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서울 17개구 아파트값 보합·상승 전환…재건축도 완연한 회복
입력 2019-06-27 17:33 
9·13 부동산대책 발표 후 가격이 수억 원씩 급락했다가 회복해 최근 전용면적 82㎡ 타입에서 신고가인 20억6800만원에 거래가 이뤄진 잠실주공5단지 아파트 전경. [매경DB]
서울 평균 아파트값이 33주 만에 하락세를 멈췄다.
서울 집값 반등에 대해 보수적인 판단을 고집하던 한국감정원도 "투자심리가 상승 쪽으로 방향을 틀었고, 가격이 바닥을 찍었다"고 결국 인정했다. 정부가 다시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도입 등 추가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가운데 서울 집값 반등세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관심이 모아진다.
한국감정원이 27일 발표한 '주간아파트 가격동향'에 따르면 6월 넷째 주(6월 24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은 0.00%를 기록했다. 9·13 부동산대책의 효과가 본격화되기 시작한 지난해 11월 첫째 주부터 하락세를 이어오다 33주 만에 보합으로 돌아섰다.
서울 전체 25개 자치구 중 무려 12개 구 아파트값이 지난주보다 올랐고, 5개 구는 보합이었다. 하락한 자치구는 8곳에 불과했다.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 아파트값은 지난주 보합에서 이번주 0.01%로 상승 전환했다. 강남구와 송파구는 이번주 각각 0.03%, 0.02% 올라 상승폭을 키웠고, 서초구도 지난주 보합에서 0.03% 오르며 36주 만에 상승 반전했다. 강동구는 지난주 -0.06%에서 -0.05%로 하락폭을 줄였지만 이번주도 서울 최대 낙폭 지역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강남을 제외한 서울 곳곳에서도 하락세를 멈췄거나 상승 전환했다. 양천구는 목동 신시가지 재건축 아파트 단지, 동작구는 흑석동 일대 저가 매물이 팔리며 각각 0.03%, 0.02% 상승했다. 용산구도 0.02% 오르며 36주 만에 상승 전환했고 마포구는 0.02% 올라 2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한국감정원도 서울 아파트값이 바닥을 찍고 상승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는 점을 인정했다.
한국감정원 주택통계부 관계자는 매일경제와 통화하면서 "서울 주택시장 투자심리가 상승 쪽으로 방향을 틀었고, 아파트값은 바닥을 찍고 약보합 정도로 흐를 것 같다"며 "그간 정부에서 강한 부동산 정책을 내면 몇 달 움츠리다가 다시 올랐던 학습효과가 생겼는데 이번에도 이런 투자심리가 살아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그간 '똘똘한 한 채'로 볼 만한 강남 재건축이나 대형이 반등세를 이끌었는데 이제는 전고점에 거의 다다랐기 때문에 더 오를 여력은 약해 보인다"며 "정부가 강력한 부동산 규제 카드를 준비하고 있기 때문에 향후 서울 아파트값이 급등하기는 어렵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실제 서울 집값의 바로미터 역할을 하는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는 가격 회복 속도가 무섭다.
9·13 등 부동산대책의 직격탄을 맞아 수억 원씩 가격이 떨어졌던 이들 아파트는 3월부터 슬금슬금 다시 치고 올라오더니 5~6월 들어 작년 여름 경신했던 신고가를 다시 한번 갈아치우는 일도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다.
강남권 재건축의 대명사라 불리는 '잠실주공5단지' 전용 82㎡는 20억6800만원에 거래돼 직전 최고가인 20억4000만원보다 2000만원 넘게 오른 가격에 팔렸다. 이 단지는 서울시의 도시계획위원회 심의가 늦어져 재건축 속도를 좀처럼 내지 못하고 있는 곳임에도 불구하고, 작년 '과열'이라 불릴 정도의 시기에 기록했던 최고 가격을 올해 다시 경신한 것이다.
바로 옆 반포동에 비해 재건축 속도가 느린 편인 서초구 잠원동의 재건축 아파트들도 주춤하다 조용히 가격을 경신하는 일이 많아졌다.
1981년 입주한 '신반포11차' 전용 111㎡는 최근 22억2000만원에 거래돼 새로운 기록을 썼고, 한강변 입지의 대단지이지만 각종 잡음으로 재건축이 진행되지 않고 있는, 올해로 41년이 된 '신반포2차' 역시 전용 92㎡와 전용 107㎡가 각각 20억9000만원, 22억원에 팔려 각 면적에서 가장 높은 가격에 팔린 것으로 확인됐다.
송파구에선 거래가 한동안 뜸했던 방이동 '올림픽선수기자촌아파트'의 대형 면적인 전용 163㎡가 21억7000만원에, 문정동 '올림픽훼밀리아파트' 전용 136㎡가 15억원에 거래 완료돼 역시 최고 가격을 기록했다.
재건축뿐만이 아니다. 과열기에도 가격이 많이 오르지 않았고 떨어지지도 않았던 강남권의 '나 홀로 아파트'마저 역대 최고 가격에 거래되며 과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주거 단지로는 소외된 측면이 있는 서초구 양재동 일대 아파트들이 대표적이다.
양재동 '한솔로이젠트'는 68가구에 불과한 나 홀로 단지이지만 전용 84㎡가 9억2000만원에 거래돼 직전 신고가인 8억원을 넘어섰다. 또 양재동 '현대'의 전용 148㎡는 5월 9억원에 거래된 데 이어 6월 바로 1억원 오른 10억원에 거래된 것으로 확인됐다.
결국 9·13 부동산대책으로 침체기에 들어갔던 서울 주택시장이 다시 꿈틀대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약 6개월간은 거래절벽과 가격 하락이 함께 오며 시장이 얼어붙는 듯했지만 봄 이사철을 계기로 다시 슬금슬금 거래가 일어났고, 최근 각종 '나올 대책은 다 나와 불확실성이 없어졌다'는 사람들의 믿음에 다시 거래가 풀리고 가격도 치솟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부동산 전문가는 "정부가 강남권 아파트, 그중에서도 낡은 재건축 아파트에 왜 사람들이 그렇게 열광하는지에 대한 이유를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할 것 같다"면서 "우리나라 같은 교육열 속에 학군과 학원가가 잘 갖춰져 있고, 각종 생활 인프라스트럭처와 교통이 모두 갖춰진 곳에 이 아파트들이 포진해 있는데 이를 무조건 규제로 억제하려 한 것 자체가 잘못된 진단"이라고 비판했다.
용산도 긴 하락의 늪에서 벗어나 상승 반전했다. 이를 주도한 것은 이촌동이다. 이촌동 한강변 재건축 아파트인 '한강맨숀'은 조합장이 해임되는 등 내홍을 겪고 있지만, 가격 상승은 무서울 정도다. 전용 167㎡는 32억원에 팔려 나갔다.
주거환경 개선 등 속도가 빠른 한강로 일대에서도 2005~2008년 지어진 주상복합 아파트를 중심으로 거래가 속속 이뤄지고 있는 중이다.
인근 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최근 들어 이촌동은 물론 신용산~삼각지 라인의 주상복합 아파트 거래 문의가 많다"면서 "집주인 거주가 사실상 어려울 정도로 낡은 삼각아파트 매물도 다 소진됐다"고 설명했다.
[박인혜 기자 / 전범주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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