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미국판 쿠르디' 엘살바도르 2세 여아, 아빠와 국경 넘으려다 익사
입력 2019-06-26 19:30  | 수정 2019-06-27 07:56
【 앵커멘트 】
벌써 4년이 됐네요, 지난 2015년 터키 해변에서 숨진 세살배기 시리아 난민 어린이 쿠르디를 기억하십니까?
미국땅을 밟으려고 강을 건너던 아빠와 딸이 함께 익사한 사진이 공개돼 또 한번 전 세계인의 마음을 울리고 있습니다.
박통일 기자입니다.


【 기자 】
부녀가 강기슭에 나란히 엎드린 채 숨져 있습니다.

아빠는 티셔츠로 딸을 에워쌌고, 딸은 팔로 아빠 몸을 감쌌습니다.

멕시코에서 미국 텍사스로 불법 입국을 시도하다 강에 빠져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두 부녀의 모습은, 지난 2015년 터키 해변에서 숨진 시리아 난민 어린이 쿠르디를 연상시킵니다.

▶ 인터뷰 : 로사 라미레즈 / 사망 남성 모친
- "지난주 토요일에 제 아들이 사랑한다고, 자기는 잘 있으니 몸조심하라고 문자를 보내왔어요."

엘살바도르 출신의 26살 라미레스는 두살 난 딸 발레리아를 안고 강을 헤엄쳐 일단 미국 국경을 넘는데는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멕시코 국경에 남은 아내를 데리러 다시 아빠는 강물로 뛰어들었고, 혼자 남은 딸이 놀라 뒤따라 강에 뛰어들자 딸을 구하다 그만 급류에 휩쓸린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 인터뷰 : 홀리아 레두크 / 멕시코 사진기자
- "이곳은 쉽게 발각될 수 있어 강을 건너는 곳으로 사람들이 잘 선택하지 않는 장소예요."

미국에 가려면 이렇게 목숨까지 걸어야 하지만, 미국에서 더 나은 삶을 보장받기도 쉽지 않습니다.

미국 언론들은 국경을 넘어왔다 부모와 격리된 불법 이민자 아동들이 치약과 비누 등도 제공받지 못해 기본적인 위생 관리 조차 지켜지지 않는 최악의 환경에 노출돼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논란이 일면서 미 세관국경보호국 국장대행이 사의를 표명했지만, 강경 일변도의 미국 이민정책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는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MBN뉴스 박통일입니다.

영상편집 : 오광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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