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스튜어드십 담당자 겨우 3~6명…80%는 공시도 안해"
입력 2019-06-27 17:48  | 수정 2019-06-28 14:32
◆ '스튜어드십' 도입100개社 넘었다 ◆
스튜어드십 코드 가입 기관투자가가 100개사를 돌파하는 등 기관투자가들의 참여 행렬이 줄을 잇고 있지만 이제는 주주활동의 양보다 질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만 해두고 주주활동을 전혀 하지 않거나 주주활동을 하고서도 공시를 제대로 하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각 사 스튜어드십 코드 담당자와 책임자는 3~6명 선으로 제대로 된 기업 분석을 위해서는 전문 인력을 제대로 갖춰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27일 한국기업지배구조원에 따르면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이후 주주활동 내역(의결권 행사 내역은 제외)을 공개한 기관투자가는 미래에셋자산운용, KB자산운용, 트러스톤자산운용, 하이자산운용, 한국투자신탁운용,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메리츠자산운용, 유리자산운용 등 8개사에 불과했다.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한 자산운용사 수가 35개라는 점을 감안하면 77%는 공시 내역이 없는 셈이다. 대부분의 기관투자가들이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의 일환으로 '연간 최소 1회 이상 주주활동 내역을 공개하겠다'고 밝힌 것을 감안하면 투명성이 낮다는 평가다.
한 자산운용사의 스튜어드십 코드 담당 임원은 "스튜어드십 코드에 이름만 걸어두고 활동을 안 하는 투자자들이 있는가 하면, 상장사와의 관계를 고려해 대화 내용을 공개하지 않는 곳들도 다수 있다"며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여부가 국민연금의 위탁운용사 선정 등 기관투자가들의 평가 기준이 되는 상황에서 벌어지는 촌극"이라고 평가했다.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는 "스튜어드십 코드의 7가지 원칙 중 하나로 공시를 투명하게 한다는 원칙이 나와 있고, 도입한 자산운용사들은 이 같은 원칙을 준수할 필요가 있다"며 "스튜어드십 코드를 본격적으로 하는 상황에서 제대로 공시하는 자산운용사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는 점은 아쉽다"고 평가했다.
전문 인력 육성 역시 스튜어드십 코드의 제대로 된 활용을 위한 장기 과제라는 평가다. 대형 자산운용사들조차 스튜어드십 코드 담당자가 3~6명 수준이다. 일부 중소형 자산운용사의 경우 스튜어드십 코드에 대해 생소한 운용역을 담당자로 배치해 불만이 나오기도 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대부분의 운용사들이 스튜어드십 코드와 연관성이 떨어지는 운용역을 해당 업무에 겸직을 시키고 있다"며 "관련 전문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외부 의결권 자문사의 영향력에 좌지우지되기 쉽다"고 토로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개별 회사에서 스튜어드십 코드에 대한 사전적인 가이드라인이 명확하게 설정돼 있지 않으면 자의적으로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며 "개별 자산운용사들을 들여다보면 역량 강화가 절실한데, 이를 위해서라도 각 사별로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유준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