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의 헬스앤뷰티(H&B)스토어 부츠가 좀처럼 출점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오프라인 소비 침체에 따라 운영 주체인 이마트의 영업이익이 절반 가량 줄어드는 등 동력을 잃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19일 이마트에 따르면 부츠의 매장 수는 지난해 말부터 34개에 멈춰있다. 올해 상반기동안 출점이 전혀 이뤄지지 않은 셈이다. 반면 경쟁사인 올리브영과 롭스 등은 최소 5개점 이상의 출점을 지속적으로 해왔다. 매장 수가 줄어든 곳은 효율화 작업을 진행 중인 랄라블라뿐이다.
부츠 관계자는 "올해 출점이 예정된 곳은 아직까지 없다"며 "기존 점포를 운영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말까지 목표로한 출점 수는 달성한 상태"라고 덧붙였다.
후발주자인 부츠의 시장장악력은 아직까지 미미하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 H&B 업계 1위는 매장 수 1100여개를 보유한 올리브영이다. 이어 랄라블라(159개), 롭스(127개), 부츠(34개) 등이 있다. 출점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부츠는 H&B '빅3'에도 들지 못하는 처지가 됐다.
부츠는 2017년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재도전한 H&B 스토어다. 이마트는 2012년부터 드러그스토어 '분스(BOONS)'를 운영해왔지만 5년 동안 출점이 9개 가량에 그치는 등 실패를 맛봤다. 이후 영국 월그린 부츠 얼라이언스(WBA)와 손잡고 국내에 들여온 게 부츠다.
부츠의 출점 동력이 멈춘 탓은 이마트의 실적 부진으로 풀이된다. 이마트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743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51%나 줄었다. 온라인으로 소비가 옮겨가면서 쿠팡과 티몬 등 출혈 경쟁이 불가피했기 때문이다. 이마트의 동력이 꺼지면서 자연스레 부츠의 출점도 멈췄다. 실제 지난해 하반기까지만해도 부츠는 20여개를 추가 출점하는 등 의욕을 보였다.
국내 H&B 시장 경쟁은 점점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H&B 시장규모는 2013년 5000억원에서 해마다 30~40%의 높은 신장률을 보이며 지난해 약 2조원을 돌파한 것으로 추정된다. 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원브랜드를 지향하던 로드숍 브랜드들도 H&B 시장에 도전장을 던지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의 멀티숍 '아리따움 라이브'는 지난달 기준 100호점을 돌파했으며, LG생활건강도 더페이스샵을 멀티숍 '네이처컬렉션'으로 전환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에는 미샤를 운영하는 에이블씨엔씨도 '눙크'를 론칭하면서 멀티숍 경쟁에 뛰어들었다. 오는 10월에는 글로벌 최대 편집숍 세포라가 강남 파르나스타워에 첫 국내 1호점을 낸다.
화장품업계 관계자는 "2분기 연속 어닝쇼크를 기록한 이마트는 비용 절감이 절실한 반면 부츠는 추가 출점이 필요해 서로 이해가 상충되는 상황"이라며 "매장 수 격차가 벌어지면 벌어질수록 브랜드 입점율도 떨어지기 때문에 경쟁력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국 신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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