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 담배 7000억 개비를 생산하는 세계 2위 담배회사 BAT(브리티쉬 아메리칸 토바코)사에서 가장 뛰어난 생산시설이 한국에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BAT사의 한국법인 BAT코리아가 2002년 인터내셔널 담배회사 최초로 세운 경남 사천공장에서는 지난해 340억 개비의 담배가 생산됐다. 생산량으로는 전세계 55개 공장 중 7위, 아시아 2위 규모이며 품질로는 최고 수준이다. 공장 개설 이후 최근까지 생산한 담배만도 3000억개에 달한다. 늘어 세우면 지구를 525바퀴 돌 수 있는 양이다.
27일 BAT코리아가 누적 생산량 3000억 개비 달성 등을 기념하는 `그랜드 슬램` 행사를 진행했다. [사진 제공 = BAT코리아]
지난 27일 사천 제 2, 3공장은 2016년 신축된 이후 처음으로 언론에 공개됐다. 연 200억 개비에서 400억 개비로 늘어난 생산역량은 주로 전자형 궐련담배에 집중된다. 사천공장은 전자형 궐련담배를 연간 62억개비 생산해 BAT 공장 중에서 가장 많은 양을 책임진다. 10만5785㎡(3만2000평) 규모에 연간 담배 342억 개비를 생산하는 사천공장은 지난 5월 전 세계 BAT 생산시설 중 최초이자 유일하게 BAT 그룹 생산시설 효율성 인증지표인 'IWS(Integrated Working System)' 2단계를 획득했다.공장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것은 연초 가공 시설이다. 다양한 종류의 담뱃잎을 가공해 제조 공정에 투입할 준비를 마치는 공간이다. 이곳에서는 가슴 높이까지 쌓인 담배 줄기와 잎을 종류에 맞게 잘라 습도를 조절한다. 잎은 자른 뒤 말렸을 때 습도가 13.5%가 되도록, 잎보다 딱딱한 줄기는 33%가 되도록 유지한다. 저타르 제품에 들어가는 담배 잎도 따로 가공한다.
공장에서 나온 담배가루들은 일반 연초형 담배를 생한하는 시설과 가열 담배(전자담배) 생산 시설로 나뉘어 들어간다.
BAT코리아 사천공장에서 한 직원이 완성된 궐련 스틱을 갑포장 단계로 넘기는 공정을 들여다보고 있다. [사진 제공 = BAT코리아]
BAT코리아는 2017년부터 전자담배 기기 '글로'와 전용 스틱 '네오'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전체 담배 시장 규모는 일정수준을 유지하는 가운데 매년 20% 가까이 성장하고 있는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을 겨냥해서다. 생산량의 95%는 일본으로 수출하고 나머지 5%를 한국, 말레이시아, 우크라이나 시장에서 소비한다. 일반 연초형 담배가 13개국에 수출되는 것에 비하면 여전히 시장은 좁지만 점차 수출국을 늘려간다는 방침이다.사천공장에서는 다른 회사나 BAT 내 다른 공장들과 달리 전자담배 필터 일부까지 직접 생산한다. 소비자 수요에 따라 공급량을 달리하는 데 용이하고 생산 비용도 저렴해지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분당 600갑 이상을 만들 수 있는 기계를 '하이스피드' 기기로 분류하는데, 모든 기기가 하이스피드 기기로 구성된 점도 사천공장의 특징이다.
네오는 매주 6만갑 생산된다. 제 2,3공장은 신설된 이후 대부분 네오 생산에 가동되고 있다. 완성된 필터나 담배갑을 모니터링해 불량품을 걸러주는 시스템도 공장내 혁신팀이 직접 개발한다. 필터의 불량은 1.5% 이하로, 완성된 담배값의 불량률은 1% 이하로 유지되는 비결이다.
사천공장에서 생산되는 담배 4분의 1은 국내에서, 4분의 3은 국외에서 소비된다. 일으키는 매출은 세금을 제외하고 4000억원에 달한다.
이날 사천공장에서는 '누적 생산량 3000억 개비 달성'과 '노사 3개년 임금협상 타결', 'IWS 2단계 획득'을 기념하는 '그랜드 슬램 기념식'도 열렸다. 매튜 쥬에리 BAT코리아 사장은 기념식에서 "빠른 혁신으로 정평 난 한국 시장은 '위험저감 담배'의 새로운 시장으로 주목받고 있다"며 "사천공장이 차세대 제품 생산의 글로벌 허브로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강승호 BAT코리아 사천공장장은 "2021년까지 연 500억개비 생산량을 달성하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강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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