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현대車 3형제 3색호재…"구조개편 적기"
입력 2019-06-20 17:39 
올해 들어 '주가 상승, 우호 지분 증가, 실적개선' 등 '3대 호재'를 만난 현대차그룹이 지난해 무산된 지배구조 개편을 1년여 만에 재추진할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오너 지분이 많은 현대글로비스 주가가 크게 오르면서 지배구조 개편 비용 부담이 줄었고 올해 백기사로 나선 국민연금이 현대모비스 지분율을 높이면서 우호 지분이 증가했다. 특히 현대모비스가 올해 사상 첫 중간배당을 실시하는 등 주주친화 정책을 내놓으며 개편안 추진에 최적의 조건을 만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20일 한국거래소와 증권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현대차 현대글로비스 현대모비스 등 현대차 '삼총사' 주가가 상승하면서 지배구조 개편에 최대 적기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작년 3월 28일 현대모비스 모듈사업과 AS부품사업을 인적분할해 현대글로비스와 분할·합병하는 방식의 지배구조 개편안을 내놨다. 기존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라는 순환출자 구조를 끊기 위한 목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개편안이 무산되고 여러 가지 시나리오가 검토됐지만 결국 작년과 비슷한 방식으로 진행될 것으로 본다"며 "순환출자 고리를 끊고 지배력을 유지하려면 오너 지분이 많은 현대글로비스와 오너 지분가치가 높은 현대차를 지렛대로 삼아 현대모비스 지분을 확보하는 안이 유력하다"고 말했다.
기존 개편안이 힘을 받는 것은 올해 주요 계열사 주가가 올랐기 때문이다. 현대글로비스 주가는 이달 19일까지 29.5%, 현대차와 현대모비스는 각각 22.8%, 20.8% 상승했다. 특히 실적개선을 통해 현대글로비스 주가가 올해 30% 가까이 오르면서 지배구조 개편 비용이 감소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배구조 개편안은 오너 입장에서 현대글로비스와 현대모비스 간 주식 스왑(교환)을 통해 지배력을 강화하는 차원도 있다. 결국 오너 처지에서는 매각해야 하는 현대글로비스 주가가 많이 오를수록 좋다. 매입해야 하는 현대모비스 주가는 하락하는 편이 낫지만 향후 개편안이 주주총회를 통과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오르는 게 좋다는 분석이다. 올해 현대글로비스 주가가 현대모비스보다 더 많이 상승했지만 두 종목 모두 오르면서 오너와 일반 주주들이 만족하는 상황에 이른 것이다.
올해 신차 판매 증가로 현대차 주가가 상승한 것도 호재다. 오너 일가는 지배구조 정점에 서게 될 현대모비스 주식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한데 이때 현대차 지분을 내부 현물출자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정몽구 회장(5.33%)과 정의선 수석부회장(2.35%)이 보유한 지분가치가 올 들어 높아져 19일 기준 2조3000억원에 달한다. 김준성 메리츠종금증권 수석연구원은 "현대차 지분은 주력 계열사 지분이라 외부 매각 가능성이 낮다"며 "이 지분을 현대모비스에 현물 출자한 뒤 신주배정 방식으로 현대모비스 지분을 추가로 확보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개편안이 재추진돼도 작년처럼 현대모비스 주총이 관건이다. 현대글로비스는 오너 일가 지분율이 51.38%로 높은 편이다. 이와 달리 현대모비스는 엘리엇 등 외국인 지분율이 이날 기준 48.08%에 달한다. 기아차(16.88%) 현대제철(5.66%) 정몽구 회장(6.96%) 등 특수관계인 지분율은 30.17%로 외국인에 비해 열세다. 개편안이 주총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주총 참석 주주 3분의 2 이상(66.7%) 찬성표가 필요하다.
현대모비스 입장에서 우호 지분으로 분류할 수 있는 국민연금이 올해 지분을 늘린 것은 호재다.
지난 4월 공시를 통해 국민연금은 지분율을 기존 9%에서 10.1%로 높였다. 국민연금은 지난 4월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주총에서 양사 순이익보다 많은 배당을 요구한 엘리엇 대신 회사 측 제안에 찬성표를 던지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해 현대차 지배구조 개편안에 대해 지지했고 국민연금이 주총에서 현대차 제안에 찬성한 만큼 국민연금은 향후 개편안도 지지할 것"이라고 전했다.
주주들의 마음을 얻기 위한 주주환원 정책도 속속 나오고 있다. 앞서 현대차는 발행주식 3% 규모의 자사주를 소각했고 현대모비스는 올 2분기 주당 1000원가량으로 배당을 실시할 계획인데 이는 사상 첫 중간배당이다. 김진우 한국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현대차그룹이 올해 실적 반등에 대한 자신감으로 배당을 늘리고 있는데 지배구조 개편 직전의 주주환원 정책으로도 풀이된다"고 말했다.
[문일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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