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외채권 전성시대 ◆
"지난 1분기엔 단기채 펀드가 떴다면 2분기엔 해외 채권 펀드가 급부상하고 있습니다."
강남 고액 자산가들을 고객으로 둔 한 증권사 PB의 설명처럼, 미·중 무역전쟁 등 불확실성 증대로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높아진 탓에 채권 자산 수요가 급증하는 분위기다. 그중에서도 해외 채권이 재테크 시장 '핫 아이템'으로 등극한 것은 국내 채권 대비 높은 수익률과 탁월한 안전성 등에 기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24일 "과거 채권 투자라 하면 대부분 국내 채권을 떠올렸지만 지금은 한국보다 쿠폰금리가 높고 예측 가능한 수익을 안겨주는 글로벌 채권 투자가 많다"며 "이런 이유로 보다 많은 국내 투자자가 자연스럽게 해외 채권형 펀드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밝혔다.
일부 해외 채권형 펀드가 '소프트클로징'을 고려한다는 소문이 날 정도로 반년 새 해외 채권형 펀드로의 자금 이동이 두드러지는 형국이다.
국내 채권이 대부분 국채나 우량 신용등급 회사채를 담고 있어 비교적 단조로운 구조라면 해외 채권형 펀드는 높은 수익률을 무기로 투자자들 수요를 맞추고 있다. 한국 국채가 듀레이션이 긴 10년 국채 펀드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연 수익률이 2~3%에 그치는 동안 해외 채권형 펀드는 고위험·고수익 회사채나 롱숏 전략으로 높은 수익률을 보였다. 하나UBS자산운용 관계자는 "해외 채권 인컴형 펀드는 국내 채권형 펀드와 달리 듀레이션이 2~3년 정도로 짧아 채권값 변화로 인한 자본이득보다는 이자이익에 집중하게 설계됐다"며 "글로벌 매크로 환경이 불안정해지자 안전자산을 찾는 수요가 연 수익률이 은행 예금 금리보다 높은 해외 채권 인컴형 펀드로 몰렸다"고 설명했다. 특히 작년 하반기 미국 금리 인하 가능성이 나오면서 기관 자금이 대거 해외 채권 펀드에서 머니마켓펀드(MMF)나 단기채 펀드 같은 초단기 상품으로 넘어갔지만 개인 리테일이 주도해 해외 채권형 펀드 설정액이 크게 늘어났다. 특히 채권형 펀드의 강세를 예상하고 지난해 말부터 상품 라인업을 준비한 회사들의 상품이 개인투자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받으며 해외 채권형 펀드의 설정액은 연초 대비 1조6000억원이 늘었으며 그중 3개 상품이 1조원 이상을 독점한 것이 특징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중위험 중수익' 투자자들은 대부분 주가연계증권(ELS)과 같이 연 5~6% 쿠폰수익률을 주는 상품에 몰렸으나 올 초 주요국 증시 반등으로 쿠폰수익률이 3~4%대로 떨어지면서 수익률이 더 높을 것으로 기대되는 해외 채권형으로 모인 투자자도 많다.
안정적 인컴 수익에 대한 기대는 해외 채권형 펀드 인기의 일등공신이다. 인컴 펀드는 펀드 기초자산의 가격 변화는 적고 이자수익은 일정하게 나오도록 설계한 상품이 대부분이다. 과거엔 고배당주가 인컴 펀드의 주를 이뤘으나 최근엔 주식의 변동성이 커지며 아예 채권이나 모기지만을 담은 펀드가 인컴형 펀드로 뜨고 있다.
대표적인 인컴 펀드인 하나UBSPIMCO글로벌인컴혼합자산펀드는 올 들어 6153억원이 몰려 이번주 7000억원을 무난히 넘을 것으로 회사 내부에선 전망하고 있다. 채권형 펀드 중에선 세 손가락 안에 드는 성과다. 이 펀드는 단순 국채나 회사채뿐만 아니라 주택저당증권, 상업용부동산담보증권, 자산유동화증권 등 다양한 종류의 채권을 담아 분산 투자 효과를 노리고 있다. 설정액 증가 규모가 더 큰 동양하이플러스채권(1조8586억원)이나 한국투자크레딧포커스펀드(6914억원)가 올 들어 3%대 수익을 올렸는데 이 펀드는 5.4% 수익을 얻은 것도 회사채보다 리스크는 있지만 쿠폰이자율은 더 높은 채권을 많이 편입해서다.
과감한 롱숏 전략으로 인한 고수익도 해외 채권형 펀드의 매력이다. 국내 채권형 펀드는 사모 헤지펀드를 제외하고는 롱숏 전략보다 듀레이션 조절로 수익을 올리는 데 비해 해외 채권형 펀드는 보다 다양한 지역의 채권에 대해 롱숏 전략을 취하면서 수익을 내왔다. 올해 4500억원이 들어온 신한BNPPH2O글로벌본드펀드가 대표적이다.
글로벌 국가들의 통화 정책, 펀더멘털을 분석해 각 국가의 채권과 통화의 상대가치 분석을 통해 매수·매도 전략을 활용하면서 높은 수익률을 올렸다. 설정 규모가 5000억원을 넘보면서 수익률 관리를 위해 소프트클로징을 한다는 소문까지 날 정도로 시중에서 '핫'한 반응을 보였다. 신한BNPP자산운용 관계자는 "자금이 급속도로 몰린 것은 사실이지만 모펀드 규모가 커서 아직 소프트클로징을 고려하기까지는 시간이 남았다"고 전했다.
키움글로벌얼터너티브 역시 헤지펀드 스타일의 채권형 펀드다. 절대 수익을 추구하는 5개 글로벌 헤지펀드에 투자하는데 자산의 10~25%는 고수익 채권 전략을 통해 시장 대비 초과 수익을 추구하거나 미국 국채를 매수해 시장 위험을 헤지하는 '바벨 전략'을 구사한다.
해외 채권형 펀드는 우량 회사채뿐만 아니라 가격 상승 가능성이 큰 저평가 하이일드 채권까지 적극 편입해 알파 수익률을 추구한다는 점도 국내 채권형과 차별화되는 점이다. 자체 리서치를 통해 디폴트 위험이 낮은 하이일드 채권을 발굴해 편입하고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면서 리스크는 통제해 수익률을 높일 수 있었다.
최근엔 소액 일반인 투자자들까지 해외 채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직접 채권 구매는 최소 1만달러 이상이 있어야 가능하지만 펀드 투자는 1만원으로도 가능하다.
[김제림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지난 1분기엔 단기채 펀드가 떴다면 2분기엔 해외 채권 펀드가 급부상하고 있습니다."
강남 고액 자산가들을 고객으로 둔 한 증권사 PB의 설명처럼, 미·중 무역전쟁 등 불확실성 증대로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높아진 탓에 채권 자산 수요가 급증하는 분위기다. 그중에서도 해외 채권이 재테크 시장 '핫 아이템'으로 등극한 것은 국내 채권 대비 높은 수익률과 탁월한 안전성 등에 기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24일 "과거 채권 투자라 하면 대부분 국내 채권을 떠올렸지만 지금은 한국보다 쿠폰금리가 높고 예측 가능한 수익을 안겨주는 글로벌 채권 투자가 많다"며 "이런 이유로 보다 많은 국내 투자자가 자연스럽게 해외 채권형 펀드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밝혔다.
일부 해외 채권형 펀드가 '소프트클로징'을 고려한다는 소문이 날 정도로 반년 새 해외 채권형 펀드로의 자금 이동이 두드러지는 형국이다.
국내 채권이 대부분 국채나 우량 신용등급 회사채를 담고 있어 비교적 단조로운 구조라면 해외 채권형 펀드는 높은 수익률을 무기로 투자자들 수요를 맞추고 있다. 한국 국채가 듀레이션이 긴 10년 국채 펀드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연 수익률이 2~3%에 그치는 동안 해외 채권형 펀드는 고위험·고수익 회사채나 롱숏 전략으로 높은 수익률을 보였다. 하나UBS자산운용 관계자는 "해외 채권 인컴형 펀드는 국내 채권형 펀드와 달리 듀레이션이 2~3년 정도로 짧아 채권값 변화로 인한 자본이득보다는 이자이익에 집중하게 설계됐다"며 "글로벌 매크로 환경이 불안정해지자 안전자산을 찾는 수요가 연 수익률이 은행 예금 금리보다 높은 해외 채권 인컴형 펀드로 몰렸다"고 설명했다. 특히 작년 하반기 미국 금리 인하 가능성이 나오면서 기관 자금이 대거 해외 채권 펀드에서 머니마켓펀드(MMF)나 단기채 펀드 같은 초단기 상품으로 넘어갔지만 개인 리테일이 주도해 해외 채권형 펀드 설정액이 크게 늘어났다. 특히 채권형 펀드의 강세를 예상하고 지난해 말부터 상품 라인업을 준비한 회사들의 상품이 개인투자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받으며 해외 채권형 펀드의 설정액은 연초 대비 1조6000억원이 늘었으며 그중 3개 상품이 1조원 이상을 독점한 것이 특징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중위험 중수익' 투자자들은 대부분 주가연계증권(ELS)과 같이 연 5~6% 쿠폰수익률을 주는 상품에 몰렸으나 올 초 주요국 증시 반등으로 쿠폰수익률이 3~4%대로 떨어지면서 수익률이 더 높을 것으로 기대되는 해외 채권형으로 모인 투자자도 많다.
안정적 인컴 수익에 대한 기대는 해외 채권형 펀드 인기의 일등공신이다. 인컴 펀드는 펀드 기초자산의 가격 변화는 적고 이자수익은 일정하게 나오도록 설계한 상품이 대부분이다. 과거엔 고배당주가 인컴 펀드의 주를 이뤘으나 최근엔 주식의 변동성이 커지며 아예 채권이나 모기지만을 담은 펀드가 인컴형 펀드로 뜨고 있다.
대표적인 인컴 펀드인 하나UBSPIMCO글로벌인컴혼합자산펀드는 올 들어 6153억원이 몰려 이번주 7000억원을 무난히 넘을 것으로 회사 내부에선 전망하고 있다. 채권형 펀드 중에선 세 손가락 안에 드는 성과다. 이 펀드는 단순 국채나 회사채뿐만 아니라 주택저당증권, 상업용부동산담보증권, 자산유동화증권 등 다양한 종류의 채권을 담아 분산 투자 효과를 노리고 있다. 설정액 증가 규모가 더 큰 동양하이플러스채권(1조8586억원)이나 한국투자크레딧포커스펀드(6914억원)가 올 들어 3%대 수익을 올렸는데 이 펀드는 5.4% 수익을 얻은 것도 회사채보다 리스크는 있지만 쿠폰이자율은 더 높은 채권을 많이 편입해서다.
과감한 롱숏 전략으로 인한 고수익도 해외 채권형 펀드의 매력이다. 국내 채권형 펀드는 사모 헤지펀드를 제외하고는 롱숏 전략보다 듀레이션 조절로 수익을 올리는 데 비해 해외 채권형 펀드는 보다 다양한 지역의 채권에 대해 롱숏 전략을 취하면서 수익을 내왔다. 올해 4500억원이 들어온 신한BNPPH2O글로벌본드펀드가 대표적이다.
글로벌 국가들의 통화 정책, 펀더멘털을 분석해 각 국가의 채권과 통화의 상대가치 분석을 통해 매수·매도 전략을 활용하면서 높은 수익률을 올렸다. 설정 규모가 5000억원을 넘보면서 수익률 관리를 위해 소프트클로징을 한다는 소문까지 날 정도로 시중에서 '핫'한 반응을 보였다. 신한BNPP자산운용 관계자는 "자금이 급속도로 몰린 것은 사실이지만 모펀드 규모가 커서 아직 소프트클로징을 고려하기까지는 시간이 남았다"고 전했다.
키움글로벌얼터너티브 역시 헤지펀드 스타일의 채권형 펀드다. 절대 수익을 추구하는 5개 글로벌 헤지펀드에 투자하는데 자산의 10~25%는 고수익 채권 전략을 통해 시장 대비 초과 수익을 추구하거나 미국 국채를 매수해 시장 위험을 헤지하는 '바벨 전략'을 구사한다.
해외 채권형 펀드는 우량 회사채뿐만 아니라 가격 상승 가능성이 큰 저평가 하이일드 채권까지 적극 편입해 알파 수익률을 추구한다는 점도 국내 채권형과 차별화되는 점이다. 자체 리서치를 통해 디폴트 위험이 낮은 하이일드 채권을 발굴해 편입하고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면서 리스크는 통제해 수익률을 높일 수 있었다.
최근엔 소액 일반인 투자자들까지 해외 채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직접 채권 구매는 최소 1만달러 이상이 있어야 가능하지만 펀드 투자는 1만원으로도 가능하다.
[김제림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