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에서 시작한 거래 온기가 한강변을 거쳐 서울 최북단인 노도강(노원구·도봉구·강북구) 지역까지 데우고 있다. 서울 아파트값이 바닥을 찍고 다시 오르면서 '인서울 저가 매물'에 대한 실거주·투자 수요가 쌍끌이로 거래를 성사시키고 있다는 분석이다.
5일 국토교통부의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1997년에 지어진 노원현대 아파트 84㎡는 지난달 5억5500만원에 거래돼 지난해 9월 최고가인 5억5000만원을 넘어섰다. 월계동의 장은하이빌 81㎡는 4억6500만원에 팔려 직전가를 넘어섰고, 상계동에 위치한 벽산아파트 38㎡도 2억1300만원에 거래돼 최고가를 기록했다.
서울지하철 7호선 중계역 역세권인 노원구 '중계무지개' 전용 49.54㎡는 최근 3억5800만원에 매매되며 지난 2월보다 7000만원가량 올랐다. 지난해 3분기 이 면적 최고가는 3억8000만원이었고, 두 번째로 비싼 가격은 3억5000만원이었다.
노원구 대표단지인 상계 주공아파트도 급매물이 소화되면서 작년 9·13 대책 이전 가격에 근접하고 있다. 상계주공4단지 전용 32㎡가 2월 말 2억3000만원에 팔렸지만 4월 말에는 2억7000만원에 거래돼 2개월 만에 17%가량 가격이 뛰었다. 상계주공5단지 전용 31㎡는 작년 9·13 이후 5억1000만원까지 치솟았던 가격이 4억3000만원으로 바로 떨어졌고, 이후 3억원대 중반으로 추락했으나 올해 5월 거래를 보면 3억9000만원에 팔려 완연한 회복세다.
GTX역과 아레나 건설로 들썩이는 도봉구 아파트값도 들썩이고 있다. 올해 2월 5억8000만원에 매매된 도봉구 '창동주공3단지' 전용 79.07㎡는 지난해 3분기보다 1000만원 올랐다. '동아청솔' 전용 59.96㎡도 지난달 5억1000만원에 매매됐다. 지난해 8~9월과 비슷한 가격이다.
강북구 미아동 '래미안트리베라1단지'의 경우 올 2분기 전용 59.6㎡가 5억8000만원, 전용 84.97㎡가 5억9800만~6억8000만원에 거래됐다. 전용 59.6㎡은 오히려 지난해 7~8월보다 올랐고, 전용 84.7㎡은 지난해 고점 수준을 회복했다.
노도강 지역 부동산 시장 일선에서도 "거래가 틔였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노원구 상계동에 위치한 Y공인중개소 대표는 "최근 거래가 확실히 살아나고 있어 지난주에는 매일 한 건이상 씩 거래를 중개했다"며 "시세보다 2000만원 이상 싼 급매물이 가끔 나오면 며칠 사이 다 팔리고 호가는 직전 최고가 수준까지 올라왔다"고 설명했다.
노원구 중계동의 S공인중개소 대표는 "이전에는 학기를 앞두고 직접 살 집을 찾는 실수요가 많았다면 최근에는 적은 돈으로 오래 묻어둘 매물을 고르는 투자수요가 많다"며 "서울내에서 가장 집값이 싸기 때문에 '인서울' 투자를 위한 문의가 많은데 작년 3분기 최고점에서 가격이 많이 빠지지 않아 실망하는 고객들이 많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사실 노원구는 서울시에서 가장 아파트가 많은 자치구다. 서울 전체 아파트가 155만 가구 정도인데, 노원구에만 13만7899가구의 아파트가 있다. 서울서 아파트가 10만 가구 넘는 곳은 노원구와 강남구(11만8599가구), 송파구(11만6749가구) 뿐이다.
노원구는 물량 자체가 많기도 하지만 최근 꾸준히 실수요 위주의 거래가 일어났다. 실제 노원구에선 지난 5월 아파트 실거래가 237건 일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3월에는 217건, 4월에는 273건을 기록했다. 4월 강남구 거래건수(223건)를 제외하면 200건 이상 거래는 모두 노원구의 몫이었다.
노원구와 도봉구 등 서울 동북권이 하락장에서도 잘 버티며 꾸준한 인기를 누리는 이유는 굵직한 개발호재들이 현실화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노원구 상계동과 도봉구 창동은 서울시의 '2030 서울플랜'에 따라 수도권 동북부의 일자리·문화 중심지로 육성된다. 서울시는 2만여석의 공연시설인 서울아레나를 조성하고 창동차량기지와 면허시험장부지를 개발할 예정이다. 동부간선도로 지하화와 KTX 연장,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C 노선 등을 통해 광역·지역 교통 인프라도 개선할 방침이다. 이 지역 주거 인프라의 약점으로 꼽히던 '교통과 일자리'가 획기적으로 개선되는 셈이다.
김은진 부동산114 리서치 팀장은 "노원구는 전통적으로 전세가율이 높아서 갭투자의 성지로 불렸던 지역인데, 최근에는 9억원 이상 대출규제에서 벗어나 '인서울 가치투자'의 대상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며 "다만 최근 거래량 증가는 지난해 말부터 워낙 거래가 일어나지 않은 기저효과로 보이고 향후 거래와 매매가 추이는 더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전범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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