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경기둔화·소주성 원투펀치에…韓기업 ROE 4%P 추락
입력 2019-06-20 17:44  | 수정 2019-06-20 20:01
◆ 레이더M ◆
한국 상장사들의 이익창출능력이 급감하는 것은 경기 악화와 각종 비용 증가로 수익이 줄어드는데 설상가상으로 규제에 막힌 기업들이 투자를 늘리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20일 매일경제신문이 유안타증권과 주요국의 12개월 선행 자기자본이익률(ROE)을 조사한 결과 한국의 올해 ROE는 8.1%로 24개 신흥국 중 꼴찌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수치는 신흥국 평균인 12.1%뿐 아니라 선진국 14.3%, 전 세계 평균인 13.9%에도 한참 뒤처지는 수준이다.
ROE는 한 기업이 자기자본을 통해 얼마나 이익을 내는지 보여주는 지표로, 당기순이익을 자기자본으로 나눠 계산한다. 순이익과 자기자본 변화에 복합적으로 영향을 받는다는 얘기다. 예를 들어 순이익 감소도 ROE 하향 요소가 되고, 자기자본의 증가도 ROE를 낮추는 요인이 된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ROE 하락이 상장사들의 수익성이 떨어져 나타나기도 하지만 자기자본이 많아져 내려가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한국의 경우는 순이익 감소도 영향을 미쳤지만 현금 증가와 투자 감소로 인한 자기자본 증가가 더 큰 부분을 차지했다는 분석이다. ROE가 2년 만에 4%포인트 떨어지는 것은 유례가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코스피 순이익의 40%가량을 차지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부진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ROE가 반도체업황이 악화되기 전보다 낮게 떨어지는 것은 비정상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2014년 코스피 ROE는 9.9%, 2015년 9.1%, 2016년 9.5%를 기록했는데, 2014년 당시 삼성전자 순이익은 23조3944억원으로 지난해 44조3449억원의 절반 수준이었다.
한국 경제가 선진국에 근접하며 투자 감소가 필연적이라는 의견도 있지만 한국의 올해 ROE는 선진국인 미국(18.2%)은 물론 이웃 나라인 일본(8.8%)과 대만(11.4%)보다 낮았다. 경제 완숙기에 접어든 덴마크(18.6%), 핀란드(13.9%), 스웨덴(13.2%) 등 북유럽 국가들에도 한참 미치지 못했다. MSCI 지수가 분류하는 23개 선진국 중 한국보다 ROE가 낮은 국가는 없었으며 소도시 홍콩의 ROE가 8.1%로 한국과 같았다.
이 때문에 자기자본이 늘면서 기업들의 이익창출 능력이 떨어졌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현재 주 52시간 근로제 도입,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 기업 부담이 가중되는 가운데 경기까지 악화되면서 기업들이 지출을 줄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코스피 전체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2017년 205조5044억원에서 2018년 214조8546억원으로 늘어났다. 올해 1분기에 이미 212조120억원을 달성했다는 점에서 연말에는 전년 기록을 경신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용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현재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기업들이 리스크관리에 치중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규제로 인한 인건비 상승도 기업들의 투자 여력을 감소시키고 있다. 매일경제신문이 에프앤가이드에 의뢰해 매출 상위 30곳(1분기 기준, 분할·합병사·금융업 제외)의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인건비를 뜻하는 직원 급여 총액이 올해 1분기 12조5424억원을 기록했다. 현 정부 들어서기 직전인 2017년 1분기(10조2030억원)와 비교해 2년 새 22.9% 급증했다.
ROE를 높이려면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투자를 늘리거나 배당을 확대해 보유 현금을 줄여야 한다. 하지만 그 어느 하나도 여의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의 경우 성장이 둔화된 기업들은 적극적 M&A를 통해 추가 성장을 도모하는 환경이 조성돼 있다"며 "하지만 한국의 경우 기업에 돌아가는 세제 혜택도 없고 오히려 규제가 많기 때문에 투자를 통한 몸집 불리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박의명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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