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몸집 줄고 싸졌다…대우건설 매각 속도전
입력 2019-06-24 17:40 
최근 1년여 동안 주가가 하락한 대우건설의 최대주주가 최근 구조조정 전문회사로 바뀌면서 이 건설사에 대한 매각 작업에 다시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특히 대우건설 몸값이 지난해 매각작업 때 호반건설이 제시한 인수가격보다도 3000억원가량 싸지면서 가격 메리트가 부각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구조조정 효과로 인건비가 감소해 몸집이 가벼워진 것도 매각의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24일 금융감독원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대우건설 지분 50.75%를 KDB인베스트먼트에 모두 넘긴다는 내용의 주식매매 계약 체결 내용을 지난 20일 공시했다. 이를 통해 최대주주는 산업은행에서 이 은행의 구조조정 전담 자회사인 KDB인베스트먼트로 변경됐다.

앞서 업계에선 KDB인베스트먼트가 대우건설, KDB생명, 한진중공업 등 산은의 주요 매물들을 넘겨 받아 매각에 나설 것으로 봤는데 이 중 대우건설을 가장 먼저 인수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KDB인베스트먼트가 대우건설의 최대주주가 되면서 매각 작업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며 "가격보다는 연내 매각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밝혔다.
본격적인 매각 작업이 진행되면 작년 2월 중단된 대우건설 인수·합병(M&A)이 1년 4개월여 만에 재개되는 셈이다.
대우건설은 2000년 대우그룹 해체 후 여러 차례 주인이 바뀌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1999년 대우그룹에서 해체된 대우건설을 한국자산관리공사가 인수했다. 인수 후 대우건설은 아파트 브랜드 '푸르지오'를 내놓으면서 실적 반전을 이뤄냈고 2003년 워크아웃을 마쳤다. 2004년 정부는 대우건설의 새 주인을 찾겠다며 매각 작업을 본격화했고 이후 2006년 본입찰에서 금호아시아나 컨소시엄이 대우건설 지분 72.1%를 6조6000억원에 인수하며 종지부를 찍었다. 당시 금호아시아나는 인수금액의 절반 이상인 3조5000억원을 재무적투자자로부터 마련했는데 이것이 화근이 됐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까지 터지면서 차입금 부담이 급증하게 된다. 결국 2010~2011년 M&A 매물로 나온 대우건설에 대해 산업은행이 지분 인수와 유상증자 등 3조2000억원을 투입해 최대주주가 된 것이다. 산업은행은 이후 대우건설에 대해 꾸준한 자산 매각과 인력 구조조정을 유도했고 2017년 9월부터 매각 작업에 들어가게 된다.
2018년 1월 말 호반건설이 단독 입찰로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된다. 당시 호반건설은 인수가격으로 1조6242억원을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호반건설은 2018년 2월 대우건설의 해외사업 부실이 발견됐다며 인수를 포기했다. 당시 산은 관계자는 "경영권 프리미엄 30%가 반영된 가격"이라고 밝혔다.
올 들어 대우건설 주가 하락과 최대주주 변경은 이 종목의 새 주인 찾기에 힘을 실어준다는 분석이다. 인수 가격이 더 싸진 만큼 국내외 후보자들이 더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3개월(4월 1일~6월 21일) 대우건설의 평균 주가는 4987원으로 약 5000원이다. 작년 1월 매각 작업 때 적용된 대우건설 주가(6000원)보다 16.7% 싸졌다. 경영권 프리미엄(30%)을 적용한 현재 대우건설 예상 매각가격은 1조3710억원으로 작년보다 3000억원가량 낮아졌다.
대우건설은 M&A시장에 나서기 위해 꾸준히 구조조정을 해왔다. 올 1분기 인건비(직원 급여 총액)는 962억원으로 3년 연속 하락세다. 2016년 1분기(1330억원)와 비교하면 27.7%나 감소했다. 반면 현금성 자산은 늘고 있다. 올 3월 말 현재 1조2088억원으로 작년 말(7059억원)보다 크게 증가했다.
특히 대우건설이 아프리카 수주를 늘리면서 실적 개선 기대감이 나타나고 있다. 대우건설은 작년에 중동 부실 사업 현장을 마무리하면서도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등에선 수주 2조원을 달성했다. 올해는 43억달러 규모의 나이지리아 액화천연가스(LNG) 액화설비시설 수주에 나섰는데 대우건설이 최종 후보자명단(숏리스트)에 포함됐다.
그러나 지난 1분기 실적 악화에 따른 재무건전성 악화는 향후 M&A의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올 1분기 영업이익이 985억원에 그치며 작년 동기 대비 45.9% 급감했다. 여기에 바뀐 회계 기준 등이 적용되며 3월 말 현재 부채비율이 312%로 치솟았다. 작년 말에는 277%였다.
[문일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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