상 가입자 한도인 49명이 순식간에 마감됐기 때문이다.
고액 자산가들의 관심이 고수익 자산에만 몰리는 것은 아니다.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도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신한은행의 PB센터인 PWM서울파이낸스센터에는 최근 안전성 높은 상품에 뭉칫돈이 몰렸다. 류상진 신한PWM서울파이낸스센터 팀장은 "미·중 갈등과 브렉시트 등 글로벌 이슈로 시장이 하도 흔들리다 보니 전반적인 투자심리가 위축됐다"며 "수익성보다는 안전성을 추구하는 경향이 짙어졌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정기예금의 경우 중도에 해지해도 원금을 손해 볼 일이 없으니 임시로 자금을 파킹(parking)해 두는 것"이라며 "고액 자산가들은 단기 예금에 돈을 넣어놨다가 오피스텔과 상가 등 부동산 투자를 위한 자금으로 활용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올 들어 600조원을 넘어선 5대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이달에도 5조원가량이 늘었다. 예금 가입 기간별로 보면 특히 1년 미만인 단기성 자금의 증가세가 눈에 띈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6개월 미만 또는 6개월 이상 1년 미만 정기예금 잔액은 지난해 4월 218조6430억원 수준이었는데, 1년 만인 올해 4월 251조5303억원으로 15%가량 늘었다. 1년 이상 2년 미만 잔액도 같은 기간 385조2267억원에서 422조8056억원으로 10% 가까이 늘었지만 증가세는 단기예금이 더 두드러진다. 반면 2년 이상 장기 정기예금의 잔액은 약 40조원에서 43조원으로 소폭 증가하는 데 그쳤다.
최근 은행권이 정기예금 금리를 적게는 0.01%포인트에서 많게는 0.2%포인트까지 낮춘 점을 감안하면 이러한 정기예금 쏠림 현상은 이례적이라는 분석이다. KEB하나은행은 이달 3일 '369정기예금'의 1년제 최고 금리를 연 2.1%에서 연 1.9%로 0.2%포인트 내렸다. 신한은행도 온라인 전용 상품 '쏠편한정기예금'의 1년 만기 금리를 연 1.83%에서 연 1.81%로 낮췄고, 우리은행의 '위비SUPER주거래예금2' 금리도 연 2.0%에서 연 1.9%로 잇달아 떨어졌다.
기존 은행에 비해 금리 혜택이 좋은 인터넷전문은행도 금리 인하 하락 추세에 몸을 실은 것은 마찬가지다.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는 각각 올해 들어 두 차례에 걸쳐 예·적금 금리를 0.3~0.45%포인트 낮췄다. 현재 카카오뱅크 정기예금은 연 2.2%, 케이뱅크 '코드K정기예금'은 최고 연 2.1% 수준이다.
미·중 무역분쟁으로 안전자산을 선호하는 심리가 확산하면서 금값이 오르고 있다. 사진은 28일 서울 우리은행 본점 투체어스에서 한 은행원이 고객에게 골드바를 설명하는 모습. [김호영 기자]
지난해 우리나라의 연평균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5%,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물가상승률이 2.6%였던 점을 감안하면 실질 금리는 사실상 '제로(0)'로 수렴하게 된다. 그런데도 부동자금이 대거 정기예금으로 흘러 들어가는 것은 안전자산 선호와 투자처 부재 현상이 장기화하고 있는 탓으로 분석된다.
대표적 안전자산인 달러와 금 투자 수요도 늘었다. 지난 5월 말 5대 은행의 달러화 예금 잔액은 358억9041만달러(약 42조원)로 한 달 만에 2조원가량 늘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통상 '환테크'는 달러가 쌀 때 예금에 넣어 뒀다가 달러 값이 오르면 환차익과 예금 이자를 동시에 얻는다는 개념인데 최근 달러 예금 증가는 이 공식에는 맞지 않는다"며 "환차익보다 안전자산 수요가 높아졌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금에 대한 투자도 활발하다. KB국민·우리·KEB하나은행의 지난달 골드바 판매량은 29만8562g으로 올해 1월 4만8643g보다 약 6배 증가하며 불티나게 팔렸다.
[이승훈 기자 / 정주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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