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진단을 받은 환자의 바이오마커를 분석하고 이에 맞춰 수술 전에 적절한 항암요법을 사용한다면 치료 성적을 더욱 높일 수 있다."
강진형 대한항암요법연구회 회장(서울성모병원 종양내과 교수)은 19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개최하고 올해 미국임상종양학회(ASCO) 연례학술대회에서 연구회가 주목한 항암치료 연구 트렌드에 대해 이 같이 설명했다.
올해는 미국 시카고에서 개최된 ASCO 연례학술대회는 세계에서 가장 큰 암 치료 관련 학술행사다. 올해는 초록 논문만 2400편 이상, 이후 온라인으로 3200편 이상이 추가로 각각 접수됐다고 강 회장은 설명했다.
그는 "올해는 국내 연구진들이 발표한 연구가 크게 주목받았다. 국내 연구기관과 연구원들이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정말 항암제에 대한 연구를 하는 선진국과 어깨를 나란히 할 만한 경쟁력을 갖췄다는 의미"라며 "항암요법연구회는 이번 ASCO에서 국내 임상연구의 역량을 알리기 위해 국가임상시험지원재단(KoNECT)과 심포지엄을 공동 개최했다. 앞으로도 국내 암 관련 임상연구의 질적 성장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ASCO에 드러난 트렌드인 'The Earlier, The Better'에 대해서는 이윤규 강북삼성병원 종양혈액내과 교수가, '바이오마커의 시대'에 대해서는 김미소 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가 각각 연단에 올랐다.
이윤규 교수는 지금까지 국소치료를 통해 암세포를 직접 제거한 뒤 다른 장기로 전이된 암세포를 잡거나 전이될 가능성을 막기 위한 보조항암치료(전신치료) 등을 시행하는 게 항암치료의 표준이었지만, 이번 ASCO에서는 다학제적 접근을 통해 국소 치료 전에 다양한 항암제를 사용(선행항암치료)해 국소 치료의 성적을 높이는 방안에 대한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고 전했다.
최근 흐름에 맞춰서 암 치료의 새로운 치료제인 면역항암제는 4기 전이암 치료를 위해 사용되다가 수술이 가능한 병기인 1~3기 초기 암 환자들에게 사용되면서 그 역할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면역항암제는 기존 세포독성항암치료에 비해 비교적 독성 관리가 용이하기 때문에 선행항암치료가 부담스럽지 않은 것도 장점이다.
이윤규 교수는 "아직 초기 임상 결과로 생존율에 미치는 영향 등을 살펴보기 위해 시간이 더 필요하다"며 "하지만 현재까지의 흐름상 향후 몇 년 이내에 1-3기의 초기암에서도 면역항암제가 보다 활발하게 사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두번째 주제인 '바이오마커의 시대'를 발표한 김미소 교수는 "암 정밀 의학(precision medicine)으로의 큰 패러다임 변화와 더불어 임상 연구에서 바이오마커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며 "이번 ASCO에서도 바이오마커에 기반한 신약 임상연구와 약제 반응을 예측할 수 있는 바이오마커에 대한 연구 결과들이 다수 발표됐다"고 언급했다.
그는 이번 ASCO 총회(Plenary Session)에서 발표된 4개 연구 중 하나인 POLO 연구를 소개했다. POLO 연구는 생식세포(germ line) BRCA 돌연변이(이하 gBRCAm)를 가진 전이성 췌장암 환자에서 1차 유지요법으로서 올라파립(olaparib)의 효과를 확인했다.
유전성 유방암-난소암 증후군을 유발하는 gBRCAm는 전이성 췌장암 환자의 약 7%에서 발견된다. gBRCAm이 있는 전이성 췌장암 환자 중 최소 16주 이상 백금 기반한 항암치료를 받고 질병이 진행하지 않은 환자를 대상으로 PARP(Poly ADP-ribose polymerase) 억제제인 올라파립을 투약했을 때 무진행생존기간이 7.4개월로 위약군의 3.8개월보다 2배 가량 좋은 효과가 입증됐다. 반응지속기간 역시 올라파닙 치료군에서 24.9개월로 위약군에서의 3.7개월에 비해 월등한 결과가 나왔다.
김 교수는 "전이성 췌장암에서 바이오마커를 찾아 표적 치료를 시행해 성공한 첫 번째 연구로 그 의미가 매우 크다"며 "이번 ASCO에서 전이성 전립선암 환자의 암세포에서 BRCA를 포함하여 DNA 손상 반응에 관여하는 유전자들에 돌연변이가 있을 때 올라파립의 우수한 종양 반응을 보여준 연구 결과(TOPARB-B 연구)도 발표, 전이성 전립선암에서 첫 표적치료제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덧붙였다.
이어 "바이오마커 전략을 사용한 임상연구를 토대로 일부 폐암이나 유방암 등에서 획기적인 생존율 향상이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미충족 수요가 큰 전이암 환자에서 새로운 바이오마커의 발굴과 이를 토대로 한 임상연구를 지속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항암요법연구회는 연구회 홈페이지 안에 '암 임상연구 정보 검색 플랫폼'을 오픈했다고 밝혔다. 신약 개발 및 암 치료방법 개선을 위해 구축된 이번 플랫폼은 국내에서 시행하고 있는 암 임상시험에 대한 정보를 검색할 수 있다.
최혜진 항암요법연구회 홍보위원장(서울성모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은 "암 환자나 보호자들의 임상시험 참여에 대한 니즈가 많다. 그러나 한국에서 임상시험의 정보가 정리돼 검색할 수 있는 플랫폼이 없었다"며 "미국의 임상정보사이트 크리니컬트라이얼즈처럼 연구자 주도 임상 뿐 아니라 제약회사가 신약 개발을 위해 수행하는 임상시험도 등록할 수 있도록 해 환자와 보호자들이 참여하고 싶은 임상연구를 검색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국 한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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