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입자형 로봇으로 물속 방사성 핵종 빠르게 제거한다
입력 2019-06-19 14:32 
한국원자력연구원이 개발한 입자형 미세 수중 로봇의 구조(왼쪽)와 물 속에서 실제 구동되는 모습(오른쪽). 머리카락 두께의 10분의 1 수준인 7㎛(마이크로미터·1㎛는 100만분의 1m) 크기로, 원격 제어가 가능하며 물 속에서 방사성 물질인 세슘을 제거할 수 있다. [자료 제공 = 한국원자력연구원]

국내 연구진이 물속을 유영하며 방사성 물질인 세슘만 선택적으로 제거해 주는 입자형 미세 수중 로봇을 개발했다. 원자력발전소 등에서 나오는 방사성 폐수의 정화 효율을 획기적으로 높여 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박찬우 한국원자력연구원 해체기술연구부 선임연구원 연구진은 방사성 폐수 속을 유영하면서 세슘을 감지·제거하는 미세 입자형 수중로봇을 개발했다고 19일 밝혔다. 박 연구원은 "미세 입자형 수중로봇을 활용하면 방사성 폐수의 정화 속도를 기존 대비 60배로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유해물질 저널' 5월호에 게재됐다.
연구진이 개발한 입자형 미세 로봇은 직경이 머리카락 두께의 10분의 1가량인 7㎛(마이크로미터·1㎛는 100만분의 1m) 수준이다. 눈으로 보기에는 평범한 가루 입자처럼 보이지만 물속에서 화학반응으로 뿜어져 나오는 기포로 추진해 유영하고, 외부에서 자기장을 걸어 원격으로 움직임을 제어할 수 있어 방사성 폐수를 효과적이면서도 안전하게 제거할 수 있다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방사성 폐수 속에는 세슘, 코발트 등 다양한 핵종이 포함돼 있다. 그 중에서도 감마선을 방출하는 방사성 세슘은 물에 잘 녹아 외부 유출 가능성이 높은 데다 제거가 까다롭고 방사성의 반감기도 30여 년에 이를 정도로 위험하다. 체내 흡수 시 근육 등에 축적될 수 있으며 자연환경에 유출될 경우에는 장기간 생태계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이전까지는 세슘 제거에 흡착제를 사용했다. 작업자의 안전을 위해 까다로운 준비가 필요했을 뿐만 아니라 사용한 흡착제와 설비 자체가 2차 폐기물로 남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진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입자 형태의 미세 로봇을 만들었다. 세슘을 흡착하는 '페로시안화구리'를 이산화규소 미세입자 표면에 입힌 뒤, 입자 한쪽 면에는 백금(Pt) 촉매와 니켈(Ni)을 코팅했다. 박 연구원은 "과산화수소를 함께 넣으면 백금 촉매와 과산화수소가 화학적으로 반응하면서 산소 방울이 생기는데, 이를 추진 동력 삼아 입자가 수중에서 유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자성을 가진 니켈은 외부에서 자기장으로 미세 로봇의 움직임을 제어하기 위한 요소다.
작업자가 외부에서 원격으로 미세 로봇을 움직일 수 있는 만큼 안전한 정화 작업이 가능해 활용 가치가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 세슘 포획 후 미세 로봇만 회수해 방사성폐기물로 분리·처분할 수 있어 2차 폐기물도 훨씬 적다.
원자력연은 지난달 27일 관련 특허 등록을 완료했다. 박 연구원은 "미세로봇은 방사성 폐수 처리에 획기적인 발전을 가져올 수 있을 뿐 아니라 수계 환경 정화, 산업 폐수 정화 등에도 활용할 수 있다"며 "2023년 상용화를 목표로 후속 연구를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송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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