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의 여야 교섭단체 3당 합의안 추인 불발로 국회 정상화가 다시 미궁에 빠진 가운데,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가 25일 소속 의원들에게 "단독 회의의 부당성을 강하게 대처해달라"고 주문했다. 정치권에선 국회 재가동의 기대를 2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저버린 데 대한 책임론이 있는데도, 비토에만 치중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나 원내대표는 "더불어민주당은 책임있는 여당으로서 조금 더 넓은 마음으로 재협상을 해야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밝혔다.
나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사이버안보 이대로 좋은가' 정책토론회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여야 3당)합의가 무효가 됐기 때문에 민주당과 재협상을 하겠다"고 말했다. 나 원내대표는 지난 24일 오후 이인영 민주당·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와 교섭단체 3당 원내대표 회동을 하고 국회 정상화를 위한 합의문에 서명했다. 하지만 곧바로 이어진 의원총회에서 한국당 의원들은 나 원내대표 등이 서명한 합의문에 대한 추인을 거부하면서 국회 정상화는 불발됐다. 이에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원내대책회에서 한국당을 겨냥해 "시간이 지나면 아무일 없었듯 새로운 협상이 가능할 것이라는 착각은 꿈도 꾸지 말라"며 "우리 국민 모두와 국회 구성원 어느 누구도 이 상황을 방치하고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오신환 원내대표도 원내대책회의에서 "바른미래당은 한국당의 참여 여부에 상관 없이 어제 발표된 합의문에 기초해 6월 임시국회를 진행한다. 한국당의 합의문 수용과 국회 복귀를 다시 촉구한다"며 "중재 내용이 사라진 이상 바른미래당의 중재자 역할도 여기서 마감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당장 민주당과 바른미래당이 강경한 자세로 나오자, 나 원내대표도 맞수를 뒀다. 그는 소속 의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통해 "어제 의총 결정에 따라 열지 않기로 한 상임위에서, 여당 단독으로 상임위 전체회의 또는 소위회의를 개회하려고 한다"며 "여당 단독 상임위 전체회의 또는 소위회의에 간사 의원을 중심으로 소속 의원들께서는 단독 회의의 부당성에 대해 강하게 대처해 주시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의총 결과가 합의문 수용 불가인 만큼 국회 일정에 호응하지 않겠다는 당의 뜻을 따라달다는 호소인 셈이다.
다만 일각에선 교섭단체 3당 원내대표 합의문 내용이 마뜩치 않다는 이유 등으로 몇몇 의원이 전날 의총에서 협상 리더십 등을 문제 삼았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에 나 원내대표는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다"며 "(재신임 관련 문제는)저는 못 들었다"고 밝혔다. 실제로 한 한국당 중진 의원은 "의총은 합의문 내용에 대한 불만족 표현이 많기는 했지만, 험담이 오가는 분위기는 아니었다"며 "리더십을 언급한 의원들도 '원래 추인 불발은 불신임으로 연결될 수 있는 사안이지만, 이번에는 더 큰 결과를 받아오길 바란다는 뜻'이라며 격려하는 말이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김명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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