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냉장고에서 쉰 김치까지…고속도로 휴게소 쓰레기 무단투기 '몸살'
입력 2019-06-19 15:16  | 수정 2019-06-19 15:22
경기도 여주휴게소에 내걸린 경고 현수막 / 사진=여주휴게소 제공
"아침에 출근하면 휴게소 쓰레기통 옆이나 후미진 곳에 떡 하니 냉장고가 버려져 있어요."

영동고속도로 여주휴게소 한 직원의 푸념입니다.

고속도로 휴게소마다 이용객들이 분리배출은 커녕 몰래 버리고 가는 각종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여주휴게소 관계자에 따르면 휴게소 내에서 수거되는 쓰레기들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습니다.

지난해의 경우 월평균 12t의 쓰레기가 나왔으며, 올해 들어서도 1∼5월에 평균 10t이 수거된 가운데 피서철이 시작되면 수거량은 급격히 늘어 지난해 월평균을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쓰레기가 갈수록 늘고, 몰래 버리는 것도 문제지만 분리배출이 거의 이뤄지지 않아 직원들이 연일 분리 작업으로 이중고를 겪고 있습니다.

이 관계자는 "버려지는 쓰레기가 상상을 초월한다. 냉장고에서 소파, 이불까지. 어떤 사람은 쉰 김치, 집에서 나온 음식 쓰레기를 통째 또는 비닐봉지에 넣어 몰래 버리고 간다"고 말했습니다.

"낮에는 좀 덜한데 밤에 쓰레기를 버리려고 일부러 오는 차량도 있는 것 같다"며 "직원들이 버려진 쓰레기 분리 작업에 정신이 없을 정도"라고 덧붙였습니다.

쓰레기 불법 투기가 갈수록 심해지자 이 휴게소는 얼마 전부터 휴게소에 '고속도로 휴게소는 쓰레기를 버리는 곳이 아닙니다!'라고 적힌 현수막을 게시하고 감시용 CCTV도 설치했습니다.


하지만 몰래 쓰레기 버리는 것을 적발해도 휴게소 직원들이 할 수 있는 것은 '버리시면 안 된다'고 주의를 주는 것 외에 특별히 할 것이 없다며 답답해합니다.

휴게소 관계자는 "다른 곳에서 가져온 쓰레기를 버리는 이용객에게 '여기다 버리시면 안 됩니다. 버리더라도 분리해 버려주십시오'라고 하면 '여기가 너희 땅이냐'라며 오히려 큰소리를 치는 경우도 있다"며 "휴게소에 와서 그동안 모아 둔 쓰레기를 버리는 일은 가급적 않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다가오는 피서철이 걱정"이라고 말한 이 관계자는 "휴게소에 쓰레기를 분리하지도 않고 불법 투기할 경우 단속 등 적절한 조치를 할 수 있는 권한이 휴게소 직원들에게도 있었으면 좋겠다. 정부에서도 무단투기 방지와 단속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 줬으면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한국도로공사도 전국 고속도로 휴게소마다 갈수록 쓰레기가 늘고 있다며 불법 투기를 자제해 달라고 이용객들에게 당부했습니다.

고속도로 휴게소의 쓰레기 무단투기 금지 경고문 / 사진=여주휴게소 제공

도로공사 관계자는 "현재 도로공사 관할 전국 고속도로상의 휴게소 195곳에서 매월 평균 얼마의 쓰레기가 배출되는지는 최근 조사 자료가 없다"며 "다만, 고속도로 이용 차량의 증가, 휴게소의 상품 판매 증가, 무단투기 등으로 휴게소 배출 쓰레기는 증가 추세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여전히 고속도로변에 책상이나 냉장고 등을 버리는 경우도 있고, 일부 휴게소의 경우 불법으로 버린 쓰레기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들었다"며 "집 등 다른 곳에서 발생한 쓰레기를 무더기로 휴게소에 가져다 버리는 일은 자제해 줬으면 좋겠다"고 밝혔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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