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뉴스추적] '한보 사태' 정한근 압송…아버지 정 회장은 어디에?
입력 2019-06-23 19:30  | 수정 2019-06-23 20:18
【 앵커멘트 】
보신 것처럼, 검찰이 21년 동안 해외 도피를 벌였던 정한근 전 한보그룹 부회장을 압송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 소식, 뉴스추적으로 이어가겠습니다.
법조팀 조경진 기자 나왔습니다.


【 질문1 】
조 기자! 좀전에 김순철 기자 리포트를 보니, 정한근 씨 추적 과정이 상당했네요?

【 답변1 】
검찰이 오늘(23일) 오후에 보도자료 8장을 내놨는데요.

정한근 씨를 10달 동안 추적하면서 일련의 과정을 세세하게 공개한 겁니다.

정 씨가 이름을 네 번이나 바꿔가면서 도망을 다니니, 붙잡기 쉽지 않았던 거죠.

【 질문2 】
비행기도 안 타려고 버텼다면서요?

【 답변2 】
두바이에서 한국으로 들어오는 비행기만 타면 되는 시점에 벌어진 일입니다.


정 씨가 비행기 타기 1시간 전부터 호송팀에 고통을 호소하면서 탑승을 거부한 겁니다.

그래서 현지 의료진을 통해서 정 씨 건강상태를 검사하고 이후 비행기로 송환했습니다.

파나마부터 정 씨 한국 송환에만 약 57시간이 걸린 겁니다.

【 질문3 】
정 씨 송환이 어떤 의미가 담겨 있는 건가요?

【 답변3 】
IMF를 겪으신 분들은 ‘한보사태하면 잘 아실 겁니다.

한때 재계서열 14위 한보그룹은 과거 광산업과 건설업에 주력했습니다.

서울 강남 부동산의 뜨거운 감자죠? 은마아파트를 건설하고, 80년대에는 금호산업철강을 인수해 철강 산업에도 진출했는데요.

90년대에는 더 몸집을 불려나가다 1997년 1월 그만 5조 7천억 원의 빚을 안고 부도 처리됩니다.

이 사건이 외환위기를 촉발한 진원지가 된 거죠.

【 질문4 】
이 사태를 책임져야 할 사람들이 한순간에 사라졌다가 이번에 모습을 드러낸 거잖아요.

【 답변4 】
정 씨는 1998년 검찰 수사가 시작되면서 잠적해서 내내 행방이 묘연했습니다.

정 씨의 아버지 정태수 회장 역시 항소심을 받던 중 치료를 핑계로 일본으로 출국했는데 12년째 행적을 감춘 상태입니다.

【 질문5 】
정태수 전 회장 하면 가장 기억에 남는 게 바로 '머슴 발언' 아니겠어요?

【 답변5 】
국회 청문회에서 정태수 회장이 남겼던 어록이죠.

"자금이라는 건 주인인 내가 알지 머슴이 어떻게 압니까?"

당시 한보그룹 임원과 본인이 밝힌 비자금 액수가 달랐고, 이에 대한 지적이 나오자 임원을 두고 머슴이라고 말한 겁니다.

【 질문6 】
정 전 회장 하면 휠체어 패션도 빼놓을 수 없잖아요?

【 답변6 】
정 전 회장은 구속 이후 법정이나 국회 청문회에 늘 이렇게 환자복 차림에 휠체어를 타고 나타났는데요.

지금은 흔히 볼 수 있게 된 정·재계 인물들의 일명 '휠체어 중환자 출두 퍼포먼스'의 원조는 바로 정 전 회장이었습니다.

【 질문7 】
그러면 정태수 전 회장은 지금 대체 어딨는 겁니까? 생사 여부는 전해지나요?

【 답변7 】
검찰이 정 전 회장의 생사나 소재는 대부분 파악한 것으로 보입니다.

정 전 회장이 카자흐스탄에서 거처를 옮긴 것으로 알려진 키르기스스탄에 범죄인인도를 요청한 것으로전해집니다.

정 전 회장이 1923년생입니다.

살아있다면 96살의 고령인데, 생사 여부도 아직 명확히 알려진 바가 없어서 여러 이야기가 나오는데요.

일각에서는 도피 중인 지금 "자서전 초고를 만들었다"는 말도 전해집니다.

검찰은 이번 주 중으로 정 전 회장에 대해서 파악한 내용을 전할 것이란 방침으로 알려졌습니다.

【 질문8 】
수사는 어떻게 진행 중인가요?

【 답변8 】
검찰은 정 전 회장 외에 정한근 씨의 가족들 신분세탁이나, 환수 여부에 대한 수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정한근 씨에 대한 1차 조사가 어제(22일) 이뤄졌고, 오늘(23일)은 건너뛰고 내일(24일) 조사를 이어간다고 하니 앞으로 경과를 지켜봐야겠습니다.

【 클로징 】
한보그룹을 두고 "로비로 성장해 로비로 무너졌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정 전 회장은 정관계 로비의 귀재로 통했죠.

그런데 긴 시간 도피 생활을 이어가는 걸 보면 '도피의 귀재'인 것도 같습니다.

늦은 감이 있지만, 이제라도 '한보 사태'의 죗값을 치르는 모습을 지켜봐야겠습니다.

조 기자! 계속 취재해주세요.

[ 조경진 기자 / nice2088@mbn.co.kr ]

영상취재 : 최영구 기자·김영진 기자
영상편집 : 송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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