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한 마을 이장이 귀촌인을 상대로 '산소(O2)'세(稅)를 요구했다는 경험담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와 누리꾼들의 입길에 오르내리고 있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지난 18일 게시된 글에 따르면 이 같은 요구를 받은 사람은 글쓴이의 어머니다. 글쓴이 어머니는 도내 어느 마을로 귀촌한 지 5개월 됐다.
글쓴이는 "며칠 전에 마을 이장이 (어머니 집으로) 와서 '마을 공동 소유로 돼 있는 산으로부터 산소가 방출되니 매달 50만원씩 산소세를 내라'고 하더라"며 "어머니는 혼자 있으니까 무섭고, (이장에게) 전화해서 따졌다가 보복당할까 봐 무서워한다"고 주장했다.
글쓴이는 "(어머니가) 마을에 들어갈 때부터 상수도며, 전기 가설이며, 도로포장도 해주는 등 돈을 많이 들였다"며 "이제는 별 이상한 것으로 돈을 뜯어내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어머니와 좀 친해진 분의 말로는 '그냥 이장한테 얘기해서 월 10만원 내는 정도로 합의를 보라'고 한다"며 "(마음 같아서는) 산을 사들여서 역풍 먹이고 싶은데 돈이 없다"고 밝혔다. 글쓴이는 댓글을 통해 "(어머니는) 원래 살던 터전이 재개발되며 받은 보상금과 평생 모은 돈을 다 털어 이주했다"며 "이주하기 전 이장은 인상이 선해 보였고 '이 마을이 최고'라고 하더니 막상 옮겨가니까 본색을 드러낸다"고 주장했다.
글 작성자는 그로부터 일주일도 채 안 지난 24일 '산소세 후기'라는 제하의 글을 올렸다. 글쓴이는 "주말에 (마을로) 가서 이장과 한 판 (다툼을) 했다"며 "처음 (마을로) 들어갈 때 체류비라고 생각해 이것저것 해줬더니 호구로 보는 듯하더라"고 말했다.
글 내용에 따르면 작성자는 현금영수증 처리도 불가능한 마당에 산소세를 내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했다. 그뿐만 아니라 글쓴이는 대응 조치로서 마을 주민들이 어머니 집 마당에 설치된 전봇대에서 전선을 끌어와 농업용 전기를 사용하는 행위를 막는 한편 사유지에 난 길을 폐쇄하고 울타리를 치겠다고 알렸다.
글쓴이는 "(이장에게) '어머니는 마을 행사에 일절 참석 안 할 것이다. 그냥 조용히 살려고 왔으니 내버려 달라'고 말했다"며 "기분 탓인지 모르겠으나, 오늘 아침 어머니가 전하는 말로는 집 근처에서 퇴비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더라. 보복이 들어오는 것일까"라고 말했다.
이 글을 접한 누리꾼들 상당수는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시골 인심은 동화에서 찾아야 하나", "이장 감투 썼다고 돈 뜯어먹을 궁리나 하고 있다", "귀촌하려는 사람들끼리 뭉쳐서 정착하는 게 낫겠다" 등의 댓글이 눈에 띄었다.
귀촌 경험이 있다는 한 누리꾼은 "이제 집 주변으로 퇴비 옮겨놓고, 비닐 방수포를 허술하게 쳐서 소음을 유발하는 등의 보복이 시작될 것"이라며 "특히 우편물이 많이 사라지니까 중요한 우편물이 올 것으로 예상되면 우체국에 미리 확인하시라"고 글쓴이에게 당부했다.
일부 누리꾼은 마을 원주민과 마찰이 이어지면 결국 어머니만 피해를 본다며 이장과 합의할 것을 조언했다. 이 누리꾼은 "(글쓴이가) 언급한 조치들은 스스로 왕따가 되는 길을 택하는 것"이라며 "어머니가 감옥에 갇힌 느낌을 받으며 살기를 바라느냐"고 반문했다.
[디지털뉴스국 박동우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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