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아파트 `길바닥 그림 그리기` 봉사활동 논란…왜?
입력 2019-06-25 16:10 
경기 화성시 A아파트 입주자 모임 카페에 지난 13일 게시된 `103동 앞 바닥 그림, 이게 대체 뭘까요?`라는 글에 포함된 사진. [사진 출처 =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경기 화성시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입주민 봉사단이 길바닥에 색칠한 그림을 놓고 일부 주민들이 "미관상 보기가 좋지 않다", "입주민 전체 동의 없이 그렸다"는 등의 이유로 반발하며 논란으로 이어졌다.
최근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어느 아파트 단지의 바닥 페인팅 논란'이라는 제하의 게시물이 올라왔다. 이 게시물은 화성시 A아파트 단지 입주자 모임 카페에 실린 글과 댓글을 캡처한 자료다. A아파트 단지는 지난 2015년 25개동에 총 1967가구 규모로 준공됐다.
게시물 내용을 종합하면 지난 13일 A아파트 입주자 모임 카페에 게시된 '103동 앞 바닥 그림, 이게 대체 뭘까요?'라는 글이 논쟁의 발단이 됐다. 한 입주민이 단지 안을 거닐다 도라에몽 캐릭터, 사방치기, 멀리뛰기 놀이판 등의 그림이 길바닥에 채색된 것을 발견하고 문제를 제기하는 글을 올린 것.
글쓴이는 "보자마자 어안이 벙벙해졌다"며 "완성도와 마감 처리가 떨어지는 것은 둘째 치더라도 미관상 보기가 매우 좋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본 아파트의 콘셉트와도 맞지 않는데 왜 이런 그림이 버젓이 존재하는지 알 수 없다"며 "집값을 결정짓는 데 작게나마 방해 요소로 작용할 것 같다"며 우려를 표했다.

길바닥에 그려진 그림은 지난 1일 아파트 입주민 봉사단원들이 작업한 결과물인 것으로 알려졌다. 어른 8명과 학생 21명이 봉사 인력으로 참여한 가운데 '전통놀이'를 테마로 한 그림을 칠한 것으로 전해졌다.
입주자 모임 카페에 문제가 제기되자 입주민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아이들이 많이 이용하고 있다"며 봉사단의 활동을 옹호하는 의견과 "입주민 동의를 구하지 않은 것은 문제가 있다"는 의견으로 나뉘었다.
어느 주민은 "아파트 봉사단에서 힘들게 그려놓은 놀이판을 우리 아이들이 많이 이용하고 있다"며 "오히려 다른 아파트 단지에는 없는 차별화된 요소"라고 호평했다. 다른 주민도 "담배꽁초와 껌딱지가 붙어 있는 것보다는 백배 낫다"고 맞장구를 쳤다.
반면 다른 입주민은 "공동체 사회에서 수혜 계층이 한정된 사안을 다수에게 납득시키기란 어려운 게 당연하다"는 의견을 남겼다. "아파트가 언제부터 '그라피티 페인팅'을 하는 곳이었냐"며 "아파트는 도화지가 아니다. 도로 복구 못하면 참담할 것 같다"는 반응도 있었다.
이와 관련해 봉사단 측은 문제가 제기된 다음날인 지난 14일 입주자 모임 카페에 공식 입장을 올려 "'페인팅 봉사 건'은 입주자대표회의(입대위)와 관리단의 정상적 승인 아래 이뤄졌다"며 "그동안 우리 봉사단의 행위가 아파트 이미지를 훼손했다고 입주민들이 동의하면 이제부터 봉사단 활동을 멈추고 적법한 과정을 거쳐 해체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봉사단 측에 비판적인 누리꾼들은 "차라리 자기 집을 내줘서 집안에 사방팔방 낙서하라고 하던가, 공동 구역에서 저게 뭐냐", "입대위가 독단적으로 허락할 게 아니라 주민 투표를 거쳤어야지" 등의 반응을 보였다.
한편 몇몇 누리꾼은 "입주민 한 사람 한 사람의 동의를 받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이라며 봉사단 측의 주장에 공감했다.
[디지털뉴스국 박동우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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