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물가만을 고려해 통화완화정도를 결정할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지금과 같은 저물가가 계속되면 한은이 기준금리를 내려 통화정책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 선긋기를 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총재는 25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한은 본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저물가에 따른 통화정책 대응방향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야말로 물가만 보고 하기는 어렵다"고 답했다. 이어 "물가에 대응하는데 있어서 통화정책으로 제어하기 어려운 부분이 크다"며 "통화정책에 있어 물가도 물론 고려해야겠지만 다른 여건도 고려하겠다고 재차 밝혔는데 이 정도면 통화당국의 스탠스를 분명히 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날 오찬간담회는 '2019년 이후 물가안정목표'와 관련해 최근의 물가상황과 향후 물가전망에 대한 설명을 위해 마련됐다. 올해 1~5월중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동기대비 0.6%로 지난해 하반기중의 상승률 1.7%에 비해 상당폭 낮아진데다 물가안정목표인 2%도 크게 밑돌았다.
이 총재는 최근 저물가 상황이 이어진 것에 대해 수요 요인, 공급 요인과 정책요인이 맞물린 결과라고 평가했다. 이 총재는 "먼저 수출과 투자가 감소하고 소비 증가세가 둔화되면서 성장세가 주춤한 모습을 보임에 따라 수요 측면에서의 물가 상승압력은 약화된 것으로 판단된다"며 "공급 측면에서도 보면 금년 들어 국제유가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 이상 하락했으며 양호한 기상여건 등으로 농산물 수급여건도 개선됐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정부정책 측면에서는 일부 공공요금이 인상됐으나 무상교육이 확대되고 건강보험 보장성이 강화되는 등 공급측 요인과 정책 요인은 모두 물가의 오름세를 낮추는 방향으로 작용했다"고 평가했다.
향후 물가 여건에 대해서 이 총재는 당분간 저물가가 지속될 것으로 평가했다. 이 총재는 "수요 측면에서의 물가 상승압력이 미약한 가운데 공급 측면과 정부정책 측면에서 모두 당분간 물가의 하방압력이 지속될 것으로 판단된다"며 "이에 따라 금년중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4월 전망치를 하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내년 이후 상황에 대해서는 "일시적 특이 요인의 영향을 제외한 기조적 인플레이션이 1%대 초중반 수준을 나타내고 있고 공급충격에 따른 물가의 하방압력도 줄어들 것으로 보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점차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면서도 "목표수준에 수렴하는 속도는 당초 예상에 비해 완만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마지막으로 저물가에 대한 중앙은행의 '적극대응론'과 '신중론'이 공존하는 현 상황에 대해 이 총재는 "현재 우리나라의 저인플레이션 현상과 관련해 적극적인 대응과 신중한 접근의 필요성을 각각 뒷받침할 수 있는 근거들이 병존하고 있다"며 "이러한 상황에서는 물가 여건뿐만 아니라 거시경제와 금융안정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서 상황변화에 따라 적절히 대응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국 김진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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