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상극? 술 제조사와 경찰이 한배를 탔다고?
입력 2019-06-27 11:37 
경기남부경찰청과 하이트진로가 협업해 내놓은 지문 등 사전등록제 홍보 라벨. 사진제공 = 경기남부경찰청]

앞으로 소주잔에 술을 따를 때 보조라벨 부분을 한번씩 봐주는 센스를 발휘하는 것도 괜찮을 듯 싶다.
나의 소중한 가족을 손쉽게 지킬 수 있는 방법이 그 작은 공간에 담기기 때문이다.
최근 경기남부경찰청과 하이트진로가 한배를 탔다. 사실 둘의 조합은 낯설다.
술은 스트레스 해소와 사교활동에 도움을 주지만 때론 교통사고 등 사회 전반에 부정적 사건을 야기해 술 제조사와 경찰은 왠지 거리를 둬야 할 것 같은 생각을 유발한다.

그러나 경찰과 하이트진로는 술 병에 붙은 보조라벨을 이용해 지문 등 사전등록제를 홍보하는데 힘을 모으기로 했다.
지문 등 사전등록제란 18세 미만의 아동이나 지적장애인, 치매환자 등의 지문, 사진 등을 경찰 정보 시스템에 미리 등록해 실종 등의 사건이 발생하면 등록된 자료를 활용해 신속히 찾고, 2차 범죄를 예방하는 시스템이다. 2011년 출시된 '안전드림앱'을 이용하면 경찰서나 지구대를 가지 않아도 휴대폰으로 손쉽게 등록이 가능하다. 최초 얼굴 등록 으로 시작된 안전드림앱은 2017년 지문, 사진까지 등록이 가능하도록 기능이 향상됐다.
문제는 이 같은 유용한 앱이 세상에 덜 알려져 이용하는 사람이 적다는데 있다.
안전드림앱 이용자를 늘리기 위해 고심해온 경찰은 역발상의 기지를 발휘해 술 제조사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
소주병 보조라벨에 '가정을 지키는 확~실한 방법! 적당한 음주 & 우리아이 지문등록' 카피와 함께 안심드림앱을 다운로드 받을 수 있는 QR코드를 삽입해 애주가들의 앱 접근성을 높인 것이다.
경기남부경찰청 송혜영 아동청소년계장은 "술을 드시는 분들이 누군가의 보호자란 점에 착안해 주류를 이용한 홍보를 추진하게됐다"고 말했다.
경찰이 안심드림앱을 널리 알려 사전등록제를 활성화하려는 이유는 사전등록된 실종자 등을 찾는 효과가 그렇지 않은 때에 비해 훨씬 크기 때문이다.
경찰에 따르면 지문 등을 사전등록한 실종자를 찾는데 평균 46분이 소요되는 반면, 미등록자는 3388분(56시간)이 소요되고 있다.
특히 8세 미만 아동은 35분, 지적장애인은 60분, 치매환자는 43분만에 찾았다. 반면 미등록자는 708분(치매환자), 4554분(지적장애인), 4902분(8세 미만 아동)이 걸렸다. 미등록 실종자를 찾는데 걸리는 시간이 8세 미만 아동은 126배, 지적장애인은 72배, 치매환자는 13배나 더 많다.
실제 지난 5월 경기도 부천에서는 지나가던 행인이 길잃은 5세 아동을 발견해 경찰에 신고, 15분 만에 보호자에게 인계했다. 당시 5세 아동은 지문이 사전 등록돼 있었다.
지난 4월엔 하남시에서 치매에 걸린 할머니가 있다는 112 신고가 접수됐다. 할머니는 인적사항을 말하지 못했지만 사전등록 정보를 조회해 40분 만에 보호자를 찾았다.
경기도민들은 경찰과 하이트진로의 새로운 시도에 박수를 보내고 있다.
다소 아쉬운 점은 경기도 성남, 용인, 하남, 이천, 여주, 광주에서만 QR 코드를 부착한 술병을 볼 수 있다는 점이다.
경기남부경찰청 송혜영 계장은 "국민의 사전등록제 참여가 실종 아동 예방과 조기 발견에 큰 도움이 된다"면서 "일단 6개 지역의 반응을 본 뒤 효과가 좋으면 지역을 더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홍구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