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베네수엘라 두 대통령 진흙탕 정국…국제사회 지지받은 야권 `국제 기부금 횡령` 스캔들 휩싸여
입력 2019-06-19 16:41  | 수정 2019-06-20 15:17
페루 대통령이 `이주 제한` 비자 정책을 발표한 하루 뒤인 지난 14일(현지시간) 페루 이민당국 사무소에 페루 망명을 신청하는 베네수엘라 시민들이 한꺼번에 몰려 줄 서있다. [로이터]

'두 대통령 정국'이 반년 째 이어지는 베네수엘라에서 국제 사회 지지를 받는 야권이 '국제 원조자금 횡령 스캔들'에 휩싸였다. 지난 달 4월 30일 야권의 '군사봉기'시도가 무산된 이후 혼란의 그림자가 더 짙어지고 있다.
야권이 기존 정권의 부패·무능·비민주성을 비난해왔던 터라 원조자금 횡령 사건 여파가 심각하게 퍼지는 모양새다. 결국 야권 지도자인 후안 과이도 베네수엘라 국회의장이 "국제 사회 기부금 남용·유용 등 횡령 의혹에 대해 국제 투명성 기구(TI)의 감사를 받겠다"고 18일(현지시간) 공식 발표했다고 이날 BBC문도와 온라인매체 PanAm포스트가 보도했다. 과이도 의장은 미국과 유럽·중남미 주요국을 비롯한 전세계 50여개국으로부터 '임시 대통령'지위를 인정받고 있다. 과이도 측은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무능하고 부패했으며, 비민주적 대선을 통해 재선됐다"며 '마두로 사퇴'를 주장해왔다.
문제의 국제지원금 횡령 스캔들은 온라인매체 PanAm포스트 보도를 통해 확산됐다. PanAm포스트는 "마두로 정권을 지지하는 베네수엘라 국군이 마두로를 배신하고 콜롬비아로 망명하게한다는 목적으로 국제사회가 과이도 측에 전달한 지원금을 과이도 측근들이 탕진했다"고 17일 보도했다. BBC 문도는 "콜롬비아 내에서 지원금 집행 업무를 맡은 과이도 측근 로사나 바레라와 케빈 로하스가 국제 지원금으로 비싼 옷과 자동차 등 사치품을 사들이고 호화 호텔 숙박료로 쓰면서 자금 집행도 제대로 하지 않아 돈이 콜롬비아 땅으로 실제 들어갔는 지 여부에 대한 의혹도 제기된 상황"이라고 18일 보도했다.
2015년을 전후한 미국의 베네수엘라 원유 수출 제재와 마두로 정권의 무능이 겹친 가운데 3~4년간 340만여명 '베네수엘라 엑소더스(베네수엘라를 탈출하는 시민들)'가 일어나자 미국 등 국제사회는 각 국 이해관계에 맞는 형식으로 베네수엘라를 지원해왔다. 러시아와 중국은 마두로 측을, 미국과 콜롬비아는 과이도 측을, 유럽은 국제 기구를 통해 전달하는 식이다.

과이도 의장은 "우리 의회는 재단과 비정부기구를 통해 10만명이 넘는 베네수엘라 인들을 위해 일했다"면서 "과도기 임시 정부이기 때문에 의회가 국제 자금을 관리하지 않았고, 국제 지원은 비영리 단체를 통해 현물 지원 방식으로 집행됐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사안이 심각하게 돌아가고 민심 이탈 조짐이 보이자 과이도 의장이 임명한 움베르토 칼데론 주 콜롬비아 베네수엘라 대사는 "두달 전부터 콜롬비아 정보국에서 받은 정보로 문제를 인지해 자체 조사해왔고, 최근 콜롬비아 정부에 공식 수사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지난 1월 23일 이후 베네수엘라는 '두 대통령 정국'이 만들어졌지만 별다른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과이도 의장이 '자유·민주주의 사수'를 위해 스스로 임시 대통령을 선언했다. 나라 헌법상 대통령에게 중대한 사유가 발생하면 국회 의장이 임시 대통령이 된다는 점을 들어 마두로 대통령은 '부정부패·무능·비민주적 대선'이라는 결격 사유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당일 미국 등 전세계 주요 50여국이 과이도 의장이 임시 대통령이라고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
현재 베네수엘라에서는 유럽연합(EU)와 멕시코, 인근 중남미 주요국들이 모여서 '대선 재실시'를 논의해오고 있다. 미국과 콜롬비아는 여전히 마두로 정권 전복을 주장한다. 최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은 "지난 4월 30일 과이도 군사봉기 실패 후 베네수엘라 사태는 지독하게 복잡하다. 서로 대통령이 되겠다는 야권 인사들만 40명은 된다"고 토로한 녹음이 워싱턴포스트(WP)를 통해 보도됐다.
무능한 정치 지도자들 탓에 나라가 혼란에 빠진 가운데, 베네수엘라 시민들이 페루 국경을 통해 이주하자 '국경 문제'가 불거졌다. 유엔 난민기구(UNHCR)는 지난 14일 하루에만 최소 6000명 넘는 베네수엘라인들이 페루 국경으로 몰렸다고 16일 밝혔다. 13일 마르틴 비스카라 대통령이 '질서정연한 인도주의 비자'를 발효하겠다고 공표했기 때문이다. 표현은 질서 정연하다는 것이지만 사실상 이주민 입국을 제한한다는 의미다.
[김인오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