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글로벌 제약·바이오업계, 무용성진행평가 활용해 무리한 임상강행 방지
입력 2019-06-24 13:40 

최근 새로운 치료요법을 윤리적이고 효율적으로 사전 검증하기 위한 방법으로 무용성진행평가(Futility Interim Analysis)가 활발히 시행되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도 무용성진행평가를 권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무용성진행평가란 신약이 환자에게 무용(無用)한지 여부를 확인하는 임상시험 과정 중 일부다. 환자에게 신약을 투여한 뒤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거나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하는지를 사전에 검증해 불필요하게 임상시험을 강행해 피험자를 위험에 빠뜨리고 비용을 낭비하는 것을 막는 용도로 활용된다. 지난 1980년대에 도입된 이 제도는 임상시험을 주관하는 회사가 아니라 독립적인 데이터 모니터링 위원회(Data Monitoring Committee·DMC)가 주도한다.
24일 제약·바이오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 2017년 9월 위암 3차치료제로 승인받은 머크의 '키트루다'는 임상 3상(NCT02335411)에 진입하는 중에 무용성진행평가를 시행해 통과했다. PD-1 음성 환자들에게 키트루다 투여가 '무용하지 않다'는 판단을 받고 임상 3상을 계속한 것이다. 머크는 무용성진행평가 결과를 토대로 위암 3차치료제 대상 환자군(Cohort 1)을 기존 180명에서 210명까지 확대하기도 했다.
미국임상종양학회의 학술지 '임상종양학저널(Journal of Clinical Oncology)'에 따르면 신장 수질 종양(신장에서 발생하는 희귀암 일종) 환자를 대상으로 한 '옵디보+여보이' 병용요법 임상 2상(NCT02497508) 과정에서도 무용성진행평가가 진행된다.

면역관문억제제 뿐만 아니라 바이랄리틱스가 개발 중인 항암바이러스 '카바탁'의 임상 1b상 과정에서도 무용성진행평가가 이뤄졌다. 악성 흑색종을 대상으로 '카바탁+키트루다'의 안전성과 효과를 확인하기 위한 임상 중에 진행된 무용성진행평가에서 새로운 치료 요법이 시행된 받은 환자 12명 중 8명의 환자로부터 부분 반응이 관찰돼 목표점이 달성됐다는 사실이 미국암학회(AACR)를 통해 공개된 바 있다.
국내에서도 신라젠이 항암바이러스제제 '펙사벡'의 임상 3상에 대한 무용성진행평가를 앞두고 있다. 이번 무용성진행평가에서는 안전성 및 종양반응률 등의 데이터를 확인한다. 결과는 펙사벡 임상 3상 데이터에 접근할 권한을 갖고 있는 포커스 운영위원회 'PHOCUS Steering Committee'라는 명칭의 DMC를 통해 공개될 예정이다. 펙사벡의 임상 3상 결과에 대한 유일한 접근 권한을 갖고 있는 이 DMC는 미국, 독일, 이탈리아, 스위스, 중국 등 5개국 출신 8명의 세계적 종양학분야 전문가로 구성돼 있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임상시험을 진행하는데 인간의 생명과 막대한 경제적 자원이 동반되기 때문에 글로벌 블록버스터 약물들도 무용성진행평가를 경험한다"며 "특히 생명과 직결되는 항암제의 경우 무용성진행평가를 실시하는 임상시험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전했다.
[디지털뉴스국 한경우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